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 손경호기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 손경호기자
  • 승인 2019.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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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황교안 대표 체제 후
첫 외부 인재영입 명단 발표
삼고·오고초려 1호 인사에
2017년 공관병 갑질 프레임
박찬주 前 대장 영입 논란

인재를 얻는 일은 조직의 흥망성쇠와 직결된다. 이는 동서고금을 통해 잘 나타난다.

중국 주(周)나라 주공(周公)은 무왕을 도와 천하 통일에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주공은 인재 영입의 전문가였다. 주공은 수없이 많은 사람을 만났다고 한다. 주공은 아들에게 인재를 우대하고 교만하지 말라는 뜻으로 ‘일목삼착(一沐三捉)’과 ‘일반삼토(一飯三吐)’를 당부했다고 한다. 목(沐)은 ‘머리를 감다’고, 착(捉)은 ‘잡다’라는 뜻이다.

‘일목삼착’은 주공이 머리를 감던 중 인재가 찾아오면 감던 머리를 세 번이나 움켜쥐고 머리에 물을 묻힌 채로 나가 반갑게 맞았다는 일화에서 나왔다. ‘일반삼토’의 ‘일반(一飯)’은 한 끼 밥을 먹는 시간을 말한다. 즉, 밥 한 끼를 먹는 짧은 시간에도 인재가 찾아왔다는 소식을 들으면 먹던 음식도 세 번이나 뱉고 나가 만났다고 한다. 유비는 제갈공명 같은 유능한 인재를 얻기 위해 세 번이나 찾아갔다. 바로 삼고초려(三顧草廬)다. 가장 별 볼일 없던 유비가 삼국지의 한 축이 된 이유는 바로 제갈공명을 얻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권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인재영입이 시작됐다.

특히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지난 6월 인재영입위원회 위원 임명장 수여식에서 삼고초려, 오고초려, 십고초려를 해서라도 반드시 인재를 모셔와 달라고 주문했다. 전국 어디든 인재가 있다고 하면 발로 쫓아가서 만나라고도 했다. 이로인해 한국당 인재영입위원회는 그동안 사회 각 분야 인재 2000여 명을 총망라한 인재영입데이터베이스를 만들며 ‘인재 모시기’에 사활을 걸어왔다.


드디어 한국당이 31일 1차 인재 영입 명단 10명을 발표하기로 했다. 이번 1차 영입인사는 황 대표 체제 이후 첫 외부 영입이라는 상징성을 갖는다. 박찬주 전 육군 대장과 윤창현 시립대 경제학과 교수가 영입된 가운데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 이진숙 전 MBC 기자, 장수영 전 포항공대 총장 등 10명의 명단이 사전에 정치권에서 회자되고 있다.

이번 1차 영입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인물은 누가 뭐래도 박찬주 전 대장일 것이다. 한국당이 1호 영입인사가 아니고 1차 영입인사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국민들 의식 속에서는 1차든, 1호든 황교안 대표의 첫 영입인사라는 점에서는 별반 차이가 없다.

박 전 대장은 2017년 일명 공관병 갑질 논란 사건으로 유명세(?)를 탔다. 결국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최근 대법원에서 육군 제2작전사령부 사령관에서 물러난 2017년 8월 9일 자로 민간인 신분이 됐다는 판결이 나오자, 군 검찰이 민간인 신분이었던 자신을 군사법원에 기소한 것은 헌법 27조와 충돌한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한 상태다. 그러나 국민들 의식 속에 박혀있는 박 전 대장의 이미지는 ‘공관병 갑질’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박혀있다. 재판에서 무죄로 최종 결론이 나더라도 문제가 해결됐다 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미 ‘박찬주=공관병 갑질’로 프레임이 짜여져 있기 때문이다.

인재영입 인사는 광고 모델과 유사하다. 광고가 모델의 인기를 이용해 제품이나 회사의 이미지 상승을 높이는 것이라면, 인재영입도 영입인사의 유명세나 좋은 이미지를 이용해 정당에 긍정적 이미지를 덧씌우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인재라도 이미지에 타격을 입으면 쓸모가 없다. 정당들이 1호 영입인사를 내세우는데 공을 들이는 이유는 상징성 때문이다.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는 장삼이사(張三李四) 영입으로는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없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옛말이 우려된다.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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