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이상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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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이상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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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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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길재의 馬 이야기


자연상태에서 생활하는 말(야생마)은 넓은 초지를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먹이를 섭취하는 반면, 포식자의 위협으로 인해 수면이나 서로간 교감 행위를 하면서도 항상 긴장속에서 살고 있다. 그런 말이 지금은 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다양한 용도에 따라 사육되어 사료섭취와 운동 등 모든 것이 인간에 의해 행해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좁은 마방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무리를 구성하지 못해 동료 말과의 교감의 기회가 적다. 환경에 의한 자극이나 동료 말과의 교감 부족 등에 의한 지루함과 좁은 공간에서의 운동 제한 등 각종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되고 있는 말의 이상행동에 대해 살펴보고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하고자 한다.

먼저, 말이 마방이나 무리에서 끌어낼 때 움직이지 않으려고 버티는 버릇인 고착벽이다. 고착벽은 사람의 지시에 대해 거부감을 표시하는 것으로 주로 초보자가 다루는 경우에 자신보다 아래 서열로 생각하고 자신의 뜻대로 행동하려는 경우와 말 자신의 컨디션이 좋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말에게 무리한 요구를 할 때 주로 발생한다. 고착을 보이는 말은 바로 끌어내지 말고 옆으로 돌려서 말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린 후 시도하거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말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고착을 보이는 경우는 말의 몸에 이상이 있을 수 있으므로 말의 몸 상태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한번 고착을 보이는 말을 바로 교정하지 않으면 다음에도 고착을 보여 결국에는 고착벽으로 발전하게 된다.

둘째, 말이 마방에서 가만히 있지 못하고 머리를 좌우로 흔드는 행동인 웅벽이다. 이는 일차적으로 마방에서 무료함으로 시작되고, 사료나 마방 환경에 대한 불만족시에도 발생된다. 이런 웅벽을 보이는 말의 경우 머리를 좌우로 흔들면서 목 부위의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발달하거나 양 앞다리에 번갈아가며 부과되는 체중변경이 앞다리의 운동기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런 웅벽을 보이는 말은 가장 먼저 무료함을 해소시켜 주어야 한다. 옆 동료와의 교감을 할 수 있도록 마방을 개방형으로 개조하여 볼 수 있도록 하거나 공이나 장난감을 가지고 놀게 하여 무료함을 줄여줄 수 있다. 여건이 허락된다면 방목하는 것이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셋째, 말이 사람이나 다른 말을 무는 교벽이다. 대체로 말이 무는 경우는 크게 공격성에 따른 행위와 친근감의 표시로 다른 말의 엉덩이 등을 살짝 무는 행위, 그리고 잘못된 장안(안장이나 복대 등)에 대한 고통의 표시로 나타나는 행동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러한 교벽은 원인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공격성을 가지고 무는 경우는 말에 대한 학대 행위를 중지하고 순치와 교육을 통해 교정해야 하며, 친근감을 표시하기 위해 무는 경우는 행동을 하려는 순간 못하게 주의를 주어야 한다. 사람이 말에게 접근할 때, 특히 좋다고 얼굴을 만지는 순간 팔을 무는 경우가 흔히 있으므로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넷째, 말이 사람이나 다른 말 혹은 문이나 벽을 뒷발로 차는 버릇인 축벽이다. 말이 마방안에서 지루하거나 욕구 불만이 있을 경우 차는 버릇이다. 이로 인해 발굽이나 관절에 손상이 올 수도 있고 심할 경우 골절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마방 벽에 고무판을 부착한 경우가 바로 이런 축벽으로 인한 말의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사람이나 다른 말을 차는 경우는 공격성이 강한 말이거나 겁이 많은 말에서 많이 나타나는데 이런 행동을 못하게 하기 위해서는 말의 순치가 중요하다. 가끔 말의 꼬리 부분에 붉은 리본을 달고 있는 말을 볼 수 있는데 이런 말은 축벽을 가지고 있으니 항상 조심하라는 표시이다. 말의 축벽을 이용하여 제주도에서는 말싸움 경기를 “제주마축제”의 행사에 선보이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마방 내 기둥이나 초지의 펜스를 입으로 물고 공기를 빨아들이는 버릇을 “끙끙이”라고 부르는 석벽이다. 이런 석벽은 이빨의 비정상적인 마모로 저작(씹는)능력이 감소하거나 위 내로 공기가 들어가면서 소화불량 둥 산통을 유발할 수 있다. 석벽 또한 지루함이 원인이므로 이를 달래 줄 수 있는 방법으로 교정할 수 있다.

말은 천성적으로 공격적이지는 않다. 이들의 첫 본능은 자신들이 두려워하는 것으로부터 가능한 한 많은 공간을 두려는 것이다. 만약 이들이 궁지에 몰리면 이빨과 발굽으로 맞서 싸운다. 말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물고 차는 것은 당연할지 모르지만 말을 관리하고 이용하는 인간에게는 좋지 않은 행동임에는 틀림없다. 이런 말의 이상행동을 유발하는 말을 교정해주는 사람을 “호스 위스퍼러”라고도 하며 일명 ”말 행동치료사” 인데 최근 들어 “말 물리치료사”와 더불어 인기있는 직종으로 부각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말의 행동 교정은 말과의 교감을 통해 이루어지므로 자주 말을 만져주고 사랑하는 애마정신으로 말을 다루고 관리한다면 말의 이상행동은 교정되리라 본다. 조길재 경북대학교 말(馬)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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