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처럼 배회하는 첫사랑의 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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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처럼 배회하는 첫사랑의 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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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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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Deulist’에서 호흡을 맞췄던 이명세 감독과 강동원이 다시 한 번 야심작을 내놨다.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소개됐던 `M’이 25일 개봉해 일반 관객에게 다가왔다. `빛과 이미지의 향연’이라는 수식어를 받았던 `형사 Deulist’보다 한발 더 성장했다. 빛은 그 자체로 숨을 쉬고 생명을 얻었다. 뚜렷한 의미를 던지는 미장센은 영화촬영기법의 교과서가 될 만하다.
 
 
 
 
 
M
 
다소 불친절한 이명세 감독표 미스터리 멜로
꿈과 현실 오가는 잃어버린 기억 찾기   
 
 
 작정하고 만들었다. 대중과의 적당한 타협보다는 올곧이 장인 정신을 택했다. 여기서 M은 마에스트로(Maestro)의 M이다. 그러나 영화에서 관객은 어떤 존재인가? 여기서 M은 미스터리(Mystery)의 M이다.
 이명세 감독의 야심작 `M’(제작 프로덕션M)이 베일을 벗었다. 뚜렷한 의미를 던지는 미장센은 몇 줄로 이야기를 요약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어 보인다.
 이야기가 아닌 머릿속 심연의 세계를 눈으로 느끼고자 했던 감독의 집념은 한민우의 집 세트에서 드러나듯 새로운 공간 개념과, 충무로 골목길을 몽롱한 경계의 세계로 만든 새로운 시각으로 탈바꿈시켰다. 또 역할 바꾸기라도 하듯 상대의 심리를 꼬집어내고 싶은 은밀한 욕망을 낯선 발성으로 표현했으며 과거와 현재, 꿈과 현실을 숨가쁘게 교차하는 부유의 세계를 음악과 음향으로 잡아냈다.
 어느 장면 하나 그냥 넘길 장면이 없다. 이 영화에선 문고리, 상갓집의 천막까지도 존재감을 부여받았다.
 그럼에도 굳이 스토리를 말하자면 `완벽한 약혼녀를 둔 천재 미남 베스트셀러 작가의 첫사랑 회상기’다. 경제적 곤란과 창작의 벽에 부딪힌 천재 미남 작가 한민우는 어느 날 누군가 자신을 쫓고 있음을 느끼며 불안에 떤다. 낯선 골목에서 찾아낸 루팡바에서 그는 미미를 만난다. 첫사랑 미미는 그의 곁을 맴돌지만 민우에게는 자신을 사랑하는 완벽한 약혼녀 은혜가 있다. 은혜는 민우가 점점 더 낯설어진다.
 미미는 과거의 인물이고 꿈의 세계이며, 은혜는 현재의 인물이고 현실의 세계다.
 한민우는 미로 같은 집과 낯선 골목길과 묘한 분위기의 루팡바, 햇살이 눈부신 커피전문점 앞 거리, 네모난 액자ㆍ네모난 벽ㆍ네모난 탁자가 인상적인 일식집을 오가며두 세계를 교차한다.
 `형사 Deulist’마저도 강동원의 열혈 팬과 확고한 스타일리스트로 자리잡은 이 감독의 지지자 외에는 화려한 영상이긴 한데 이야기 전개는 도통 모르겠다는(드라마`다모’와 같은 원작이라는데 도대체 뭐가 같다는 건지 이해하기 힘들다는) 관객의 어색한 반응으로 인해 썩 좋은 흥행 결과는 얻지 못했다.
 감독은 그게 중요하지 않았나 보다. `M’에서 그는 관객과의 교감보다는 자신의 창작 작업에 더 집중했다. 관객의 존재를 결코 무시하지 않았겠지만 감독의 세계를 일반 관객이 따라오기란 숨이 벅차다.
 또한 감독은 영화에 대한 자신의 견해와 관객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에두르지 않고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Less Poetic, More Specific’
 영화 속에서 현대 예술이 상업성을 갖기 위해 지녀야 할 덕목이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이 현상을 신랄히 비꼬고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할 관객은 없을 것. 시시콜콜한 이야기, 말로 설명되는 전개 방식을 더 좋아하는 한국의 평범한 영화 관객에게는 듣기 불편한 메시지가 된다.
 “나는 나중에 당신이 오래 많이 많이 슬퍼했으면 좋겠어. 재밌는 영화를 보다가도 내 생각이 나서 눈물을 흘렸으면 좋겠어”라는 미미의 혼잣말은 감독이 이 영화를통해 관객에게 바라는 바. 미미는 누구에게든 첫사랑의 존재를 떠올리게 하며, 첫사랑은 대부분 아프고 아리고 절절하듯 이 영화가 관객에게 그렇게 다가가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음을 또한 관객이 눈치챌 수 있다.
 늘 영화사에 기억나는 미쟝센을 고집하며 자신의 세계를 확장하면서도 대중 옆에 서고자 했던 의지를 보였던 감독은 점점 더 자신의 방식에 관객이 맞춰주길 원하는 듯하다.
 첫사랑을 보는 시각 역시 바뀌었을까. 1993년작 `첫사랑’의 순수한 감성은 2007년에는 공포영화의 한 장면처럼 끄집어내기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환치됐다. 그 고통의 표현이 너무 극심해 첫사랑의 기억을 온전히 받아들였을 때 느끼는 편안함이 이를 상쇄해주지 못할 정도.
 `M’에서 배우는 철저히 장면을 완성시키는 도구다. 그 자체의 생명력보다는 빛과 어둠 안에 있을 때, 음악에 갇혀 있을 때 움직임이 느껴진다.
 강동원은 많은 사람들이 입을 모아 말하듯 지금까지보다, 앞으로의 가능성에 더주목받고 사랑받는 배우다. 가능성에 대한 기대는 한 편의 필모그래피를 추가할 때마다 더 긍정적으로, 더 크고 높아진다.
 그는 어쨌든 최선을 다했고, 그의 노력은 고스란히 스크린에 담겨 있으니 강동원의 팬들은 기대해도 좋을 듯.
 공효진은 세월이 흐를수록 더 세밀히 들여다보게 만드는 배우다. 굳이 가장 앞에 있지 않더라도 자기 자리를 기쁘게 찾아가는 배우다. `행복’이 그렇고 `M’이 그렇다. 공효진이기에 영화 속에서 가장 현실적인 인물인 은혜가 덩그라니 서 있는 게이상하지 않다.
 이연희는. `백만장자의 첫사랑’ 단 한 편의 영화로 현빈보다 주목받았던 이 신예 배우의 맑은 눈빛과 깨끗한 얼굴은 누구나 꿈꾸는 첫사랑의 편린이다. 다만 불안정한 대사 처리가 정체불명의 미미만큼이나 불안을 가중한다.
 강동원과 이연희의 아름다움은 마침내 한민우가 미미임을 알아차리고 둘이 마주보며 웃다 울며, 또 울다 웃는 흑백 톤의 장면에서 만끽할 수 있다.
 이 감독은 성찬(盛饌)을 차려놓고 평론가를 불러모으고, 영화인을 자극하며, 관객의 표정을 살피려 한다. 물론 여기서 가장 중요한 존재는 관객일 텐데, 과연….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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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비디오  '형사 Due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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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의 영화

