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가 바꾸어 가는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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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가 바꾸어 가는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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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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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일의 도·시·공·감

미래도시에 대한 전망은 늘 흥미로운 주제이다. 특히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이 도시공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많은 관심이 있어왔다. 1985년에 나온 세계적인 히트작 영화인 ‘백투더퓨처’에는 주인공은 타임머신을 통해 2015년으로 가는 장면이 나온다. 그래서 영화에서 표현된 2015년, 그리고 현실의 2015년을 비교하는 재미있는 영상들도 많이 만들어졌다. 결과는 어땠을까. 의외로 도시의 기계적 발달은 상당히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처럼 하늘을 날아다니는 자동차도, 음식물을 만들어주는 집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상상보다도 더 놀랍게 발달한 분야가 있다. 바로 정보통신이다. 영화 속 주인공은 아직도 전화기를 쓰고 고작 화상통신 정도를 하는 것으로 나오지만, 이미 우리는 손안의 작은 기계에서 그 모든 것을 더 편리하게, 그것도 무선으로 처리하고 있는 것이다.

정보통신 기술이 도시공간에 미칠 영향에 대한 많은 예측이 있어왔다. 그 중에서도 미래학이라는 분야를 널리 알린 앨빈 토플러의 예측은 유명하다. 그의 예측은 크게 보아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바로 재택근무와 탈중심화 현상이다. 정보통신이 발달하게 되면 사람들이 굳이 대면 접촉할 필요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침마다 교통체증을 무릅쓰고 출퇴근하면서 도심부에서 근무할 이유도 사라진다. 그래서 미래에는 가정에서 가족들과 편안한 시간을 보내면서 업무를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이른바 재택근무이다. 그러다 보면 도심부를 가득채운 업무지구는 사실상 필요가 없게 된다. 업무시설 개념은 사라지고 자연히 도심도 해체되어 간다. 그래서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이라는 책에는 업무지구가 텅 비어버린 21세기 도시를 묘사해놓기도 한다.

하지만 4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정보통신 기술은 상상 이상으로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재택근무는 미미한 지경이고, 도심의 금융업무타운은 아직도 건재하다. 왜 그럴까.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근본적으로는 예상과는 달리 정보통신이 사람들의 대면접촉을 대체하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손 안에 가진 스마트폰만으로도 이 세상 누구와도 실시간 소통할 수 있다지만, 실제로 우리가 사용하는 톡의 대부분은 우리 주변의 가족과 친구를 향한 것일 뿐이다. 발달한 통신수단이 소통의 범위를 넓히기 보다는 오히려 기존의 대면접촉을 강화하는 쪽으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업무기능에 있어 정보통신 수단의 역할이 다소 과대평가되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다.

하지만 이른바 소셜미디어 단계로 넘어가면서 어떤 변화의 낌새가 나타나고 있다. 업무시설이 아닌 여가, 쇼핑과 관련된 정보통신의 영향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최근 발생한 상권들이 그 좋은 사례이다. 경리단길, 황리단길 등 입지 여건만으로는 주목받기 어렵던 상권들이 소셜미디어의 바람을 타고 전국적인 명소가 되곤 한다. 대로변이 아닌 주택가 골목길에 숨어있던 가게들에 고객이 줄을 잇는 경관을 본다. 접근성과 중심성이라는 도시지리학의 전통적인 문법으로는 읽을 수 없는, 정보통신의 영향으로만 이해될 수 있는 현상이다. 또 다른 조짐은 대형유통업의 급격한 쇠락이다. 지난 분기 사상 최초로 대형 마트가 적자를 보기 시작했다고 한다. 우후죽순처럼 나타나던 대형 마트 중 상당수가 가까운 장래에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예측마저 나오고 있다.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하는 개인 온라인 쇼핑이 발전하면서, 이제는 야채와 같은 신선식품까지도 개별 배송을 하는 방식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대형 유통매장의 수요와 매출액은 당연히 줄어갈 수밖에 없다. 재래상권을 보호한다고 대형 마트를 억제하는 정책도 조만간 옛이야기가 될지 모른다.

아직은 도시의 일부에서 나타나는 소소한 변화들일지 모르지만, 소셜미디어라는 새로운 세대의 문화가 도시를 바꾸어가는 전초단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제 젊은 세대들은 무언가를 선택하는데 있어서 더 이상 기존 도시구조에만 의존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예상과는 달리 업무보다는 상업기능에서부터 나타나는 이러한 변화들이 장차 도시를 어떻게 바꾸어갈지 자못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한편 지방 도시들에게 이런 변화는 또 다른 숙제가 아닐 수 없다. 업무기능은 빈약하고 상업 위주로만 구성된 지방의 도심부에서 이런 변화의 영향은 더 크게 나타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주일 한동대 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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