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눈먼 자금’ 400억 낮잠
  • 박성조기자
한수원 ‘눈먼 자금’ 400억 낮잠
  • 박성조기자
  • 승인 2019.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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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지역 경제발전, 복지, 교육, 문화 등에 매년 350억 지원
공공성·중복예산 피하다보니 매년 60여억 집행 못하고 이월
당초 취지·목적대로 안 쓰이고 군 ‘생색 예산’으로 변질 지적
한국수력원자력(주)한울원전본부.
한국수력원자력(주)한울원전본부.

한국수력원자력본부(이하 한수원)가 발전소 주변지역의 경제 활성화, 복지향상, 지역민과의 상생협력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는 원전 협력기금 400여억원이 제때 집행되지 않고 낮잠을 자고 있어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울진 지역민들 사이에는 한수원 지원금을 ‘먼저 빼 먹는 게 임자다’라는 인식이 팽배한데다 그동안 공공·개인사업자에게 직접 지원해주던 시스템을 지난해부터 사업시행자를 울진군으로 전환시켜 주민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6일 울진군 주민과 한수원 등에 따르면 한수원은 지난 2001년부터 원전주변 지역에 상생협력 기금 명목으로 매년 약 350억원을 지원해 오고 있다. 이 지원금은 해당지역의 △경제협력 △환경개선 △복지 △문화진흥 △기타 등 6개 부문으로 나눠 집행되고 있다.

문제는 그동안 6개 부문에 형평성 있게 지원돼 오던 협력기금이 지난 2010년 이후부터 당초 취지에서 벗어나 주민 위주가 아닌 실현 불가능한 공익성 사업 위주로 바뀐 점이다. 이러다보니 그동안 전체 지원금에서 60% 이상의 비중을 차지했던 경제협력분야는 지난해부터 총 85개 사업분야에서 고작 8개 사업만 선정돼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예전의 경우 85개 분야 가운데 60개 이상이 경제협력분야에 집중됐었다. 더욱이 그동안 개인사업자 위주로 지원되던 시스템이 지난해부터 사업시행자를 울진군으로 전환시켜 주민을 위한 원전 협력기금이 군의 ‘생색예산’으로 변질됐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울진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해의 경우 총 지원금 350억원 가운데 울진군이 170억원을 집행했고 175억원은 한수원 본부 심의위원회 심사를 거쳐 개인사업자 또는 해당 공공기관 등에 지원했다. 하지만 이 협력기금 가운데 60억원 정도는 집행되지 않고 이월됐다. 매년 이렇게 모인 이월금 총액은 지난 8월말 현재까지 429억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울진군은 이월금 가운데 95억원을 죽변해안가 방파제 설치 등에 집행해 국도비로 충당해야 할 사업을 원전협력기금으로 떼워 중복예산이라는 지적이다. 또 지난 2018년 군내 중학교 2학년생 전체 수학여행 경비 5~6억원도 이 기금으로 집행해 말썽이 일기도 했다. 주민들은 원전협력기금은 주민 소득사업에 최우선적으로 쓰여야지 군의 국책사업이나 공공기관 행사 등에 집행한 것은 당초 취지나 목적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수원 본부의 협력기금 지원 부실심사 사례도 나왔다.

지난 2011년 울진군 L요양원이 공익성 사업을 조건으로 내세워 원전협력기금 12억원을 신청했고, 그 이듬해 본부 심의회 심사를 통과해 공사를 추진했다. 하지만 요양원을 완공하고도 전체 금액 12억원 가운데 3억원만 지원받았고 나머지 9억원은 연차사업비로 전환되면서 현재까지 받지 못하고 있다.

울진군민 주모(57·울진읍 연지리)씨는 “원전 협력기금이 어느 순간부터 원전주변지역 주민위주로 쓰이지 않고 엉뚱한 곳에 사용되는 것 같다”면서 “이 기금이 당초 목적대로 주민소득사업에 쓰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수원 측은 원전 협력기금이 이월돼 있는 것은 사실이고 앞으로 주민소득사업에 쓰여질 수 있도록 심의위원회 심사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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