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광복, 그 끝은 克日이다
  • 모용복기자
미완의 광복, 그 끝은 克日이다
  • 모용복기자
  • 승인 2019.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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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용복의 세상풍경
70여 년 전 우리 민중들은
망국의 아픔을 반복 않으려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 속셈
간파한 참요를 통해 경계
위정자들 이전투구 바쁠 때
  참요 노랫말 어느듯 현실로

 

일본 제국주의에 찬탈 당한 국권을 다시 찾은 광복절(光復節)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74년 전 그날 어둠으로 물들었던 한반도 산하는 다시 빛을 찾고 흙과 바람, 햇빛도 우리 품으로 돌아왔다. 일제에 의해 36년간 끊어졌던 반 만 년 민족의 정기가 용솟음치기 시작했으며 상처투성이인 산하(山河)에도 희망의 메아리가 울려 퍼졌다. 모두가 광복의 기쁨에 들떠 불안한 미래를 돌아볼 겨를도 없이 사분오열로 흩어지던 시절, 언제부턴가 민중의 입에서 입으로 노래 하나가 회자(膾炙)되고 있었다.

“미국놈 믿지 말고/소련놈에 속지 마라/일본놈 일어나고/되놈(중국놈) 되(다시) 나온다/조선놈 조심해라”

일제강점기 망국(亡國)의 아픔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속셈을 경계하고 조심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일종의 참요(讖謠)다. 참요는 앞일에 대해 예언적이고 풍자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민요로서, 잘못된 일을 바로잡기 위한 민중의 심리가 작용해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진 노래다. 그들은 참요를 통해 불합리한 현상을 고발하고 사회적 안정을 통한 더 나은 미래를 희구했던 것이다.

70여 년 전 약육강식의 시대에 강대국에 둘러싸인 우리 현주소를 망각하고 위정자들이 서로 이전투구(泥田鬪狗)하는 모습을 꾸짖으며 정신 똑바로 차릴 것을 민중은 경고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민요의 노랫말은 현실이 됐다. ‘미국놈 믿지 마라’처럼 해방군으로 믿었던 미국은 한반도를 방위선에서 제외하는 ‘애치슨 라인’을 발표해 북한의 남침을 초래했으며, ‘소련놈에 속지 마라’라는 노랫말대로 소련은 북한의 남침을 지원해 끔찍한 동존상잔의 비극이 일어나게 했다. 되놈(중국놈)들은 6·25전쟁 때 인해전술로 북한군을 도와 한국의 통일을 방해했다. 북진하던 유엔군은 인민해방군의 방해로 통일을 눈앞에 두고 애석하게도 발길을 돌려야 했다.

미국이 ‘믿을 형’이 아니라는 것은 7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변한 게 없다. 냉전체제 하에서 오랫동안 우리의 든든한 울타리가 돼준 건 사실이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이제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동맹인 한국까지도 관세폭탄 등을 통한 경제 압박을 서슴없이 감행하고 있으며, 심지어 한반도의 안보상황에 대해서도 별로 관심이 없는 듯하다. 북한의 비핵화 문제도 한 발 후퇴한 형국이다. 자국에 위협만 되지 않는다면 핵 동결도 개의치 않을 태세고, 북한이 며칠이 멀다하고 펑펑 미사일을 쏴대는데도 무반응이다. 미국 본토에 위협이 되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이 아니면 그만이라는 의도가 명백하다. 한술 더 떠 엊그제 트럼프 대통령은 70년 동안 이어져 온 한미군사훈련에 대해 “터무니 없고 돈이 많은 훈련”이라며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조롱까지 했다.


