週 52시간제·최저임금 인상의 역공
  • 조현집기자
週 52시간제·최저임금 인상의 역공
  • 조현집기자
  • 승인 2019.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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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공단 7월부터 주52시간 근무제 시행… 급여 줄자 투잡 등
식당가 점심시간 지나면 썰렁… 공사장도 5시 이후 인적 끊겨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직원이 상품을 정하고 있다. 뉴스1
#포항철강공단 내 모 업체에 근무하는 김 모(37·포항 북구 두호동)씨는 요즘 퇴근 후가 더 바쁘다. 오후 6시께에 퇴근하면 집에서 간단하게 식사한 뒤 곧바로 대리운전 사무실로 나간다. 사무실에서 기다리다 콜이 들어오면 현장으로 나선다. 김씨가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새벽 1~2시까지 5~6시간 정도 일하고 손에 쥘 수 있는 돈이 대략 5~6만원선. 한달에 20일 이상 일하면 100만~120만원 정도 벌 수 있다. 한창 크는 애들 우유 값과 학원비 일부는 충당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피곤하지만 술을 안마시게 되고 돈을 번다는 점에서 부인이 무척 좋아한다.



#포항시 남구 대이동의 모 한식당.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 3시부터 5시까지는 식당 문은 열려 있는데 불이 꺼져 있다. 그리고 서빙하는 여종업원은 보이지 않는다. 식당 주인 한 모(55·여·북구 용흥동)씨는 “점심시간 후 1~2시간만 지나면 서빙하는 아르바이트 여종업원 2명을 퇴근시켰다가 6시 이후 다시 나오도록 한다”고 했다. 최저임금(시급 8590원)을 적용하면 4시간 동안 한 사람당 3만5000정도를 절약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식당뿐만 아니라 지역내 대부분의 식당들이 최저임금 인상 후 이런 근무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포항시 북구 흥해읍 모 24시 마트. 이 마트 점주 임 모(62·여·북구 죽도동)씨는 요즘 오후 4시부터 밤 10시까지 6시간 동안 알바(아르바이트)대신 자신이 직접 마트에서 일한다. 예전엔 대부분 알바로 채웠으나 시간당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바뀐 변화다.

임씨는 “종전에 알바를 3~4명 정도 채용해 마트 일을 시켰는데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심야시간대 알바 1~2명만 쓴다”면서 “남편이 새벽부터 오후 4시까지 하고 내가 이어서 한다”고 했다. 임씨처럼 24시 마트는 인건비 비중이 가장 크게 차지한다. 알바 대신 부부가 직접 뛰어야만 그나마 알바 인건비를 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포항시 북구 흥해읍 초곡리의 모 공사장. 한창 일하기 좋은 시간대인 오후 5시 이후부턴 아예 인적이 끊겨 적막강산이다. 한낮엔 더워서 일을 못하고 가장 일하기 좋은 시간대인 오후 5~7시에는 공사장에 사람 구경하기 힘들다. 주 52시간이 가져다준 신풍경이다.

현장소장 박모(57)씨는 불만부터 쏟아냈다. 그는 “오전 8시부터 일하기 시작해 한낮 무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하는 피크타임까지 주고나면 정작 일하는 시간은 고작 5~6시간에 불과하다”면서 “무더위를 피해 가장 일하기 좋은 시간대인 오후 5시 이후엔 주 52시간에 걸려 막상 일을 시킬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영덕군 병곡면 원황리의 모 비닐하우스 농장. 농장주 남 모(61·여)씨는 젊은이들이 도시로 떠나자 40대 중국인 부부를 채용, 함께 일하고 있다. 이들 중국인 부부는 이곳에서 남씨와 한집에서 살면서 식구처럼 지낸다. 물론 숙식도 다 이곳에서 해결한다.

남씨는 “한집에 살다보니 일 시키기가 좋다. 아침부터 함께 작업장에 나갔다가 부인은 식사일도 맡아 하고 남편은 비닐하우스의 모든 궂은일까지 도맡아 하고 주 52시간 근무제도 피할 수 있다”고 했다. 남씨가 이들 부부에게 지급하는 한달 급여는 500만원선. 중국인 부부에게는 비교적 큰 돈이지만 남씨에게는 돈 못지않게 얻는 것이 더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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