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선과 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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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선과 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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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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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정보다 국가·국민·역사에
가장 큰 폐해 주는‘독선 정치’
실패 인정을 추락으로 여기고
양보·타협은 곧 패배로 생각
결코 잘못과 실수 인정 안해
국가와 국민은 온갖 갈등과
분열 속에서 갈가리 찢겨져
이 망국의 쟁투를 멈추는 방법
서로 인정하고 화합하는 길 뿐

대중적인 역사학자이자 기자로서 폴리쳐 상을 두 번이나 받았던 바버라 터치먼은 바보들의 행진이라는 그의 저서에서 “인간은 모든 면에서 진보하였지만, 정치만은 3000년 전 그대로이다”며 탄식하였다. 그는 수천 년 동안 실패한 수많은 정치인을 꿰뚫는 공통된 하나의 문장이 있는데 그것은 ‘독선과 아집’이라고 했다.

터치먼은 국민을 힘들게 하고 나라를 잘못되게 하는 네 가지 정치가 있는데 첫 번째는 폭정과 압정이고, 두 번째는 자만에 의한 지나친 야심이며, 세 번째는 무능이며, 네 번째는 독선과 아집이다. 그런데 이 네 번째가 국가와 국민과 역사에 가장 큰 폐해를 준다고 분석했다.

독선과 아집은 같은 맥락의 코멘셜을 지니고 있다. 자기 자신만이 옳다고 믿고 행동하는 독선이나, 자기중심적인 좁은 사고에 매몰되어 타인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아니하는 아집은 별반 다를 게 없는 까닭이다.

일반적으로 독선적인 사람이나 정치인은 자신이 틀렸다고 인정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거나 지지를 잃어버릴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자기가 옳다고 우긴다. 실패를 인정한다는 것은 곧 추락이라 여기기에 결코 자기 잘못이나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다. 또한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책임이나 잘못을 전가하는 경우가 많고, 자기 행동에 대해서는 늘 그럴싸한 변명을 갖다 붙인다. 양보와 타협을 패배로 여기는 독선은 작게는 가정을 병들게 하고 직장에서는 외톨이가 되며, 크게는 나라를 온갖 갈등과 분란, 혼돈 속으로 몰아넣는다.

사실, 자신의 이념과 신념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일수록 쉽게 독선에 빠질 수 있다. 과거 군사독재에 맞서 항거한 민주화 투사들은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내던져 독재와 맞서 싸웠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옳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고도화된 현시대에서도 세상을 그때와 같은 시각으로 바라보며 경제발전을 이끌어온 구세대를 청산의 대상으로만 여기고 운동권 시절 가슴에 품었던 이념과 확신이 그대로 경직되어 있다면 시대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까닭에 독선과 아집으로 흐르고 만다. 정의의 기준을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법 위에 군림하려 하기 때문이다.

지금 이 나라의 숱한 시민단체와 노동계의 독선은 또 얼마나 심각한가? 착취당하고 억눌린 민중과 노동자와 편에 서서 정의를 외쳤지만, 지금은 얼마나 심각하게 집단이기주의에 빠져 있는지 알기나 할까? 자성하지 않는 개인은 자신을 파괴하고 자성하지 않는 집단은 결국 붕괴하고 만다는 평범한 진리를 생각이나 할까?

일부이겠지만 젊은 세대는 또 어떠한가? 인생 선배들이 어렵고 한 많았던 피눈물의 세월을 살며 온몸으로 체득한 경륜과 지혜를 말하면 수구꼴통이라 폄훼한다. 폭정은 한 시대에 국한되고 명징하게 드러나지만, 독선과 아집의 정치는 극심한 분열과 대립을 유발하여 국민을 갈가리 찢어 놓으므로 나라를 뿌리부터 갉아 먹어 오랫동안 상흔과 후유증을 남긴다.

지금 이 나라는 좌와 우로 사실상 두 동강이 나버렸다. 거리에서는 서로를 비방하는 피켓을 들고 상대진영을 힐난하며 조롱하고, 익명성이 보장된 온라인에서는 반대세력을 악마화 시키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있다. 독선과 독선이 대립하고 아집과 아집이 충돌하여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공정한 도리는 잡초처럼 짓밟힌 채 내 편이냐 네편이냐로만 나뉘어 서로 물어뜯고 있다. 이 망국의 마이너스 쟁투를 멈추는 방법은 서로를 인정하고 소통하며 화합하는 길뿐이다. 골이 더 깊어지기 전에 정치인들이 먼저 솔선해야 하는데 오늘도 여야는 상대세력을 쓰레기로 매도하기에 여념이 없다.

참으로 나라의 미래가 걱정된다. 우리가 살다 떠난 이 땅에는 사랑하고 또 행복하기를 바라는 자녀들이 우리가 남긴 것들을 고스란히 물려받아 그 토대 위에서 살아가야 한다. 그들에게 우리는 어떤 세상을 물려줄 것인가! 장대비가 쏟아져 내린다. 독선과 아집이라는 이 두 단어가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보다 더 크게 가슴을 친다.이철우 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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