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빨리 특별법이 통과돼 집에 갈 수 있었으면…”
  • 이예진기자
“하루빨리 특별법이 통과돼 집에 갈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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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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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포항 촉발지진 2년… 이재민 거주지 흥해체육관을 가다
갈 곳 없어 2년 째 흥해체육관서 생활하는 이재민 205명
촉발지진 규명에도 여전히 체육관서 불편한 생활 이어가
“쿵” 소리만 나도 놀라 잠깨기도… 상당수 트라우마로 고생
지난 30일 흥해실내체육관 텐트 앞에 지진피해 이재민이 아침에 먹다 남은 컵라면과 잔반이 보인다. 오랜 체육관 생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재민들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벌써 2년이 다 돼 가네… 이제 체육관 생활도 지긋지긋해서 더 이상 못하겠니더.”

지난달 30일 오전 9시 30분 흥해실내체육관에서 만난 최모(80·여) 할머니는 아직도 지진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놀란 목소리로 비좁은 체육관 생활의 불편함을 호소했다.

이날 흥해체육관은 적막감이 감돌 정도로 고요했다. 공교롭게도 이 곳에 거주하는 이재민 상당수가 이날 서울 국회 앞에서 지진특별법 통과를 촉구하는 집회에 참석하느라 자리를 비웠기 때문이다.

29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실내체육관에 마련된 포항지진 이재민 대피소에서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현재 이곳에는 한미장관맨션 주민 등 90세대 205명이 생활하고 있다. 이재민들은 2017년 11월 15일 발생한 규모 5.4지진 이후 2년 째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뉴스1
29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실내체육관에 마련된 포항지진 이재민 대피소에서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현재 이곳에는 한미장관맨션 주민 등 90세대 205명이 생활하고 있다. 이재민들은 2017년 11월 15일 발생한 규모 5.4지진 이후 2년 째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뉴스1

최 할머니는 지진 발생 후 2년 동안 이곳 흥해체육관에서 의식주를 해결하고 있다. 이 곳에는 최 할머니처럼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이재민으로 체육관 생활을 하는 이들이 많다. 지난 2017년 11월 15일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한 후부터 지금까지 흥해실내체육관은 이재민들의 임시 생활공간으로 변했다. 많은 이들이 새로운 집을 찾아 떠났지만 이사할 여력이 없는 이재민들은 2년째 체육관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최 할머니는 혼자 누우면 꽉 차는 비좁은 텐트에서 2년 동안 지내고 있다. 지난 2017년 11월 15일 생일날 지진을 겪고 또 다시 지진이 터질지 모르는 공포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체육관 생활을 하고 있다. 최 할머니의 텐트 옆에는 누군가 아침에 먹다 남긴 잔반과 빈 컵라면이 힘든 체육관 생활의 고달픔을 대변해 주고 있다. 또 옆 텐트에는 화초들이 어두컴컴한 체육관 안에서도 푸른 녹색을 띠며 잘 자라고 있었다.

최 할머니처럼 지진 당시의 공포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지진 트라우마로 고생하는 이재민들이 이곳에는 수두룩하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자다가 “쿵” 소리가 나기만 해도 깜짝 놀라 일어나기 일쑤다. 심지어는 최근 영덕, 울진 등에서 발생한 지진 소식만 들어도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이들이 쉽게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있는 지진 이재민 임시 주거시설인 '희망보금자리 이주단지에 입주한 이재민이 반려견에게 밥을 챙겨주고 있다. 뉴스1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있는 지진 이재민 임시 주거시설인 '희망보금자리 이주단지에 입주한 이재민이 반려견에게 밥을 챙겨주고 있다. 뉴스1

최 할머니는 “포항시에서 새로운 아파트로 이주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하지만 거주 기간은 2년 뿐이다”며 “젊은이들은 2년 안에 재정적 여건을 만들면 되지만 나 같은 노인네들은 2년 후가 더 걱정이다”고 막막해 했다. 이어 “지금 피해 입은 집 관리비도 계속 들어가고 있는데 이주하게 되면 이중 관리비를 부담해야 한다. 이런 사정들을 몰라주니 답답하다”면서 “지진 원인이 촉발지진으로 밝혀졌는데 여전히 피해 주민들은 바뀌지 않은 상황속에서 하루 하루를 살고 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포항시 집계에 따르면 현재 돌아갈 집이 없어 흥해실내체육관에 거주하는 이들이 205명이나 된다. 이들은 매일 체육관에서 씻고 밥해먹고 잠을 청하는 등 불편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재민 박모(74)씨는 “하루빨리 집으로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특별법 제정이라는 반가운 소식만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29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한미장관맨션 곳곳에 낙석 방지막이 설치돼 있다. 한미장관멘션은 2017년 11월 15일 발생한 규모 5.4지진 때 외벽 등이 파손되는 피해로 90세대 205명의 주민이 흥해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 등에서 생활 중이다. 뉴스1
29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한미장관맨션 곳곳에 낙석 방지막이 설치돼 있다. 한미장관멘션은 2017년 11월 15일 발생한 규모 5.4지진 때 외벽 등이 파손되는 피해로 90세대 205명의 주민이 흥해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 등에서 생활 중이다. 뉴스1

포항지진 발생 2주년을 2주 가량 앞두고 이들의 이런 고통스런 생활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계속 된다면 이들이 받게되는 직접적인 재산 피해말고도 육체·정신적 피해는 산정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이들의 고통을 아는지 모르는지 정부와 정치권, 사회의 관심은 점차 시들해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이재민 황모(68·여)씨는 “이제 지친다. 하루빨리 지진 특별법이 제정돼 체육관에서 벗어나고 싶다”면서 “지진 피해 후 한동안은 정치인과 외부인사 등이 분주하게 찾고 난리를 치더니만 이제는 아무도 찾지 않는다. 이제 점점 관심이 멀어지는 것 같다”고 아쉬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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