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과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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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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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에는 학생 때 받는 우등상과 개근상 그리고 헌법의 규정에 의해 수여하는 훈장까지 세상에는 별의별 상이 다 있다. 그런데 개인에게도 영광과 보람이면서 국가적으로 성취감을 느끼며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는 상에는 대표적인 것이 노벨상이다.

우리는 왜 노벨상과 인연이 없을까. 관심이 없어서 그럴까. 아니면 재능이 부족한 탓일까. 지난달 10월은 노벨상의 계절이었다. 자랑스러운 수상자가 발표될 때마다 우리는 박수를 치면서도 허탈해 하고 아쉬워했다.

일본은 기초과학 연구의 저력을 나타내면서 올해도 화학상을 받으므로 지금까지 25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과 인도까지 노벨상 수상자가 여러 명인데, 우리는 김대중 대통령이 받은 평화상이 유일하다. 최고의 교육열을 자랑하면서 매년 20조원에 가까운 사교육비를 지불하고 있는 우리에게는 체면과 자존심이 말이 아니다. 교육 분야뿐만 아니라 소중한 지적 재산권이라 할 수 있는 특허 출원 건수도 세계에서 상위권에 속한다.

노벨상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독창적으로 인류의 번영과 발전에 기여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여기서 노벨상의 가치를 가름할 수 있는 한 수상자의 공적에 대해 살펴보자.

19세기 최고의 난제는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인구를 굶주림에서 해방시키는 것이었다. 그런데 독일의 화학자인 프리츠 하버는 공기 중의 요소 성분을 추출하여 질소 비료를 개발했다. 이 비료 덕분에 폭발적인 생산 증가를 이루어 식량난을 해결했다. 노벨상은 이런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우리에게도 가까운 미래에 이와 같은 과학자가 나올까?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면 못 이룰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올림픽을 보자. 양정모 선수가 1976년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해방 후 처음으로 온 국민이 바라던 금메달을 땄다. 시작은 그렇게 어려웠지만 이제는 전 세계가 한 곳에 모여 힘과 기를 겨누는 올림픽에서 당당히 10위권 이내에 드는 스포츠 강국이 되었다. 이와 같은 실적은 그냥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과학적 데이트에 의한 체계적인 분석, 최고의 코치를 통한 집중적 지도와 훈련 그리고 지속적이고 과감한 투자가 오늘의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올림픽뿐만 아니고 청소년들의 기술을 겨루는 세계 기능 올림픽에서도 30번 출전해 19번이나 종합 우승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노벨상은 왜 이렇게 우리와 거리가 멀까? 안타깝다.

우리의 과학 분야는 어디쯤 와 있으며, 무엇을 더 다듬고 보완해야 할까?

기초과학의 발전을 위해 전국에 20개의 과학 고등학교를 만들어 과학도를 양성하기 시작한 지도 벌써 20년이 넘었다. 그리고 1971년 과학기술의 교육과 연구를 위해 설립된 카이스트를 비롯한 여러 개의 과학기술 대학이 있다. 여기를 졸업한 인재들이 국내외의 연구소에서 과학도로서의 꿈을 키우면서 대한민국의 기초과학의 든든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70년대와 80년대에는 명문 대학의 물리학과와 화학과에 최고의 인재들이 모였고 또한 경쟁률도 대단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우수한 두뇌를 가진 학생들이 대부분 의과대학에 지원하고, 인문계는 개인의 출세와 영달을 위해 법대로 진학해 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많은 뜻있는 사람들이 이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걱정을 하는데도 이런 경향이 차츰 더 심해지고 있다.

우리 모두가 청소년들을 그렇게 살도록 내몰고 있다. 안타깝지만 이것이 우리 사회의 흐름이다. 이제 우리도 3만 달러 소득이니 먹고 사는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이 된 듯하다. 그러니 이젠 인류와 사회를 위해 연구하고 봉사하는 풍토와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어떤 노벨상 수상자는 “나를 오늘과 같이 만든 것은 어릴 때의 호기심이었다.”라고 했다. 책상 앞에 앉아서 교과서만 익히고 문제만 풀어 시험에 대비하는 기계적인 인간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청소년 때부터 풀리지 않는 문제를 놓고 토론하고, 함께 하는 동아리 활동도 하면서 폭넓은 분야도 경험해야 한다. 어떤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끈질기게 탐구하고, 때로는 팀플레이를 하면서 사고력과 창의력도 길러야 한다. 단순히 머리 좋고 혼자서 잘난 체 하며 자기만의 갇힌 세상에서 생활하는 헛똑똑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종환 관정교육재단 이사장은 “2022년부터 생명과학상, 수리물리학상, 화학상, 응용공학상, 인문사회과학상 등 5개 분야에서 매년 각 수상자에게 15억 원 안팎의 상금을 수여할 것”이라고 한다. 반가운 일이다. 상금 규모로만 보면 노벨상보다 많은 금액이다.

내년에는 과학기술 R&D 예산이 24조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와 같이 민간과 정부에서 관심을 가지고 과학, 기술, 의약 등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 그리고 우수한 과학도를 국내로 영입하여 꾸준히 연구할 수 있는 분위기도 만들어야 한다.

독일의 기계 문명은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를 바탕으로 만든 각종 기계들과 명품 자동차가 세계 최고를 자랑하고 있다. 오래된 매뉴얼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일본의 치밀한 과학기술도 대를 이어 투자하고 끈질기게 노력한 덕분이다. 이런 것들이 바탕이 되어 노벨상도 받고 기술 강국의 자존심도 유지하고 있다. 당장 쓸 수 있는 실용적인 분야에만 매달리기보다 상상력과 호기심을 가지고 새로운 것에 대한 지속적인 도전과 지원을 계속하면 노벨상의 행운도 자연스럽게 오게 될 것이다.

이영우 전 경북도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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