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들의 작품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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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들의 작품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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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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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일생에 녹아든 한시대의 얼굴 그리다  
도리스 레싱 대표작…`여성운동의 바이블’작품으로 통해
 
 
황금노트북
도리스 레싱 지음·안재연·이은정 옮김 l 뿔 l 1만2000원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영국의 도리스 레싱(88)의 대표작 `황금노트북’(뿔 펴냄.전3권)이 번역돼 나왔다.
 1962년 발표된 `황금노트북’은 여성의 일상이 고스란히 작품이 될 수 있음을 확인시켜준 `페미니즘 문학의 정전’ 혹은 `여성운동의 바이블’로 통하는 작품이다.
 주인공은 소설가로 성공한 안나 울프라는 여자다. 그녀는 사회활동을 하고 있고 가부장적 사회의 편견으로부터 자유롭다.
 그러나 그녀는 서로 다른 색깔을 가진 네 권의 노트에 서로 다른 주제의 이야기들을 쓰고 있는 중이다.
 검은 노트에는 백인 인종주의와 흑인 원주민 간의 갈등을, 빨간 노트에는 이념의 시대가 붕괴한 이후 공산당원들의 삶을, 노란 노트에는 남녀 간 사랑의 문제를, 파란 노트에는 주인공의 일기를 적었다.
 어떤 이야기는 지극히 사실적이며 또 어떤 이야기는 허구적이다. 그러나 그 네 권의 책 속에는 공통으로 작가의 분열적인 자아상이 투영돼 있다. 그것은 바로 주인공의 무너져버린 과거이기도 하다.
 네 권의 노트 안에 그려진 것은 비단 한 여성의 고통과 사랑의 문제 만은 아니다. 작가는 안나의 붕괴한 과거를 통해 공동체의 붕괴, 신념과 가치의 붕괴, 한 시대의 붕괴를 이야기한다. 그 속에는 또한 20세기 인종차별과 제국주의, 그리고 여성해방에 대한 고민이 녹아있다.
 작가는 마지막 부분에 가서 주인공이 미국인 작가이자 연인인 솔이 선물한 황금노트, 즉 다섯 번째 노트 안에 새로운 이야기를 적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하나의 희망을 제시하기도 한다.
 스웨덴 한림원은 지난 11일 레싱의 노벨문학상 수상 사실을 전하면서 레싱이 “회의와 통찰력으로 분열된 문명을 응시한, 여성으로서의 경험을 그린 서사 시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황금노트북’을 특히 높이 평가했다.
 한림원은 이 작품에 대해 여성주의 운동의 태동기와 맞물린 선구자적인 작품이었으며 남성과 여성 사이의 관계에 대해 20세기적 시각이 어땠는지를 보여주는 소수의 저작들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안재연·이은정 옮김. 각권 492쪽 내외. 각권 1만2000~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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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에 겐자부로`마지막 장편 3부작’ 두번째 편…가족의 감정 탐색  
우울한 얼굴의 아이
오에 겐자부로 지음·서은혜 옮김 l 청어람미디어 l 1만2000원
 
 
 일본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장편 `우울한 얼굴의 아이’가 번역돼 나왔다.
 가족 휴먼스토리를 담은 작가의 `마지막 장편 3부작’ 가운데 두 번째 편으로 작년 10월 출간된 `체인지링’에 그대로 연결되는 작품이다.
 작가는 전작 `체인지링’에서 언론의 비난과 우익집단의 협박으로 인해 지친 세계적 소설가 고기토, 중증의 장애아 아카리 때문에 절망감에 빠진 채 살아가는 아내지카시, 그리고 절망감을 벗어나기 위해 투신자살을 선택한 고기토의 처남인 천재적영화감독 고로 등의 갈등과 화해를 통해 한 가족의 내밀한 감정을 탐색했다.
 `우울한…’에서도 중심 인물은 고기토다. 지카시가 죽은 고로의 아이를 돌보기 위해 베를린으로 떠나고 고기토가 아들 아카리를 데리고 고향 시코쿠로 돌아오는 데서 소설은 시작된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인물, 고기토의 소설을 연구하는 미국 여성로즈가 동행한다.
 50년 만에 돌아온 고향 마을은 고기토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고기토는 고향마을에 도착하자마자 온갖 사건에 휘말려 발목뼈가 부러지고 귀가 찢어진다. 심지어 60년대 안보투쟁 시위 재현 퍼포먼스 과정에서 머리를 다쳐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다.
 작가는 이 같은 기본 줄거리를 토대로 마을에 전승돼온 초자연적인 존재인 `동자’(童子) 이야기, `돈키호테’ 모티프, 문학을 주제로 한 로즈와 고기토의 끝없는 논쟁 등을 교차하며 삶과 죽음, 그리고 구원, 창작의 문제를 심도있게 탐색해 나간다.
 작품 끝 부분에서 고기토의 아내 지카시가 돌아오고 로즈는 “새로운 이여, 눈을떠라”라는 예이츠의 시구로 빈사 상태의 고기토에게 생의 영역으로 돌아올 것을 촉구한다. 마침내 고기토는 오지 않는 구원을 기다리는 대신 “나 자신을 구해내고 말테다”라고 외친다.
 작가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 속에서 고기토는 바로 저자 자신이다.
 고기토가 토로하는 내적 경험은 오에 겐자부로가 작가로서 걸어오며 겪었던 고통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이 작품이 작가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더없이 좋은 비평적 텍스트로 꼽히는 것도 그 같은 이유에서다. 서은혜 옮김.
 청어람미디어. 520쪽. 1만2000원.   
 
