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지는 정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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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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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늦은 밤에 택시를 타게 되었는데 연세가 지긋하신 택시기사님이 툭 던진 한마디가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요즘 세상이 참 시끄럽죠?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은 정치인들처럼 똑똑하진 못해도 딱 보면 뭐가 옳은지 그른지 감으로 알아요.”라고 하셨다.

일반 국민들의 명료한 직관과는 달리 지금도 정치권에서는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시시비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며 국민들은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정의와 불의, 거짓과 진실의 경계는 칼날 같아서 명확하게 구분되는 것이라 여겼는데 그 경계가 그토록 무디고 그 선상의 틈새에 숱한 자기주장과 논리가 질펀하게 존재한다는 것에 대해 진저리가 쳐졌을 것이다.

지난 2개월 동안 우리 사회는 상대진영을 무조건 타도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고 맹렬한 적개심을 발산하였다. 산적한 국가적 난제를 풀어나가기 위해 힘을 모아도 부족할 판국에 조국 전 장관을 두고 얼마나 많은 국력이 소모되었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올 것이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국민의 분열이다. 반대진영에 대한 불신과 혐오는 쉽사리 메울 수 없을 만큼 깊은 골이 패여버렸다. 일을 이 지경까지 만든 건 여야는 물론이거니와 지식으로 무장한 진영 논객들도 크게 한몫하였다. 그들은 각종 언론매체에서 패악스런 요설로 옳고 그름의 경계를 허물고 진영논리를 앞세운 숱한 말들을 뇌까렸다. 그리고 그 발언들에 대한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는다.

오늘날 우리 시대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안보문제일 수도 있고 경제나 교육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 본질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 시대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그것은 책임지는 정치지도자가 없다는 것이다. 믿고 따르고 의지할 지도자가 없는 것이야말로 오늘날 이 시대의 가장 큰 문제인 것이다.
역대 대통령 중에서 백 년이 넘도록 변함없이 미국인들에게 가장 존경을 받는 에이브러햄 링컨에 대한 일화다. 남북전쟁 중 가장 치열했던 게티즈버그 전투를 앞두고 링컨은 마이드 장군에게 편지 한 통을 보냈다. “존경하는 마이드장군! 이 공격이 성공한다면 그것은 모두 당신의 공입니다. 그러나 만일 이 작전이 실패한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내게 있습니다. 만약 작전이 실패한다면 장군께서는 이 모든 실패의 원인이 링컨 대통령의 명령 때문이었다고 말하십시오. 그리고 이 편지를 모두에게 공개하십시오.” 이처럼 링컨은 어떤 실수나 실패에 대하여 아랫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않고 철저히 자신이 책임을 지는 지도자였다. 그래서 지금까지 미국인들의 가슴에 생생히 살아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조국 사태에 대해 끝내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국정 운영의 무한 책임을 가진 대통령으로서 진솔한 유감 표명이라도 했으면 좋았으련만 오히려 극성스런 국민과 언론, 검찰의 탓으로 돌려버렸다. 훌륭한 지도자는 결과가 나쁠 때에는 거울을 들여다보며 자신에게 책임을 돌리고, 성공했을 때에는 창밖을 내다보며 다른 사람들에게 찬사를 돌린다는 짐 콜린스의 말처럼 우리는 언제쯤 그런 지도자를 만나게 될까!

이철우 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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