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꿩 잡는 매가 있는가
  • 경북도민일보
우리에겐 꿩 잡는 매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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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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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충운의 視線
‘포항경제 활성화’라는 말은 마치 숨이 끊어진 식물인간 같은 느낌이 든다. 말 하는 사람의 진정성이 와 닿지 않고 말에도 그 자체의 힘이 담겨져 있지 않은 것 같다. 필자가 그 말을 입에 올릴 때 상대방의 반응을 보면 시큰둥하거나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쳐다보는 경우가 있다. 어려운 일, 잘 안 되는 일을 하려는가 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십여년 전부터 들어오던 말이지만 ‘탈(脫) 철강, 신(新) 사업 발굴’이 포항의 미래라는 슬로건이 지역사회의 대안처럼 회자되고 있다. 그런데 그 넘어야 할 철강기업 포스코는 여전히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고 최근에는 세계 경제 포럼으로부터 ‘등대 공장’이라는 칭호까지 부여 받았다. 탈 철강이라는 구호를 실현시키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노력이 필요한 지 한번 생각해 봐야 할 때다. 뛰어 넘어야 할 장대의 높이가 점점 높아지는데 무슨 탈 철강이 지역경제 활성화의 대안이란 말인지 보충 설명이 필요하다.

세계적으로 포항과 같은 도시가 어려움을 극복한 사례는 많다. 울산 현대중공업 선박 건조장 한복판엔 거대한 ‘골리앗 크레인’이 서 있다. 높이 128m, 중량 7560t인 이 크레인의 출생지는 스웨덴이다. 2003년 말뫼 시의 조선소에서 단돈 1달러에 울산으로 팔려왔다. 1980년대까지 세계 조선산업을 호령하던 스웨덴이 ‘신흥 강자’ 한국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한국으로 실려 가던 날, 수 많은 말뫼 시민들이 조선소로 몰려와 그 장면을 눈물로 지켜봤다. 이를 중계하던 현지 방송에선 장송곡이 흘러나왔다. (중앙일보 2016.4.18자)

브라질 쿠리치바 시는 1971년 자이메 레르네르 시장이 본격적인 생태 혁명을 시작한 이래 ‘지구에서 환경적으로 가장 올바르게 사는 도시’ ‘세계에서 가장 현명한 도시’ ‘희망의 도시’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이 도시에서 배워야 할 것은 순환형 사회로 가는 열쇠가 환경 영역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 영역에서도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이곳에서는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 있었다는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파로스의 등대에 착안해 만든 ‘지혜의 등대’라는 작은 도서관이 있다. 이 도서관은 빈민가에 50개 이상이 세워져 저소득층 지역의 경관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조선일보 2014. 6. 2자)

글로벌 기업 노키아의 경쟁력이 추락하면서 핀란드는 불황의 늪에 빠지게 되었다. 불황의 해결책이 ‘혁신’임을 간파하고 IT기업을 비롯한 스타트업 지원과 혁신기술 교육에 적극적으로 투자하였고, 특히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경기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전략으로 전 국민의 1%에게 인공지능(AI) 교육을 실시하여 빠른 시간에 불황을 극복하고 국민들의 삶을 향상시키고 있다. 핀란드는 4차 산업혁명 시대 개인정보는 엄청난 경제적 가치를 지닐 것에 착안하여 스마트폰 이용 기록, 송금 내역, 병원 진료 기록 등등 하루에도 천문학적인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마이데이터(MyData)’ 정책도 적극 실행하고 있다. 참고로, 2020년 유럽연합(EU)에서만 개인정보의 가치가 1조 유로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포스트 철강산업 이후 포항 경제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산업구조 재편 등 경제정책 검토 및 수립이 매우중요하다. 포항이 환동해 경제권의 물류 거점 및 경북 동해안 관광 허브 역할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포항의 산업구조를 기초소재 중심에서 주력 생산품인 철강제품에 대해 전방연관효과가 높은 금속 부품 및 소비제품 제조업, 로봇 등 기계산업 그리고 포항 경제의 성장에 기여도가 높은 교육ㆍ연구 서비스 등 지식기반산업으로 확대 전환할 필요가 있다.

포항 지역에는 우수한 자원들이 매우 많다. 타 지자체에서는 포항의 인프라를 부러워하면서 이런 기관들이 자신들의 지역에 있다면 펄펄 날겠다는 지자체 대표 인사들도 만나 봤다. 그럴 때는 으쓱해지다가도 뭔가 찜찜하고 뒷맛이 개운치가 않다. 포항 경제 활성화라는 꿩을 잡을 매는 과연 없는 것인가. 꿩이 너무 날쌔고 사나워 비실비실한 매가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꿩 사냥에 적합한 매를 키워오지 못하고 있는가. 매의 역량을 가진 경제전문가들의 활약을 기대한다. 문충운 환동해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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