러시아로 명패를 바꿔 단 소련은 공산주의가 붕괴된 이후 기세가 많이 꺾였지만 여전히 군사대국임에는 틀림없다. 그리고 최근 들어서 동아시아에서 힘의 우위를 통해 세력 확장을 꾀하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지난달 러시아 군용기가 우리 땅 독도 영공을 침범한 것과 관련해 양국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도 결코 우연으로 볼 수 없다. 또한 북한이 최근 공개한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러시아가 기술 지원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 그들의 움직임이 미심쩍기 짝이 없다. 소련에 속지 않기 위해 두 눈 부릅뜨고 그들의 행보를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지금은 다소 조용하지만 중국은 우리에게 언제나 가장 위협적인 국가다. 다층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리 고대역사를 말살하려는 동북공정에서부터 안보문제까지 한반도를 손아귀에서 주무르고 싶어 한다. 몇 년 전 성주 사드 배치 때 저들은 무지막지한 보복을 통해 우리를 굴복시키려 했다. 북한에 대해 가장 많은 헤게모니를 지닌 중국은 한반도 안보에 있어 위협적인 존재가 아닐 수 없다. 60여 년 전 유엔군에 의해 이 땅에서 쫓겨났던 인민해방군이 언제 어떤 형태로 다시 한반도에 발을 들여놓을지 모를 일이다. ‘되놈(중국 놈) 되(다시) 나온다’는 구절이 결코 허언(虛言)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참요의 예언대로 일본은 결국 다시 일어났다. 그것도 세계 몇 손가락 안에 드는 경제대국으로 눈부신 성장을 했다. 전범(戰犯)국가로 낙인 찍혀 두 번 다시 전쟁을 할 수 없음에도 헌법까지 바꿔가며 전쟁 가능국가로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다. 군국주의에 대한 환상과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과거 자신들이 저질렀던 천인공노할 만행들을 깡그리 부정하고 적반하장으로 우리를 겁박하고 있다. 독도 영유권 주장, 역사왜곡 등 수많은 망동에 이어 최근에는 우리 사법부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빌미로 전방위적 경제보복을 가해오고 있다. 이러한 일본의 압박이 경제보복에서 끝날 것이라고 보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다. 그들은 지금까지 무수한 돈과 시간을 투자해 다져온 친일세력을 기반으로 한국을 정치, 경제, 안보 등 모든 면에서 종속국가로 만드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하고 있다. 1인당 GNP(국민총생산) 3만 달러를 넘어선 한국은 이미 만만한 ‘조센징’이 아니다. 한시 바삐 손을 쓰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인 것이다. 만에 하나 북한하고 손이라도 잡는 날에 더 이상 어찌 해볼 도리가 없게 된다. 그동안 한국을 상대로 누리던 수많은 이익들이 물거품이 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오히려 동북아에서 ‘왕따국가’로 전락할 우려마저 없지 않다. ‘섬나라 대장’ 아베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74번째 광복절을 맞으며 그 당시 민중들이 우국(憂國)의 마음을 담아 불렀던 민요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역사는 되풀이 된다고 했거니와 그 때나 지금이나 한반도 주변에는 호시탐탐 우리를 노리는 강대국이 버티고 있으며 매국노와 애국자, 친북·친일세력이 엄연히 존재한다. 민주국가에서 북한이나 일본을 좋아하는 것은 개인 취향으로 통제받지 않지만 국가의 이익에 등을 돌리고 무력도발을 일삼거나 경제전쟁을 걸어온 적에게 유리한 언행을 일삼는다면 이는 흉심(凶心)을 품은 매국노로 봐도 무방하다. 겉으론 간사스런 말로 민심을 오도(誤導)하지만 그들이 노리는 것은 적전분열(敵前分裂)이다. 적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고 자신들의 이익을 취하려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인 것이다. 이러한 이적(利敵)행위를 일삼는 매국노를 이 땅에 발 붙이지 못하게 할 국민적인 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나야 한다.

70여 년 전 ‘조선 놈 조심해라’는 민중들의 외침이 오늘날까지도 생생히 들리는 듯하다. 74번째 광복절을 맞으며 다시는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지금 각자의 위치에서 무엇을 하는 것이 진정 최선의 길인지 반추해 봐야할 때다.

모용복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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