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에 어른이 없으면 빌려라
  • 손경호기자
집안에 어른이 없으면 빌려라
  • 손경호기자
  • 승인 2019.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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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부터 2017년 대선
지방선거까지 3연패 한국당
내년 4월 총선도 위기감 엄습
친이·친박·비박 계파 넘어설
강력한 보수원로 모셔야할 때
‘한 사자가 이끄는 양 무리가
양이 이끄는 사자 무리 이겨’
흔히 분란이 일어나거나 가족들이 모두 제멋대로여서 엉망진창이 된 집안을 ‘콩가루 집안’이라고 한다.

역사 속에 대표적인 콩가루 집안은 견훤 일가다. 견훤이 후백제를 건국했지만 상주지역을 지배하던 아버지 아자개는 오히려 고려 왕건에 협력했다. 견훤도 왕위 계승 문제로 장자(長子) 신검이 동생을 죽이고 자신까지 폐위시키자 왕건에게 가서 결국 자기가 만든 후백제를 멸망시켰다.

요즘 자유한국당을 생각하면 ‘콩가루 집안’이라는 말이 먼저 떠오른다. 서로 잘 뭉쳐지지 않는 성질때문에 콩가루는 흐트러지거나 유대 관계가 깨어져 버린 상태를 비유적으로 이른다. 한국당은 2016년 20대 총선 패배부터 굵직한 선거에서 이미 3연패(連敗) 했지만 아직도 병든 닭처럼 맥을 못 추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2017년 대선 패배, 2018년 지방선거 참패에 이어 내년 총선 위기감까지 4연패 위기감까지 엄습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한국당 내에서는 아직도 계파 갈등을 수습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내년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각종 감투를 놓고 계파 갈등이 더 첨예해지고 있다.

친이 vs 친박, 친박 vs 비박으로 갈라져 상살(相殺)만 하니 연거푸 3연패는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한국당이 계파 갈등으로 허송세월하는 동안 더불어민주당은 20년 장기집권의 기틀을 다지게 됐다. 경제 위기, 안보 위기 상황에서 민주당이 또다시 내년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보수는 더 이상 대한민국에서 발을 붙이지 못하게 되지 않을까?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최근 ‘보수통합’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황 대표에 따르면, 20번의 총선에서 자유 우파 정당이 이긴 것이 15번이고, 패배한 5번은 분열했기 때문이다. 보수통합을 위해 황 대표는 자신을 내려놓겠다는 뜻도 밝혔다. 하지만 자신을 내려놓겠다고는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국민들에게는 공염불일 뿐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황교안 중심 보수통합론과 안철수·유승민 등 보수진영 인사 끌어안기 등 다양한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친박, 비박에 이제 총선용 용병까지 끌어들어 봐야 총선용 이합집산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계파 갈등으로 지리멸렬한 한국당과 통합에 나설 정당도 찾기 쉽지 않고, 총선용 불쏘시개가 되겠다고 용병을 자처할 정치인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일부 전직 의원·단체장을 비롯 공천에서 배제되는 현역 국회의원들이 무소속이나 우리 공화당 등으로 출마해 한국당이 사분오열될 가능성 더 큰 상황이다.

한국당이 보수통합의 구심적이 되기 위해서는 친박, 비박 등 당내 계파를 뛰어넘을 수 있는 강력한 지도자가 필요하다. ‘한 마리 사자가 이끄는 백 마리 양의 무리가 양이 이끄는 백 마리 사자 무리를 이긴다’. 바로 지도자의 리더십을 이야기할 때 인용되는 문구처럼 말이다.

한국당 중심의 보수통합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보수 원로들의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한국당에는 이회창 전 총재 같은 인물이 필요하다. 한국당의 고질적 계파인 이명박, 박근혜를 뛰어 넘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에서 현역 정치인 누가 나서더라도 친박, 비박 등 계파 갈등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계파 갈등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계파 이전 시대로 눈을 돌리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더구나 이 전 총재는 바른정당파인 유승민, 지상욱 의원과도 각별해 누구보다 한국당과 바른정당파의 통합을 이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의 3연패 고리를 끊기 위해 계파 갈등 종식과 보수통합을 이끌 적임자로 이 전 총재를 꼽는 이유다. 덴마크 속담에 ‘집안에 노인이 없으면 이웃에서 빌려오라’는 말이 있다. 내년 총선에서 보수정당이 진보세력에 패배하면 사실상 ‘보수 궤멸’이라는 표현을 사용해도 큰 이견(異見)이 없을 것이다. 집안에 어른이 없으면 모셔와야 하는데, 있어도 사용하지 않는다면 필패(必敗)만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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