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에 과학 입힌 ‘제로’와 포항의 만남은 필연”
  • 이경관기자
“예술에 과학 입힌 ‘제로’와 포항의 만남은 필연”
  • 이경관기자
  • 승인 2019.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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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현대미술에 영향 준 ‘제로’
기술·예술 만남으로 새 도약하는
포항시의 미래 방향성과 같아
아시아 미술관 최초로 연 전시
세계 미술계 주목 받는 계기되길”
제로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갑수 포항시립미술관장.
코로나 보레알리스 작품 앞에서 오토 피네, 1966, 빌 워서먼,현대미술연구소, 미국.

영일만의 기적으로 대한민국 근대 발전을 이끌었던 ‘철강도시’ 포항은 이제 ‘해양문화’와 ‘문화예술’의 도시로 또 다른 항해를 시작했다.

포항은 ‘철’이라는 역사성과 상징성으로 기반으로 전 세계 유례 없는 독특한 예술장르인 ‘스틸아트’을 탄생, 스틸아트도시 포항으로 그 브랜드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단연 스틸아트뮤지엄을 표방하며 올곧게 한 길만 가고 있는 포항시립미술관이 있다.

포항시립미술관은 올해로 개관 10주년을 맞았다.

미술관은 개관 10주년과 포항시 시승격 70년을 기념해 3년 동안 야심차게 준비한 특별전 ‘제로 ZERO展’을 최근 개막했다.

독일에서 시작된 국제미술운동의 하나인 ‘제로’는 현대 미술에 많은 영향력을 끼쳤다.

특히 이번 전시는 아시아 미술관 첫 번째 대규모 전시로 전세계 미술계에서 주목 받고 있다.

최근 전시를 오픈하고 더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김갑수 포항시립미술관장을 만나 이번 전시와 미술관 개관 10주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포항시립미술관이 개관 10주년을 맞았다. 소회는.

“포항은 산업도시로 과거 문화불모지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그러나 최근 10년간 많은 성과를 거두며 문화예술 도시로 새로운 도약을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포항시립미술관은 지역성에 기반한 ‘철’ 즉 ‘스틸’을 중심으로 한 미술관을 표방하며 다양한 전시와 연구에 매진해 왔다. 미술관은 단순 갤러리가 아니라 전시와 연구, 수집이 함께 이뤄져야 하는 미술전문 박물관이다. 포항시립미술관은 지역 국공립 미술관으로서 지역미술계를 조망하고, 지역성에 기반한 스틸아트 연구에 매진하는 등 많은 성과를 거뒀다. 특히 포항뿐 아니라 영남지역의 미술사 연구에 매진해왔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애써준 학예사들과 미술관 행정에 힘써준 공무원들, 시민들이 작품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해준 도슨트를 비롯 많은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개관 10주년 기념전으로 ‘제로展’을 선보였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제로展’은 포항의 미래 방향성, 우리 미술관의 정체성과 그 궤를 같이 한다. 제로는 1950년대 후반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태동한 ‘국제미술운동’이다. 주목할 점은 ‘제로’가 미술과 과학이 융합한 새로운 미술을 처음으로 탄생시켰다는 것에 있다. 제로는 순수한 예술의 토양에서 과학과 융합한 예술, 빛과 공기, 불 등 비물질적인 재료를 예술로 표현하는 말 그대로 ‘새로운 미술’을 세상에 내놨다. 포항시립미술관이 추구하는 ‘스틸아트뮤지엄’ 역시 과학과 예술이 결합한 것으로 예술에 과학을 처음으로 입힌 제로와 기술과 예술을 만남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포항의 만남은 어쩌면 필연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국제적미술운동으로 세계 현대 미술에 큰 영향력을 미쳤지만 아시아 미술관에서는 한 번도 전시가 열린 적이 없어 포항시립미술관이 이번 전시를 통해 세계 미술계에 주목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작품을 보니 꽤나 어렵더라. ‘제로’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준다면.

“‘무’(無)를 뜻하는 제로에는 무전제적이며 절대적으로 순수한 예술의 토양에서 완전히 새롭게 출발하겠다는 미술가들의 확고한 의지가 투영돼 있다. 나는 제로를 ‘2차 세계대전으로 폐허가 된 위에 피어난 미술의 꽃’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전쟁으로 무너진 사회 속, 인간의 존엄성은 사라졌고, 이성보다 본능이 중심이 된 사회에서 예술은 여전히 ‘아름다움’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것에 회의감을 느낀 독일 출신의 미술가 하인츠 마크, 오토 피네, 귄터 위커가 주축이 돼 기존 미술의 형식과 내용을 부정하고 예술과 기술이 융합되고 빛과 움직임 등과 같은 비물질적인 재료가 작품에 사용하는 ‘새로운 미술’을 다시 시작했다. 그것이 제로다. 무너진 사회에서 제로 운동을 펼쳤던 작가들은 예술아름다움보다 더 중요한 어떤 ‘삶에 대한 의미’를 찾고자 했을 것이다. 그렇다 보니 인간의 삶과 가까운 물과 불, 빛, 공기 등을 통해 이야기를 시작했고 그것은 예술과 과학이 결합한 그 중간의 영역에서 독창적인 현대미술을 꽃피운 것이다. 척박한 땅일 수록 강인한 꽃이 핀다고 하지 않나. 결국 제로는 고통 속에서 발버둥쳤던 예술가들이 다시 살아가기 위해 쉬었던 깊은 첫 한숨에서부터 비롯됐을 것이다.”



-주목할만한 작품은.

“이번 전시에는 마크, 피네, 위커를 포함해 제로운동에 참여했던 주요작가들의 대표작 48점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 뮌헨 올림픽의 폐막식을 장식했던 오토 피네의 ‘피어나는 검은 루시, 피어나는 하얀 릴리’를 비롯 알루미늄의 재료적 특징을 이용해 빛과 움직임이 서로 유기적으로 작용하는 조각 작품들을 선보이는 하인츠 마크의 작품, ‘못’ 작업으로 유명한 귄터 위커의 키네틱 작품 등이 있다.”



-앞으로 미술관 운영 계획은.

“먼저 10주년 특별전인 ‘제로展’이 내년 1월 27일까지 진행된다. 많은 시민들과 국내 많은 미술 애호가들이 전시를 관람할 수 있도록 적극 홍보에 나설 예정이다. 또한 포항시립미술관은 ‘시민이 감동하는 작지만 차별화 된 세계 속의 미술관’을 표방하며 10년 동안 달려왔다. 앞으로도 시민이 미술과 가까이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스틸아트뮤지엄으로서 미술관의 위상을 세계에 알릴 수 있도록 힘쓸 것이다. 포항시립미술관이 만들어갈 앞으로의 역사에 많은 응원과 지지 보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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