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예산 조기집행 강요 지자체 예산낭비 부추긴다
  • 손경호기자
정부, 예산 조기집행 강요 지자체 예산낭비 부추긴다
  • 손경호기자
  • 승인 2019.10.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행안부, 실적우수 지자체 표창
지자체장 재정 조기 집행 독려
일선 공무원들 스트레스 심각
건설·개발 공사도 前 선금지급
무리한 집행으로 부실공사 우려
박명재 의원 “실적 채우기 급급
예산 조기집행 문제점 개선을”
박명재 자유한국당 의원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질문을 하고 있는 모습.뉴스1
정부가 내수경기 활성화와 예산집행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예산조기집행을 추진하고 있지만 지자체는 정부의 실적 강요로 인해 불만이 팽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행정안전부가 전국 243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예산조기집행에 따른 애로 및 건의사항을 파악해 자유한국당 박명재 의원(포항 남·울릉)에 제출한 자료에 고스란히 나타났다.

우선 우수기관 표창 원하는 지자체장 때문에 지방 공무원들의 부담이 컸다. 행정안전부는 매년 상반기와 연말에 한 번씩 지자체가 그 해 예산을 얼마나 썼는지 평가하는데, 집행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곳들을 선정해 인센티브를 주고 표창도 한다. 이와 관련, 한 지자체 공무원은 “민선 지자체장들이 ‘행안부 선정 우수 지자체’라는 타이틀을 갖고 싶어 재정 조기 집행을 독려하기 때문에 일선 공무원들은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지자체들은 신속집행 대상 예산액(182조 7625억원) 중 61.1%인 111조 5863억원을 썼다. 작년 상반기(58.5%)보다 집행률이 2.6%포인트 올라갔다. ‘늑장 행정’을 막고, 불용을 최소화 하려는 조기집행의 제도 취지는 바람직하지만 문제는 실적을 채우기 위해 빨리 집행할 수 없는 사업들까지 ‘예산 신속 집행률’ 산정에 포함시킨다는 것이다.

지자체들이 가장 큰 문제로 지목하는 것은 예산 집행 절차가 여러 단계로 이뤄진 건설·개발 사업들이다. 정부의 재정 조기집행 지침을 따를 경우 아직 공사를 하지도 않은 부분까지 미리 돈을 줘야 하는 상황이 된다. 절차적 문제가 있을 뿐더러 시공사들도 선금(先金) 받는 것을 꺼린다. 선금을 받으면 그에 대한 보증보험 수수료를 따로 내야 해서 쓸데없는 비용이 나가기 때문이다. 무리한 예산 조기 집행에 따른 부실 공사 우려도 크다.

또한 경기도의 한 지자체는 올해 도서관 서적 구매 계획을 세우면서 혼란에 빠졌다. 인기 서적이 나올 때마다 책을 수시로 구매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그럴 경우 ‘예산 신속 집행률’이 떨어진다. 결국 실적을 채우기 위해 상반기에 꼭 필요하지도 않은 책을 많이 사야 한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이 밖에도 한 해의 성과를 평가해 연말에 시상하는 포상금 사업이나 신청자가 있어야 예산을 쓸 수 있는 공모사업 등도 예산을 상반기에 몰아서 집행하는 것이 불가능한데도 신속집행 대상으로 분류됐다. 이러다 보니 조기집행대상 사업 중 상반기까지 예산 집행률이 10%미만인 사업들도 수두룩했다.

지난해 상반기와 올해 상반기 신속집행대상 사업 총 42만 1259개 중 집행률이 10% 미만인 사업은 22.5%인 9만 4803개에 달했다.

집행률이 10%미만인 사업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세종시로 26.5%에 달했고 ▲서울 24.7% ▲경북 20.5% ▲경기 20.2% ▲충북 19.4% ▲부산 18.0% ▲광주 17.2% 순으로 10%미만 사업이 비율이 높았다.

박 의원은 “정부의 예산조기집행 강요로 인해 지자체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실적 채우기에 급급하고 불만 또한 팽배하다”며 “조기집행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 부여로 지자체별 경쟁과열, 수시 실적보고로 인한 행정력 낭비, 상반기 공사집중 발주에 따른 관리감독의 소홀 및 부실공사 가능성 증가, 행정절차로 인해 조기집행이 불가능한 사업도 조기집행 사업 대상으로 분류 등 조기집행에 따른 문제점에 대해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