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까지 치솟던 수시 비중, 대입개편·조국사태에 휘청
교육계 “수시·학종 실패 인정한 꼴… 학생 등 혼란 우려”
교육계 “수시·학종 실패 인정한 꼴… 학생 등 혼란 우려”
문재인 대통령이 대학수학능력시험 중심의 대입 정시 비중 상향을 공언하자 정치권을 중심으로 ‘정시 비중 50% 이상 확대론’이 확산하고 있다. 정부가 이를 수용할 경우 10여년 만에 다시 수시·정시 비중이 균형을 맞추게 된다. 이렇게 입시 시계가 거꾸로 돌아간다면 정부가 수시 혹은 수시 핵심전형인 학생부종합전형이 실패했다고 판단한 꼴이 된다는 게 교육계 분석이다. 서울이나 수도권에 비해 입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대학들은 정시확대 방침에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24일 교육부에 따르면, 대입 수시전형은 1997학년도 대입부터 도입됐다. 당시 수시전형 비중은 1.4%에 불과했다.
이후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도입 10년 만인 2007학년도 대입에서는 처음으로 정시 비중을 앞질렀다. 51.5%를 기록하며 과반을 넘었다(정시비중 48.5%).
지난 2008학년도 대입 수시부터 학생부종합전형(당시 입학사정관제)이 도입된 것도 지속적인 수시 비중 상승을 견인했다. 대학 입장에서는 학생의 다양한 역량을 확인할 수 있고 고교 입장에서도 공교육 정상화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깔리면서다. 이후 서울대를 비롯한 주요대학들이 앞다퉈 학생부종합전형 비중을 늘리면서 수시 비중은 2020학년도 대입 기준 77.3%까지 치솟았다.
반대급부로 정시 비중은 줄곧 줄었다. 모집 비중이 역전된 2007학년도 대입 이후를 기준으로 봤을 때, 대입 간소화 정책이 시행된 2015학년도(2014학년도 33.8%→2015학년도 36.0%)와 ‘정시 30%룰’ 적용을 앞둔 2021학년도(2020학년도 22.7%→2021학년도 23.0%)를 제외하면 매년 하락했다.
쪼그라든 정시 비중에 대한 볼멘소리는 지난해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때 커졌다. 평가의 공정성을 확보한 수능 위주 정시를 늘리고 깜깜이 평가로 불공정 논란이 큰 학생부종합전형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실제로 대입개편 공론화 때 수능 위주 정시 비중을 45% 이상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높은 지지를 받기도 했다. 최근 이른바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자녀 대입 수시 특혜 의혹’으로 수시 또는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불만이 폭발하면서 이런 주장은 더 힘을 받은 상태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정시 50% 이상 확대론’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사실상 ‘수시·학생부종합전형 정책 실패’를 선언하는 것”이라며 “그동안 정부 대입정책을 믿고 준비했던 학생·학부모·교사·대학들은 정시 비중이 급격하게 확대될 경우 큰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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