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시냇가 낚시의 즐거움을 느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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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시냇가 낚시의 즐거움을 느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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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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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영의 클래식 이야기
슈베르트 피아노5중주 ‘송어’
김일영 포항유스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김일영 포항유스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요즘 무더위도 한풀 꺽이고 밤이면 가을 소식을 미리 알려주는 풀벌레 소리들이 요란하다. 이맘때면 저녁 기온이 선선해서 동네 한바퀴 돌며 산책도 좋고 운동하기도 참 좋은 계절인 것 같다. 작년부터 모 종편 TV에서 유명연예인들이 배를 타고 낚시를 하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낚시는 요즈음 인기가 절정인 취미가 되었다. 그 영향으로 필자도 같은 동네 아저씨들과 낚시를 즐기는데 낚시를 잘 못하는 왕초보이지만 동네 동호회 아저씨들이 다함께 하는 자리는 꼭 참석하려고 한다.

낚시의 매력은 고기를 잡는 스릴도 있지만 이런저런 세상 이야기하며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참 좋다. 비단 낚시가 아니더라도 같은 취미로 사람을 사귄다는 것은 요즘 같은 바쁜 세상에 삶의 쉼표를 잠시나마 느끼게 해주는 정신건강의 비타민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오늘은 알프스 여름, 시원한 시냇가 낚시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음악인 슈베르트의 작품 ‘피아노5중주곡 송어’를 소개해본다.

-슈베르트의 밝고 순수한 곡 ‘송어’

학창시절 음악시간에 슈베르트는 가곡의 왕, 1000곡이 넘는 음악작품을 작곡한 유명한 작곡가라고 기억이 어렴풋이 날것이다. 그는 천재음악가였고 31살의 짧은 생을 살았지만 그의 생은 결코 짧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작품을 후대에 남겨주었다. 그의 음악은 ‘희로애락’이라는 삶의 철학으로 오늘날 감상하는 이로 하여금 큰 감동을 전해준다. 그의 대표작품 연가곡집 마왕, 아름다운 물레방앗간의 처녀, 겨울 나그네, 관현악곡 죽음과 소녀, 미완성 교향곡을 비롯한 수많은 가곡과 독주곡들은 오늘날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슈베르트의 작품 모두가 그렇지는 않지만 그의 대표적인 작품은 대부분의 어둡고 슬프고 우울하다. 하지만 오늘 소개할 피아노 5중주 ‘송어’는 슈베르트의 여느 작품과는 달리 몇 안 되는 밝고 따뜻한 작곡자의 순수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 오늘날 전 세계 클래식마니아들에게 크게 인기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가난했지만 인복이 많았던 슈베르트를 위한 모임

집도 없고 절도 없는 슈베르트는 말 그대로 가난한 음악가였다. 그는 출세욕과 부에 대한 욕심 없이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하며 변변한 옷가지 하나 없는 볼품없는 젊은이였다. 재산이라고는 오로지 기타 한대, 이런 특이한 개성을 가진 천재작곡가에게 다행히도 그를 위한 모임이 있었는데 ‘슈베르티아데’라고 하는 슈베르트를 돕는 모임이 있었다. 이 모임에는 슈베르트의 친구 슈파운을 비롯해서 시인 마이어호퍼, 천재 화가 슈빈트, 빈 국립오페라의 명 바리톤 가수인 포글 등이 있었는데 당대 유명 예술인 및 유명 인사들의 모임이었다. 이들은 밤마다 카페에 모여 음악을 연주하고 감상하고 춤을 추며 시와 문학을 논했다. 이 모임은 슈베르트의 짧은 인생과 함께 끝나버렸지만 이들로 인해 슈베르트의 수많은 초상화도 오늘날 볼 수 있고 그들이 만든 시로 인해 슈베르트는 주옥과 같은 명 작품들을 만들 수 있었다.



-알프스의 시원한 여름을 느끼게 해주는 ‘송어’

원래 ‘송어’는 슈베르트가 노래를 위해 가사가 있는 가곡으로 만든 것으로 1817년에 작곡되었다. 가곡 송어는 슈베르트티아데라는 모임에서 처음으로 공연을 했고 당대의 명 바리톤 가수 요한 포글(Hohann Vogl)이 노래를 불러 매우 유명하게 된 가곡이다. 가사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거울같이 맑고 투명한 강가에 송어가 화살처럼 헤엄치고 노는데 낚시꾼이 낚시를 드리웠지만 물이 너무나 맑아 낚시가 전혀 되질 않으니 낚시꾼이 강에 들어가 물을 흙탕물로 흐리게 해서 송어를 속여 잡는다는 유쾌하고 명랑한 송어낚시의 재미있는 광경을 묘사한 가곡이다.

하지만 원곡보다 더 유명하게 된 이 피아노5중주 송어는 슈베르트의 나이 22세 때(1819년) 명가수인 포글(바리톤)과 오스트리아 북부지역 슈타일이나 린츠 방면으로 피서를 겸한 연주여행을 했을 때 성악곡에서 기악곡으로 다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 두 사람은 7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 피서지에서 머물며, 슈타일의 광산업자인 ‘실베스터 파움가르트너’의 정성스럽고 융성한 대접을 받으며 지냈다. 이런 인연으로 인해 ‘실베스터 파움가르트너’는 슈베르트에게 자신이 직접 연주할 수 있는 작품을 하나 부탁했다. 이왕이면 이미 널리 알려진 슈베르트의 송어 멜로디를 주제삼아 5중주곡을 작곡해달라는 부탁했는데 이 피아노 5중주곡은 슈베르트가 작곡한 최초의 걸작 실내악곡이 되었다.

이 작품을 ‘송어’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도 제4악장이 1817년 봄에 작곡된 성악곡 ‘송어’라는 제목과 멜로디를 주제로 기악 변주곡으로 다시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감상해보면 전체적으로 상쾌하고 신선한 유럽의 알프스 자락의 향취이다.



- ‘숭어’ 표기는 일제의 실수

우리나라 사람들은 슈베르트의 ‘송어’를 ‘숭어’로 많이 잘못 알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교과서나 전문 음악 잡지나 음반에서도 ‘숭어’로 잘못 표기되고 있다. 슈베르트의 송어는 일제강점기 시대 때 우리나라에 알려지게 되었으나 일본사람들이 송어를 숭어로 잘못 표기하는 바람에 아직까지 숭어로 아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성악곡 송어의 가사에도 알 수 있듯이 가사 중에 맑은 시내라는 대목이 분명히 있다. 송어(trout)는 회로 먹으면 아주 맛이 좋은 연어과의 값이 비싼 고기인데 반해 숭어는 값이 저렴하다.

이렇듯 분명히 송어는 민물물고기임에도 바다에 사는 숭어로 잘못 표기되었다고 한다. 이것은 일본의 잘못된 문화의 잔재가 아직 우리나라에 많이 남아 있다는 증거인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일본의 잘못됨을 씻어내려 하고 있다. 잘못된 일본의 역사 인식처럼 슈베르트의 숭어라는 제목을 원래대로 송어로 다시 널리 알리는 것도 일본산 불매운동을 함께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김일영 포항유스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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