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곡진 포항 역사 속 우리들의 이야기
  • 이경관기자
굴곡진 포항 역사 속 우리들의 이야기
  • 이경관기자
  • 승인 2019.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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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관 기자의 공연산책] 연극 '포항'
포항연극협회, 시 승격 70주년
3·1운동 100주년 맞아 무대에
연극 ‘포항’ 공연 장면.
연극 ‘포항’ 공연 장면.
연극 ‘포항’ 공연 장면.
연극 ‘포항’ 기념촬영 모습.

너와 나, 그리고 포항, 그리고 대한민국 100년의 역사를 한편의 연극으로 만났다. 포항연극협회와 (재)포항문화재단은 지난 4일 오후 8시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연극 ‘포항’을 올렸다. 3·1운동 100주년 및 포항시 시승격 70주년 기념으로 제작됐으며 제13회 일월문화제 개막 축하공연으로 마련됐다. 특히 연극 ‘포항’은 극을 쓰고 연출한 이정길 연출가를 비롯해 포항지역에서 활동하는 연극인들이 제작한 작품으로 더욱 의미가 깊었다. 주인공 ‘정삼일’의 굴곡진 삶을 통해 포항의, 대한민국의 곡절 많은 100년의 역사 속으로 들어갔다.

연극 ‘포항’은 포항시민들에게 헌정하는 의미로 전석 무료로 진행됐다. 이날 공연에는 850여명의 포항시민들이 찾아 정삼일의 삶을 통해 그려내는 우리네 100년의 역사를 만났다.

연극은 1919년 2월 1일 포항 흥해에서 인력거꾼이었던 ‘정봉춘’이 일본 순사의 호된 매질로 아들 ‘정삼일’이 태어나기도 전에 죽음을 맞은 이야기로 막을 올렸다.

1장 ‘지진-흔들리는 마음’은 2017년 11월 15일 포항에서 발생했던 지진 후 상처를 그려냈다. 포항을 흘들었던 그날의 지진. 포항시 공무원들은 위험하다며 대피하라고 했지만, 정삼일은 떠날 수 없다며 벽면의 태극기 사진을 공무원에게 떼어 보여줬다. 그 사진은 100년 전의 어느 날로 우리를 이끌었다.

2장 ‘탄생-1919년 3월 1일’에서는 3.1운동이 펼쳐지던 그날 태어난 정삼일의 이야기를 그렸다. 정삼일의 어머니는 포항 여천장터에서 펼쳐진 만세운동에 갓난 아기인 삼일을 안고 참여하다, 일본군에 의해 심한 매질로 절름발이가 됐다. 고통과 두려움 속에서도 아이를 지키려 했던 삼일의 어머니의 모습을 통해 자신의 목숨 대신, 나라를 구하고자 했던 독립운동가들의 삶이 스쳐지나는 듯했다.

이어 3장 ‘사랑, 떠나는 소녀상’은 위안부에 대한 이야기가 그려졌다. 어머니를 도와 떡을 팔던 삼일은 ‘이점순’과 사랑에 빠지고, 미래를 약속했다. 그러나 돈을 벌러 만주로 떠났던 점순은 결국 위안부로 끌려가 그곳에서 험한 일을 당하다 결국 죽고 말았다. 피지도 못했던 아름다운 동백꽃들은 그렇게 타향에서 억울하게 죽어갔다.

4장 ‘포화 속으로’에서는 1950년 발발한 6.25 한국전쟁의 이야기가 담겼다. 포항 형산강에서 펼쳐진 50년 8월 11일부터 9월 23일까지 이어지 형산강 전투에 삼일은 군인으로 삼일의 장남은 학도의용병으로 참전하고, 부인과 두 딸은 부산 피난길에 나섰다. 삼일의 아들은 형산강 전투가 끝날 무렵, 죽음을 맞이하고 삼일은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 학도의용병, 형산강전투 등은 한국전쟁으로 빚어진 포항의 아픈 역사로 아들을 잃고 울부짖는 삼일의 모습에 많은 관객들이 눈물을 훔쳤다.

5장 ‘타오르는 용광로’는 1968년 포항제철소가 건설되면서 포항은 경북 제1의 도시로 성장한 ‘영일만의 기적’에 대해 다뤘다. 전쟁에서 귀를 다친 삼일은 도시화 속 점점 외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6장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에서는 1983년 대대적으로 진행됐던 이산가족찾기 운동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졌다. 생방송 이산가족찾기를 통해 둘째 딸 ‘정만순’을 찾은 삼일은 피난길에 포탄에 맞아 죽은 아내와 다쳐 힘들게 살다 작년에 떠난 막내딸 이야기를 듣고 오열했다. 함께 부산으로 가자는 만순에게 삼일은, 더이상 자신의 딸이 아닌, 평범한 삶을 살기를 바랐다. 관객들은 힘겹게 다시 만난 부녀의 상봉을 보녀 많은 눈물을 쏟아내는 모습이었다.


7장 ‘그리움’에서는 2019년 3월의 이야기로 삼일이 사랑했지만, 지킬 수 없었고, 그랬기에 평생을 그리워했던 아버지, 어머니, 첫사랑, 아내와 자식들을 떠올리며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담았다. 그리움에 울부짖는 삼일은 그 자체로 우리 대한민국의, 포항의 역사였다.

연극 ‘포항’은 특히 극을 쓰고 연출한 이정길 연출가를 비롯해 포항지역에서 활동하는 연극인들이 제작한 작품으로 더욱 의미가 깊었다.

주인공 정삼일을 연기한 배우 김민철은 곡절진 100년의 삶을 살다간 삼일의 깊은 감정선과 아픔을 무대 위 오롯이 풀어내며 김민철을 위한, 김민철에 의한 연극 ‘포항’임을 입증해보였다.

또한 점순을 연기한 청소년 배우 이은서 양은 풋풋한 삼일과의 사랑과 일본군에 의해 처절했던 위안부의 모습까지 열연하며 차세대 스타를 예고했다.

김민철 배우는 “우리 한국 근현대사를 온몸으로 살다간 정삼일을 연기하는 것에 많은 감정이 필요했다. 감정의 온도를 조절하는 것에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며 “어려움이 많았던 작품이지만 오늘만큼 뜨거운 관객들의 박수를 받았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날 공연을 관람한 박우진(39) 씨는 “우리 한국의 근현대사를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며 “배우들의 열연에 많은 감동을 했다”고 밝혔다.

이정길 연출은 “많은 사랑을 보여준 시민들에게 감사하다”며 “연극 ‘포항’은 앞으로 다양한 무대를 통해 지역을, 우리의 역사를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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