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한 대승? 이겨야하는 경기는 자비 없이, 호랑이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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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한 대승? 이겨야하는 경기는 자비 없이, 호랑이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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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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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손흥민이 10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조별리그(H조) 대한민국과 스리랑카의 경기에서 패널트킥을 넣은 후 기뻐하고 있다. 뉴스1
축구대표팀 김신욱이 10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조별리그(H조) 대한민국과 스리랑카의 경기에서 네번째 골을 넣은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뉴스1
당연한 승리는 없고 약팀도 강팀을 잡을 수 있는 게 축구의 묘미라지만, 한국과 스리랑카의 대결은 한국 쪽으로 무게가 크게 기우는 매치업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7위(한국)와 202위(스리랑카)의 대결이었다. FIFA 가맹국은 210개이고 아시아축구연맹(AFC) 가맹 46개 국가 중 스리랑카보다 순위가 떨어지는 나라는 203위 파키스탄뿐이다.

결과가 최우선인 ‘월드컵 예선’이나 어느 정도 흡족한 내용이 따라와야 할 경기였다. 이기고도 좋은 소리 듣지 못하는 상황이 나온다면 닷새 뒤 여러모로 신경 쓸 것이 많은 북한과의 평양 원정길이 더 부담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기우였다. 시원한 골 퍼레이드가 화성의 밤을 수놓았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10일 오후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에서 펼쳐진 스리랑카와의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H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8-0 대승을 거뒀다. 지난달 투르크메니스탄과의 1차전에서 2-0 승리를 거둔 한국은 2연승 승점 6점을 쌓았다. 반면 스리랑카는 3연패에 빠졌다.

극명한 ‘밀집수비 vs 파상공세’ 양상이 예상됐던 이 경기는, 한국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을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지난 5일 말레이시아에게도 0-6으로 패했던 스리랑카를 대파하지 못한다면 이기고도 찝찝할 수 있었다. 때문에 벤투 감독도 화끈하게 라인업을 짰다.

‘아시아 예선’을 염두에 두고 호출한 김신욱을 비롯해 손흥민, 황희찬, 남태희, 이강인 등 공격수들을 대거 포진시켰다. 백승호가 형식상 수비형MF에 가까운 중앙미드필더로 나섰으나 백승호 역시 공격적인 패스 연결에 능한 선수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포백 위로는 모조리 공격수나 다름없었다. 물론 좌우 풀백들의 오버래핑도 적극적이었다.

시작부터 긴장감 제로였다. 휘슬이 울리자마자 스리랑카의 대다수 선수들은 라인을 내리고 밀집수비를 펼쳤다. 그러나 체력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한국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들을 상대로 얼마나 빨리, 얼마나 많이 넣느냐 정도만이 시선을 끌 대목이었는데 빨리 넣고 많이 넣었다.

전반 11분 만에 선제골이 나왔다. 주인공은 팀의 에이스이자 주장인 손흥민. 왼쪽 측면에서 홍철이 중앙으로 살짝 내준 패스를 받은 손흥민은 오른발로 슈팅을 시도했고 이것이 골키퍼의 손을 스치며 스리랑카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밀집수비에 고전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던 가운데 일찌감치 선제골을 뽑아내며 부담을 덜게 됐다. 그리고 봇물 터지듯 추가골이 이어졌다. 전반 18분 벤투 감독 부임 후 처음으로 선발로 나선 김신욱이 두 번째 골을 터뜨렸고 3분 뒤 코너킥 상황에서는 이강인의 크로스를 황희찬이 머리로 방향을 돌려놓아 다시 골망을 흔들었다.

김문환의 크로스를 박스 안 정면에서 김신욱이 제자리 헤딩 슈팅으로 연결해 팀의 4번째 득점을 작성한 시간이 전반 31분이었다. 전반 종료 직전에는 상대의 핸드볼 파울로 얻어낸 페널티킥을 손흥민이 마무리 지으면서 5-0으로 격차를 벌렸다. 이미 승패는 기울었다.

후반 10분 김신욱이 해트트릭을 작성하면서 6-0이 됐고 벤투 감독은 후반 15분 손흥민을 불러들이고 권창훈을 투입하면서 에이스의 체력을 비축했다. 김신욱은 후반 20분 자신의 4번째 골로 7-0을 만들었다. 후반 32분 권창훈이 골을 넣으면서 8-0이 됐다. 최종 스코어 8-0은 한국의 역대 A매치 1경기 최다득점 순위 공동 7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긴장감은 다소 떨어졌으나 얻은 게 적잖았다. 이겨야하는 경기는 이렇게 이길 필요가 있다. 가뜩이나 골 결정력 부족이라는 고질병이 번번이 선수들의 발목을 잡던 흐름 속에서 대승이 나왔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상대가 맞불을 놓았던 경기가 아니다. 시작부터 8~9명이 수비했던 스리랑카다. 앞으로 2차 예선 내내 출제될 문제 ‘밀집수비’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것도 큰 소득이다.

손흥민은 “호랑이는 토끼를 잡을 때도 신중을 기한다”라고 말했으나 토끼를 잡을 땐 신중함 이상으로 ‘호랑이답게’가 중요하다. 가뜩이나 아시아 국가들에게 ‘한국은 이제 해볼 만한 상대’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압승이라 반갑다. 시시한 대승이라 폄하할 결과는 아니다. 시시한 상대를 시시하게 이겼다면, 이기고도 찝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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