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친구가 그리울 때 듣는 ‘화해의 협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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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친구가 그리울 때 듣는 ‘화해의 협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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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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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영의 클래식이야기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이중협주곡

-단풍 물든 가을처럼 오래된 친구가 그리울 때 듣는 명곡

요즘같이 단풍이 아름다운 계절에 갑자기 그리운 옛 친구를 만난다면 얼마나 기쁜 일이겠는가? ‘친구’란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으로 국어대사전에 정의되어있다. 우리속담에 ‘친구는 옛 친구가 좋고 옷은 새 옷이 좋다’라는 말이 있듯이 친구는 오래 사귄 친구일수록 정이 깊어서 좋다는 말이 아닐까 생각한다. 오늘 클래식이야기는 ‘친구’라는 주제와 관련된 작품이다.

클래식음악을 즐기지 않는 분들에게는 생소하겠지만 오늘은 19세기 낭만음악의 거장 독일작곡가 요하네스 브람스가 작곡한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2중 협주곡’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이 협주곡은 ‘브람스’의 가까운 친구 ‘요하임’을 위해 만들어진 작품이다. ‘요하임’은 악마의 바이올린리스트라 불렸던 바이올린의 전설 ‘파가니니’ 사후 그의 명성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당대 최고의 기교를 가진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였다. 그는 브람스와 젊은 시절부터 함께했고 독일낭만음악의 거장 ‘슈만’에게 소개하여 ‘브람스’의 재능을 전 세계에 알리게 한 장본인이었다. ‘브람스’는 바이올린에 연관된 음악을 작곡을 할 때에는 ‘요하임’에게 늘 도움을 받을 정도로 두 친구는 음악적 동반자이자 서로의 앞날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친형제 같은 존재였다.

브람스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이중협주곡’은 1886년 스위스 베른 근처 ‘툰’의 아름다운 호수를 바라보며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브람스는 이 작품을 ‘툰’ 호수의 아름다운 자연 풍광에 반해 교향곡 5번으로 만들려고 했다가 ‘요하힘’의 충고와 조언으로 교향곡이 아니라 기악 협주곡으로 바꾸게 되었다. 이 작품을 한번 감상해보면 협주곡이 갖는 느낌보다는 교향곡적인 웅장함과 거대함을 금방이라도 느낄 수 있을 만큼 스위스의 자연 풍광을 느낄 수 있다.



-친구의 부부싸움에 참견한 브람스

1880년 가을, 브람스는 ‘요하힘’의 부부싸움에 휘말려버렸다. 요아힘의 부인 ‘아말리 바이스’는 보기 드문 아름다운 미인이면서, 오페라 솔로 소프라노로 대중에게 인기가 많은 실력파 가수였다. 이런 아름다운 아내가 매일 밤 오페라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뭇 남성들의 흠모의 대상이 되고 가십거리가 되자 ‘요하임’은 의처증에 빠져 결국 아내를 간통죄로 고소해버렸다. 이때 친구의 질투심과 의처증을 잘 알고 있던 ‘브람스’는 그의 아내 ‘아말리’에게 장문의 편지를 보내 그녀를 위로해주었는데 ‘요하힘’의 간통 고소내용은 사실무근이고 아내를 너무나도 사랑한 나머지 믿지 못한 의처증 때문이니 ‘요하힘’을 이해해달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설상가상으로 ‘아말리’는 이 편지를 법정에 증거자료로 제출하였고 ‘요하힘’은 재판에서 지게 되었다. 당연히 요하임은 “30년지기 우정이 이것밖에 안되었느냐?”라고 하며 ‘브람스’와 심하게 다투었고 그들의 우정은 깨져버렸다. ‘브람스’는 ‘아밀리’에게 편지를 보낸 것은 가장 친한 친구로서 ‘요하힘’과의 영원한 우정을 위한 올바른 선택이었다고 굳게 믿었었고 이 일로 ‘브람스’는 친구를 잃은 것에 대해 무척이나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깨진 우정을 회복시킨 브람스 명곡

