도쿄올림픽 보이콧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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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보이콧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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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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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 내년 7월 24일부터 열리는 도쿄올림픽 보이콧이 거론되고 있다. 여론은 보이콧 찬성이 많다고 한다. 필자는 보이콧 반대다. 우리 선수들이 참가해야 한다. 응원단도 많이 가야 된다. 우리 선수가 경기에 이겨서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일본 도쿄에서 태극기가 게양되고 애국가가 연주될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일본의 올림픽 특수에 보태주는 것일 수는 있지만 우리가 빠진다고 큰 장이 문 닫지 않는다. 그리고 일본이 그 정도 판을 깔아줬으면 수고비는 지불 할 수도 있다. 요는 우리가 거둘 성과다. 우리가 안 가면 1차 수혜자는 일본 선수들이다. 메달 수 올라간다. 어부지리 다른 나라 선수들 인생만 화려해진다.

1936년 8월 베를린 올림픽에서 히틀러는 큰 거 한 방을 노렸다. 사실 히틀러가 유치한 올림픽도 아니었지만 나치는 아리안족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과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기록영화나 사진을 보면 올림픽이 무슨 나치 전당대회 같았다. 초대형 나치 깃발이 경기장을 뒤덮었다.

근데 히틀러 작성 인종 리스트 최하위에 있는 아프리카인인 미국팀 제시 오언스가 금 4개를 휩쓸어 최고의 스타가 된다. 그것도 육상에서. 4개 중 한 개는 나치가 유대인 출전을 금지하는 바람에 덤으로 땄다. 나치가 유색인종 중 그래도 ‘넘어가 주는’ 일본팀에서 마라톤 금메달리스트가 나왔다. 근데 웬걸, 일본인이 아닌 한국인 손기정 선수다. 동메달도 역시 한국인 남승룡 선수였다. 행사를 기획, 제작, 감독, 주연했던 히틀러와 올림픽 준비위원장 괴벨스는 멘붕이 되었다.

아베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히틀러도 올림픽을 정치선전에 이용하려다 큰 재미를 못 보았는데 여의치 않을 것이다. 참가국들이 이용당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히틀러의 베를린 올림픽 때도 나치에 대한 반대로 보이콧 움직임이 있었다. 그러나 46개국 3738명의 선수가 참여해서 성황을 이뤘다. 스페인이 내전으로 불참했고 구소련이 불참했는데 구소련은 1952년까지 아예 올림픽 참가를 하지 않았다. 세계 대전을 불과 몇 년 앞두었던 그 와중에서도 이런저런 인간 드라마가 펼쳐졌고 각국에서는 스포츠의 사회통합 효과가 발생했다.

국제스포츠 무대는 스포츠의 사회통합기능이 강하게 발휘되는 곳이다. 2002 한일월드컵이 대표적이다. 스포츠 우상의 국제무대에서의 패배나 좌절은 일시적이기는 하지만 사회 전체에 심리적 좌절을 안겨다 주고 생산성을 저하시킨다. 올림픽 메달 순위가 각국의 GDP에 영향을 미친다는 경제학자들의 연구도 있다.

우리가 바로 옆에서 진행될 도쿄올림픽을 보이콧하면 영상으로 우리와는 관계없는 경기를 가끔은 보게 될 것이다. 완전히 외면하기는 어렵다.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 선수들이 경기를 펼치기 때문이다. 우리 홀로 우리 선수들이 없는 행사를 보는 기분이 어떨까.

역대 올림픽 경기에는 일곱 번의 보이콧이 발생했다. 그런데 한 나라만 보이콧한 경우는 없다. 가장 불참국 수가 적었던 1964년 도쿄올림픽에도 북한, 중국, 인도네시아 세 나라가 불참했다. 내년에 동참할 나라가 있을까. 3회 보이콧 기록을 가지고 있는 북한도 내년에 안 간다는 소식이 없다. 우리는 일본과 경제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북한은 경제제재를 받고 있다. 오히려 일본이 북한팀 참가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북한은 올림픽 헌장 정신을 강조하며 항의하고 있다.

가장 좋은 것은 올림픽 헌장의 원칙대로 참가해서 우리 선수들이 도쿄 한복판에서 좋은 성적을 내버리는 게 아닐까 한다.

이 여름에도 열심히 훈련하고 있을 선수들을 격려하고 지원해야 할 때다. 우리 선수들은 유독 한일전에 강하다. 올림픽 전체를 한일전으로 치르면 된다.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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