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잣대의 정당들… “너나 잘하세요”
  • 손경호기자
이중잣대의 정당들… “너나 잘하세요”
  • 손경호기자
  • 승인 2019.10.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갑질’이라는 용어가 낯설지 않은 시대다. 갑질은 ‘갑을(甲乙)’ 계약관계에서 ‘갑(甲)’에 어떤 행동을 뜻하는 접미사인 ‘질’을 붙여 만든 말로, 권력의 우위에 있는 자가 약자에게 오만무례하게 행동하거나 이래라저래라 하며 제멋대로 구는 짓을 일컫는다.
대표적인 갑질 사례로는 ‘땅콩회항’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대한항공 사건을 들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는 이 같은 갑질을 바로잡기 위한 ‘을지로위원회’가 있다. 2013년 5월 구성된 을지로위원회는 을(乙)지키는 길(路), 법(law)의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우리사회의 시대적 과제인 불공정, 불평등에 맞서 ‘정치가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의 물음에 답하며, ‘약자들에게 힘이 되는 정치, 공정하고 차별 없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기 위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민주당이 최근 현역 의원 평가 항목에 처음으로 ‘보좌진 당비 납부 내역’ 항목을 포함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의 ‘제20대 국회의원 평가 시행세칙’을 보면, 민주당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는 △의정 △기여 △공약이행 △지역 등 크게 4가지 활동분야를 평가하기로 했다. 이 중 기여 활동 평가 분야에 ‘국회의원 보좌진 직책당비 납부 확인’ 항목이 들어갔다. 직책당비는 올해 2월부터 10월까지 납부해야 하며, 4급은 월 3만원, 5급은 월 2만원, 6~9급은 월 1만원을 내야 한다. 민주당은 이번 평가를 앞두고 보좌진을 상대로 체납액을 일괄 납부 받겠다는 것이다.
보좌진이 당비를 안내면 의원평가때 감점하겠다는 것은 명백한 ‘갑질’이라 할 수 있다. 의원 입장에서는 자신의 감점을 감수하면서 당원 가입 및 당비를 내지 않는 보좌진을 고용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상 민주당에서 당원 가입을 하지 않는 보좌진은 해고하라는 압력이나 마찬가지다.

보좌진 입장에서는 자신의 당원 가입 및 당비 납부 여부가 의원 공천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당원 가입 및 당비를 납부할 수밖에 없다. 당원 가입 및 당비를 납부하기 싫으면 사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는 명백한 정당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이다.
자유한국당도 민주당과 도긴개긴이기는 마찬가지다. 광화문집회가 관제집회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이유는 강제동원에 있다. 내년 총선 공천을 앞두고 당지도부의 눈치를 보는 국회의원 및 원외당협위원장 입장에서는 지역 당원 강제 차출에 고분고분 따를 수밖에 없다. 보좌진들도 집회때마다 강제동원될 수 밖에 없다. 공천을 받기 위해 당지도부가 시키면 시키는대로 따를 수밖에 없는 ‘을’이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없는 나라’를 주장하는 정의당은 지난달 25일 중앙당 당직자 채용공고를 내면서 홍보팀 디자인담당을 계약직으로 채용하겠다는 공고를 냈다. 앞서 11일에도 당직자 9명의 채용공고를 냈지만 정규직 채용은 고작 3명 뿐이고, 비정규직인 계약직을 6명이나 뽑는다고 공고했다.
그러나 정의당은 2018년 지방선거 당시 ‘2020년까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완료’, ‘2022년까지 민간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추진’을 공약했다.
특히 6.13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공약에서는 “상시·지속업무에 대해서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기간이 없는 직접고용을 원칙으로 하는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을 법률로 명시함으로서 신규채용 시 비정규직에 대한 채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현재의 상시지속업무의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하는 법률 제·개정이 시급함”이라며 비정규직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비록 비상시적인 업무나 출산휴가 등에 따른 채용이라고 하더라도 이 같은 채용 공고는 아쉬움이 남는다.
각 정당들의 요즘 행태를 보니 영화 ‘친절한 금자씨’의 유명한 대사가 떠오른다. “너나 잘하세요”.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