 
 
 TV 드라마로 성공을 거뒀던 방학기의 만화 `다모’를 원작으로 한 영화 `형사 Duelist’는 이명세 감독 특유의 색상이 거침없이 보여진 작품이다. 현실의 시간과 인물의 움직임은 극단적으로 길어졌다 짧아졌다를 반복하며 강렬한 색과 빛의 대비, 그 속에 담긴 액션의 화려함으로 공간은 몽환적인 이미지들로 가득차 있다.
 대사 역시 의미 자체보다는 극의 전체를 아우르는 리듬감의 한 부분일 뿐. 역모를 꾀하는 무리들과 그들을 잡으려는 포교들 간의 대결이라는 단순한 줄거리는 흔하고 빈약한 대신 리듬감과 속도감을 갖췄다.
 이야기는 `뻥쟁이’ 장돌뱅이가 들려주는 입담의 형식을 빌린 액자식으로 구성돼 있다.
 조정의 어지러움을 틈타 가짜 돈이 유통되고, 좌포청의 노련한 `안포교’(안성기)와 물불 안 가리는 의욕적인 신참 `남순’(하지원)은 파트너를 이뤄 가짜 돈의 출처를 좇는다.
 범인을 찾던 중 수면 위로 떠오른 사람은 정체를 모를 자객 `슬픈 눈’(강동원). 병판대감(송영창)이 사건의 주모자라는 심증은 있지만 물증을 찾는 게 문제다.
 첫 대결에서 달빛 아래 마주 선 두 사람. 선머슴 같은 여형사 남순, 그리고 고독한 자객 `슬픈 눈’은 그만 여태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사랑이라는 낯선 감정을 느껴버리고 만다. 위장해 잠입도 하고 드러내놓고 쳐들어가기도 하면서 자주 마주치게 되는 두 사람. 시간이 지날수록 사랑의 감정은 점점 애절해지고 그만큼 서로 죽여야 하는 상황이라는 아이러니는 커져간다.
 영화는 무협물의 겉모습을 지녔지만 그 안에는 두 인물의 멜로가 주축이다. 인물들의 사랑이 담긴 곳은 다른 영화처럼 달콤한 말이 아닌 검과 검이 부딪치는 대결. 사랑은 밀고 당기는, 공격하고 피하는, 그리고 쫓고 쫓기는 결투를 통해 전개가 된다.
 기둥을 이루는 스토리는 빈약한 편이지만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넘나들며 날아다니는 인물들의 역동성은 이를 채우고도 남을 만큼 풍부하다. 감정은 이미지들의 분출을 통해 연결되며 사랑은 휘두르는 칼과 이를 바라보는 눈빛 사이에서 피어난다.
 이 감독의 에너지는 지독히도 강렬한 이미지에서 특히 빛을 발한다. 역동적인 한낮의 장터와 홍등가의 불빛, 그 위에 흐르는 달빛, 그리고 결투를 벌이던 눈밭과 골목길은 붓 터치가 살아있는 한편의 그림처럼 눈에 각인되고 형사와 자객의 사랑은 한편의 시처럼 가슴에 들어온다.
 2005년 9월 개봉작. 12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11분. 
 /남현정기자 n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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