사람들의 나쁜 일로인해 관계가 틀어지면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쉽게 회복되기 어렵다. 사람들은 흔히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된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이런 불편한 관계가 개선되자면 누군가는 어렵지만 손을 먼저 내밀어야만 된다. ‘요하힘’의 법정다툼이 있은 후 그들의 우정은 3년이나 단절된 채로 살다가 브람스가 먼저 손을 내밀어 화해의 뜻을 전했다. 어렵지만 그들의 회복을 위해 브람스는 스위스의 ‘툰’호수의 아름다운 자연을 영감으로 작곡한 그의 교향곡 제5번 초고를 요아힘에게 보내고 예전에도 그랬듯이 ‘요하힘’의 음악적 조언을 받으면서 둘 사이는 화해의 싹을 틔우게 되었다. 이후 이 교향곡5번을 ‘바이올린과 첼로’의 이중협주곡으로 ‘다시 만들자!’라는 ‘요하힘’의 조언을 받아들여 예전의 두터웠던 우정을 완전히 회복하게 되었다.

화해 당시 브람스가 요아힘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의 일부분이다. “이 작품을 보고 자네의 예술적인 조언을 예전처럼 듣고 싶네. 이 작품에 자네가 흥미를 가진다면 좋겠네”라고 편지를 보냈다. ‘요하힘’은 브람스의 연락이 오기만을 오랫동안 기다린 듯이 즉시 이 작품에 관심이 많이 있음을 호의적으로 답장을 보냈고 이후 브람스는 바이올린 협주곡을 작곡했던 것처럼 초고로 작곡된 곡의 사본을 요아힘에게 보내고 그의 조언을 들으며 이 작품을 완성하게 되었다. 결국 이 ‘이중협주곡’은 브람스가 요아힘에게 손을 내민 ‘화해의 마음’이 되었다. 이 협주곡의 첫 연습은 ‘클라라 슈만’(슈만의 부인)의 집에서 했는데 두 친구의 만남에 ‘클라라’는 이 곡을 ‘화해의 협주곡’으로 불렀다. ‘클라라’는 일기에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이 협주곡은 일정 부분 화해의 의미를 지닌 작품이 되었고, ‘요하힘’과 ‘브람스’는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불멸의 음악으로 남은 브람스의 우정

요제프 요하힘(Joseph Joachim 1831~ 1907)은 헝가리출신의 명 바이올린연주자겸 작곡자로서 하노버궁정관현악단에서 일하던 1853년 요하네스 브람스(Johannes Brahms)와 알게 되어 친구로 지냈으며, 음악에 깊은 교감을 나누어 음악적 평생 동반자관계를 맺었다. 브람스는 그를 위해 ‘바이올린협주곡 D장조, 작품 77’을 작곡하였고 제1악장 끝부분의 화려하고 빠른 바이올린 독주 카덴차는 친구인 ‘요하임’이 작곡했다. 대표작품으로는 ‘헝가리의 노래에 의한 협주곡’과 바이올린의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카덴차’ 작곡을 많이 했다.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3.4.5번’ 카덴차를 비롯하여 수많은 바이올린 협주곡 카덴차를 작곡했다. 그의 이름으로 만든 요하임4중주단의 연주와 음반은 현재까지도 전설적으로 미화되고 있다.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이중협주곡’은 배신감으로 절교한 친구를 감동시키기 위해 ‘브람스’가 심혈을 기울여 작곡한 작품이다. 인생이 살만한 가치가 있고 아름다운 것은 사랑이 있고 우정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돌아선 친구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작품을 구상하고 작품을 만드는 긴~ 시간동안 ‘브람스’는 친구에 대한 미안함과 죄스러움, 낙담한 친구를 즐겁게 만들고 싶은 수많은 감정의 회오리 속에 친구를 그리워했을 것이다. 친구에 대한 그리움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이중협주곡’은 홀로 외로이 지내는 이들에게는 ‘기쁜’ 감동을 전한다. 그래서 필자가 알려주는 ‘이중협주곡’의 감상법은 되도록 ‘혼자’ 감상하고, 음악을 듣기 전 최소 10분의 ‘정적’ 속에 홀로 앉아 옛 추억 속의 그리운 친구를 떠올려 보고 곡을 감상해 보시라는 것이다. 음악이 끝나고 다시 10분을 정적 속에 있노라면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실 수 있으리라. 이렇듯 시대를 뛰어넘는 불후의 명곡은 우리에게 삶의 이유를 알려주는 힘이 있다. 김일영 포항유스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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