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과 패전, 그 미완의 이야기들
  • 경북도민일보
광복과 패전, 그 미완의 이야기들
  • 경북도민일보
  • 승인 2019.08.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8월 15일은 우리에겐 광복이요 일본에겐 패전을 기억하게 하는 날이다. 우리는 36년간의 일제 식민지 시대를 마감하는 의미 있는 날이며, 일본에겐 군부의 대동아공영권 망령이 실패로 돌아가고 일왕의 항복 선언이 국민들에게 들리던 날이다. 우리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학계 전반에 갑자기 들이닥친 변화로 혼란을 겪었으며, 일본은 맥아더군정이 시작되면서 전범 재판과 일본 국민 전체의 가해 망상과 패전 콤플렉스가 곳곳에서 드러나게 되었다.

한국의 신탁통치는 3년간, 일본의 군부 지배는 10년 가까이 지속되었다. 한국은 그 기간 안에 혼란을 구조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는 없었고 미완의 제헌절과 대통령 취임을 맞게 되었으며, 일본은 국가 전반에 구조적인 개조와 정리, 혁신의 기간을 미국의 지도하에 이룩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한반도에서 발생한 육이오 사변은 일본의 국력이 다시 한 번 일어서게 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전범국가 일본의 전범 기업들은 폭증하는 한국 전쟁의 무기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미국의 묵인 하에 미국의 원조 자본으로 급속한 기술개발과 생산력을 회복하게 되었다. 어느 틈에 일본의 군부 망령은 반성의 기색을 은근 슬쩍 아시아 안보 기여라는 군비 생산으로 덮었고, 경제 동물로서의 야심과 본성을 유감없이 드러낼 수 있었다.

한국은 국가 체제의 기본적인 기반을 제대로 갖출 여유도 없이 동족상잔의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치루어 내는 동안에 식민지 지배 기간 중에 자행된 각종 죄악과 폭압에 대한 역사적인 점검을 제대로 할 수 없었고 반일과 좌경과 친일, 친미 등의 외교적 인식 형성도 불가능하게 되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 기생하는 친일, 좌익 등 이데올로기들은 한국전쟁을 전후한 시대적 혼란 상황 속에서 다양한 가짜 뉴스와 견강부회를 보약으로 오랜 기간 합리화 과정을 거쳤다. 일부에서는 스스로 논리를 가공, 재생산함으로써 지금은 자신들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정확한 개념 확립이 없이 집단과 진영의 논리를 국민교육헌장처럼 되뇌고 있는 현실이다.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는 상황이다.

무수한 외세의 침략을 오로지 백성들의 희생과 투쟁으로 견뎌내 온 이 나라가 아직도 국가 전략보다 외세를 활용하는 것을 손쉽게 생각하는 일부 집단들의 장난에 언제까지 놀아날 것인지 더 이상 국민들은 침묵해서는 안 된다. 양극단을 엄중히 꾸중할 수 있는 국민적 지각 능력과 인식을 확립해야 할 때다. 친일을 청산하고 좌익을 척결하는 이 모든 일들이 국가를 반석 위에 올려놓는 대의명분위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일본은 미국의 페리 제독의 함포 외교에 굴복한 뒤 부국강병을 위해 국론을 모았다. 무사 정권의 잔재로 전국적인 전란이 사그라지지 않았지만 어쨌든 유신과 개화를 위한 방향에 집단과 파벌의 이해를 잠시 내려놓고 방향을 맞췄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지를 못했다. 아직도 ‘건국을 70년으로 할 지, 100년으로 할 지’ 논란이 있으며 ‘강제 징용이 있었다 없었다 위안부가 매춘이다 아니다’로 나라가 사분오열되어 있다.

최근 주한 일본 대사가 바뀌어 한국 정부의 ‘아그레망’ 절차가 진행 중이다. 장인과 사위의 관계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으나 새로 부임할 대사의 장인은 일본 우익의 선봉장으로 자위대의 군대화에 불을 지핀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라는 사실이 섬뜩하게 와 닿는다. 1970년 11월 25일 일본 자위대 본부 발코니에서 일본 우경화를 촉구하면서 할복자살로 생을 마감한 그의 유령이 되살아나 우리 하늘을 떠도는 느낌이다.

유니클로, DHC 등 일본 기업의 행태가 한국 사회와 국민을 조롱하는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 한국 시장의 매출 감소와 일본 내 극우 단체들의 지지를 통한 영업이익 증가를 면밀히 계산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부디 그 계산이 빗나가길 바란다. 이와 함께 반도체, 소재산업 등 경제구조에 있어서 기본적인 국제 분업의 합리성을 도외시한 무분별한 감정싸움으로 국익을 도외시하는 일도 없어야 할 것이다.문충운 환동해연구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