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경(私耕-의정비) 인상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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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경(私耕-의정비) 인상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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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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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수/편집국장

 가을걷이가 본격 시작된 10월 들어 한 해 머슴살이 세경(의정비) 인상 논란이 지역마다 거세게 일고 있다. 이른바 지방의원들이 내년도 세경 몫을 챙기기 위한 연봉 인상에 목을 매다시피하면서 시민들의 반발 또한 만만찮은 상황이다.
 의정비 인상에서 지방의회는 지자체의 부단체장 임금 수준에 준하는 의회 활동비를 받아야만 원만한 의정활동을 할 수 있고, 무엇보다 시민 대의기구로서의 체면을 세울 수 있다는 당위성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시민들은 지자체의 열악한 재정형편과 지역경제사정 등을 감안해 의정비심의위의 의정비 인상 추진 자체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일부 시민들은 머슴도 상머슴, 중머슴, 애기머슴으로 나뉘듯 의원들의 세경도 의정활동에 준해 차등 지급해야한다는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대구경북지역에서는 이처럼 의정비 인상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면서 경북도교육위의 한 의정비심의위원은 위원직을 전격사임까지 하는 사태가 생겨났다.
 또 대구시 의정비심의위원회에서는 35% 인상안을 접고 동결 쪽으로 방침을 잠정 결정했다한다.
 국회의원의 세비는 원래 공무원이나 일반 노동자가 생계를 위해, 일한 대가로 받는 봉급과는 다른 개념이다.
 지금도 국회의원들은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에서 매월 지급하는 `수당 및 활동비’를 받고 있을 뿐이다. 의회 민주주의가 발달한 유럽국가 의원들의 경우 국가가 보수 지급을 당연시한 20세기 초 이전만 해도 대가를 받는 경우가 드물거나 받더라도 아주 적은 금액이었다고 한다.
 국정을 감시하기 위해 국민들의 대표로 뽑힌 의원이 국정을 집행하는 기관으로부터 보수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늘날과 단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국민을 대표하는 자’로서의 긍지와 도덕적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국회의원의 세비에 해당되는 지방의원의 의정비 인상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지자체마다 내년도 지방의원들의 의정비가 크게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의정비는 무보수 명예직이었던 지방의원들의 자질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올해부터 도입됐다.
 매년 10월 말까지 이듬해의 의정비를 결정토록 되어있다. 그런데 경주시의 경우 올해보다 무려 45.6%가 인상된 의정비를 잠정 확정했다.
 포항시 의정비심의위도 41.9% 인상을 추진, 시민들의 반대여론에 부딪히고 있는 상황이다.
 의정비심의위가 포항의 19세 이상 성인 남·여 724명을 대상으로 지난 10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시민여론조사에서 64.2%가 심의위가 잠정 결정한 인상(41.9%)안에 반대하고 나섰다. 포항시 홈페이지를 통한 인터넷 여론조사에서도 참여자 570명 중 57%(326명)가 `더 적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한다.
 의정비 심의 과정상의 문제를 제기, 위원직을 사직한 한 위원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의정비를 인상하는 쪽으로 끌려가고 있음을 강하게 느꼈다’고 실토했다.
 이처럼 의정비의 성격과 결정되는 과정을 감안하면 지방의회의 의정비 인상 움직임은 우려되는 바가 적지 않다.
 우선 의정비 지출은 국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의 몫이다. 재정 상황이 열악한 기초자치단체의 경우에는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의정비는 지방의회마다 액수가 같은 의정활동비와 지자체의 재정 능력을 감안한 월정수당으로 구성된다.
 지방자치법 시행령에는 월정수당의 경우 지방 재정의 악화를 우려해 지역주민 소득, 지방공무원 보수 인상률, 물가상승률, 지방의회 의정활동 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토록 되어 있다. 즉, 과도하게 의정비 인상을 추진하는 것은 법의 취지에 맞지 않는 일이다.
 의정비 결정 과정에서 공청회나 주민의견조사 등의 지역주민 의견을 수렴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 또한 형식에 그칠 가능성이 많은 것도 문제다.
 의정비 결정은 사실상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장이 각각 5인씩 추천하는 의정비심의위원회에 맡겨져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의정비 심의위원회 회의록은 고사하고 명단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과연 주민의 입장을 반영할 수 있는 인사가 심의위원이 되는 것인지, 주민의 혈세로 지급되는 의정비 심의가 투명하고 엄정하게 이루어지는지를 확인할 방도가 없는 것이다. 지방 재정이 넉넉하고 지방의원들의 의정활동 역시 만족스러운 수준이라면 매년 보수를 인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유급제 이후에도 지방의원들의 활동이 나아졌다고 생각하는 지역주민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지방 의원들은 여전히 겸직도 허용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방의원의 보수를 대폭 인상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의정비 인상론자들은 보수를 더 높여야 유능한 인재가 지방의회에 더 많이 진출하고, 의정 활동 역시 나아질 것이라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진정 지역주민에 대한 봉사 정신과 사명감이 있는 의원이라면 돈 몇 푼에 휘둘릴 이유가 없다.
 그렇잖아도 기초의회의 경우 최근 무용론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방의원 수를 현재의 절반으로 대폭 줄이고,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의원에게 보수를 더 많이 주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역주민의 정서, 여론과 동떨어진 과도한 의정비 책정은 지방자치제도의 정착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도 최근 대선 표밭을 의식한 발언이겠지만 `국민이 세금폭탄으로 어려워하는 상황에서 지방의회의 과도한 연봉 인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지방의원 연봉 인상이 진정 누구를 위한 것인가를 의정비 심의위원들은 곰곰이 생각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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