 
 
일어날 듯하지만 결코 일어나지 않는…  
 무명작가 김영일`세상의 서쪽 끝’
 인간 존재의 양식 묵직하게 성찰

 
 
 신춘문예에 당선된 적도, 문예지를 통해 등단한적도 없는 무명 소설가 김영일(32)씨가 최근 장편 `세상의 서쪽 끝’을 출간했다.
 작품 활동 경험이 전혀 없는 `초짜’작가의 다분히 실험적인 작품이지만 “일어날 것 같으면서도 결국은 일어나지 않는” `사건’을 통해 인간의 존재 양식을 묵직하게 성찰한다는 점에서 쉽게 볼 작품은 아니다.
 주인공은 무언가 새로운 `사건’을 찾고자 `세상의 반대편’인 포르투갈에 온 소설가 수인. 소설은 그곳에서 주인공이 우연히 신분을 숨긴 중국의 세계적인 여배우 장위란의 길 안내를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멀고 먼 이국에서 만난 무명 소설가와 세계적인 여배우. 수인은 장위란을 대하며 점점 사랑과 그리움, 질투와 욕정 등 복합적인 감정을 경험한다. 작가도 점점 둘사이에 어떤 `사건’이 벌어질 것 같은 분위기를 암시한다.
 그러나 단지 그뿐. 소설은 장위란이 베이징으로 떠나면서 `싱겁게’ 끝이 난다. 독자가 기대하는 어떤 `사건’은 일어날 듯하지만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그것은 평범한 사람들의 존재의 양식과 맞닿아있다.
 “아쉽게도 우리네 인생은 영화나 소설 속에서처럼 드라마틱하지 못하다. 뉴스나 텔레비전을 통해 매일같이 보는 사건·사고도 쉽사리 우리 일상을 덮치진 못한다(…)노동을 하고 대가를 받고, 그 대가로 소비를 하며 하루하루 그냥그냥 살아간다. 그리고 사건은 멀리에서 일어난다”(`작가의 말’ 중)
 `세상의…’는 유난히 영상을 염두에 둔 미학기법이 돋보인다. “고개를 쳐든 덕분에 살며시 드러난 그녀의 하얀 목. 그리고 턱선과 가녀린 뺨이 모자챙의 그늘 아래로 힐끔 드러났다”처럼 입체감 돋보이는 장면 묘사가 많다.
 그도 그럴 것이 파리에서 영화학을 전공한 김씨의 `본업’은 영화와 관련된 일이다. 이 작품도 실은 영화화를 만들기 위해 쓴 시나리오 전반부를 떼어내 소설화한 것이라고 한다.
 김씨는 “어떤 작품이든 텍스트의 미학과 영상의 미학을 함께 이용하고 싶다”고 소설을 쓴 이유를 전하며 “영화 시나리오를 쓰지만 소설 쓰는 일도 결코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생각의나무. 364쪽. 1만1000원.
 
 
 
재미있는 과학이 쏟아진다  
청소년 과학서 잇따라 출간  
 
 우주,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 몸의 기능, 별자리 등을 다룬 청소년 대상의 과학 서적이 잇따라 출간됐다.
 과학소설 작가로도 잘 알려진 아이작 아시모프의 `과학 에세이’(아름다운날) 개정판이 최근 나왔다.
아시모프는 영화로도 만들어진 `바이센테니얼 맨’, `아이 로봇’의 원작자다.
 책에는 별똥별, 핼리혜성, 언어의 진화, 점성술, 달, 외계인, 오존층, 핵폭탄, 심리학 등을 소재로 삼은 글이 묶였다.
 아시모프는 이 책에서 “과학자도 인간”이라고 말했다. “과학자는 자연의 신비스런 매듭을 풀어낸다는 것 자체만으로 큰 대가를 받는 셈이지만, 그들도 인간인지라 수많은 사람들의 박수갈채를 받을 때 보람을 느낀다”는 것이다. 312쪽. 1만800원.
 `상식으로 알아보는 몸의 과학’(양문)은 고등학교 과학교사인 최승일 씨가 한국과학문화재단의 인터넷 과학신문 `사이언스 타임즈’에 연재한 글 가운데 인체와 관련된 글을 뽑아 묶은 책이다.
 책은 발의 뼈를 감싸는 114개의 힘줄, 12만5000㎞의 혈관에 혈액을 공급하는 심장, 산소를 나르는 헤모글로빈, 하루에 250~300㎜의 가스를 배출하는 방귀 등 흥미롭고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180쪽. 9800원.
 모두 80권을 목표로 출간을 시작한 `가르쳐주세요!’(일출봉) 시리즈는 물리학과화학 분야 등 노벨상 수상자들의 업적을 대학교수, 초등학교 교사, 학원강사 등이 설명한 내용을 담고 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스반테 아레니우스의 이온화설을 다룬 책이 1-2권으로 동시에 나왔다.  각권 142-154쪽. 권당 1만1000원.  이광식 씨의 `아빠, 별자리 보러 가요!’(가람기획)는 별자리 초보자들을 위한 안내서다. 1999년 처음 나왔는데, 명왕성이 태양계에서 행성 지위를 잃는 등 변화를반영해 개정판을 냈다.
 책은 계절별 주요 별자리 정보와 우주의 생성 과정을 함께 설명했다. 276쪽. 1만1000원.
 
 
>>아동신간 짧게 읽기
 
 ▲베스트 프렌드(이경혜 외 지음. 신형건 엮음) 청소년의 심리와 상황이 생생히 드러나있는 단편 5편을 엮었다.
 이경혜가 쓴 표제작 `베스트 프렌드’는 단짝 이성 친구에게 이별을 고하며 성숙해가는 여고생의 심리를 섬세하게 포착한 작품.
 수연은 사랑과 우정 사이를 넘나들던 `베스트 프렌드’ 민재가 학교 후배 슬비를사귀자 자신은 둘 사이에 들어갈 공간이 없다고 느낀다.
 이런 차에 민재와 슬비가 과학실에서 키스하는 것을 본 뒤로 세상을 다 잃은 것같은 깊은 상실감에 빠지고, 유치원 때부터 이어온 민재와의 우정을 청산하기로 결정한다. `최고의 단짝’에서 `좋은 친구’로 물러나는 것은 자신들의 아름다웠던 과거를 망가뜨리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
 수연은 민재와의 추억이 차곡차곡 쌓여있는 앨범을 덮으며 깨닫는다.
 “어쩌면 이별이란 다 채워진 앨범만이 받을 수 있는 선물일지도 모른다. 몇 장 채워지지 않은 앨범은 평생 펼쳐진 채로 남을 뿐이다. 진정한 만남이 없었으니 이별조차 없는 것이다.”
 임태희는 `가식덩어리’에서 청소년들의 억눌린 심리가 따돌림을 통해 드러나는 교실 풍경이 그렸고, 이용포는 `십팔’에서 18살 남고생의 거침없는 이야기를 담았다.
 강미는 `사막의 눈 기둥’에서 고교생들의 우정과 사랑의 경계를 묘사했고, 이금이는 `늑대거북의 사랑’에서 자신만의 사랑 방식을 찾는 소년의 모습을 그렸다. 푸른책들. 144쪽. 8800원.
 ▲맨발의 아이들(이금이 지음. 김재홍 그림) 1996년 현암사에서 처음 나온 아동문학가 이금이의 연작동화집이 출판사를 바꿔 다시 출간됐다. 정겹고도 안타까운 사연을 지닌 농촌 마을 이야기에 김재홍 화가의 서정적인 그림을 새로 입혔다.
 드무실, 양짓말, 방죽거리, 가마골 등 이름도 정다운 우리 농촌에서 이웃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아이들이 자라는 이야기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따라 펼쳐진다.
 표제작 `맨발의 아이들’에서는 도시 아이 민아가 시골 아이 동수와의 만남을 통해 농촌을 직접 체험하고, 마음을 열게 된다는 내용.
 푸른책들. 208쪽.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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