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정치권을 제물로 삼지 말라
  • 손경호기자
TK정치권을 제물로 삼지 말라
  • 손경호기자
  • 승인 2019.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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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는 총선이 다가왔음을 알리는 ‘알람 소리’가 나온다. 바로 한국당 내의 영남 중진 물갈이론이다.

친박계인 김태흠 국회의원이 지난 5일 ‘영남·강남 3선 이상 중진 용퇴’의 물갈이 화두를 던졌다.

김 의원의 기자회견 요지는 이렇다. 모든 현역의원은 출마 지역, 공천여부 등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당의 결정에 순응해야 한다.

영남권, 서울 강남 3구 등 3선 이상 의원은 용퇴를 하든가, 당의 결정에 따라 수도권 험지에서 출마하라. 원외 전·현직 당 지도부, 지도자를 자처하는 인사들도 마찬가지다.

김 의원은 이러한 용기가 없다면 스스로 용퇴의 길을 선택하라고 일갈했다. 선거때가 다가오면 대구·경북 등 영남권지역 한국당 정치인들은 퇴물로 취급된다. 3선 이상 중진이 되면 아예 만고(萬古)의 역적(逆賊)처럼 치부된다.

김 의원의 기자회견문에서 비영남권 정치인들의 시각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당의 기반이 좋은 지역에서 3선 정치인으로서 입지를 다졌다면 대인호변(大人虎變, 큰 사람은 호랑이와 같이 변한다)의 자세로 새로운 곳에서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자세로 과감하게 도전하는 것이 정치인의 올바른 자세라는 것이다. 속된 말로, 정치력도 없으면서 텃밭에서 3선 국회의원을 날로 먹었으면 이제 그만 스스로 물러나라는 요구다.

김 의원의 이 같은 주장은 일견 일리가 있다. 당을 위해 기득권에 안주하지 말고 희생과 헌신을 하라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기 때문에 영남권 정치인들은 정치 능력이 부족하다는 주장은 정치권에 보편화된지 오래다. 정치 능력이 부족한 중진은 당연히 용퇴하는 게 옳다. 지역에 도움이 되지 않고, 국가에 불필요한 정치인이라면 빨리 도태되는 게 지역을 위해서도, 국가를 위해서도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권의 ‘수도권 험지 출마론’은 번짓수를 잘못 짚었다. 일부 정치인들의 표현대로 영남권 중진 정치인들이 텃밭에서 편안하게 당선된 사람이라 자생력이 떨어진다면 이들이 수도권 험지에 출마할 경우 낙선은 불문가지다. 사실상 ‘사지 출마론’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자생력도 없는 정치인들을, 선거 몇달 남겨놓은 지금 상황에서 험지로 지역구를 옮기라고 하는 것은 다른 정당 후보에게 국회의원 배지를 그냥 상납하자는 해당행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험지에서 착실히 수년 간 출마 준비를 해온 사람들의 출마기회를 빼앗자는 몰지각한 사고이다.

나아가 이는 유권자는 안중에도 없는 공급자 중심의 사고 방식이다. 국민들은 국회의원을 선출할 때 인물보다는 지역 대표성을 중시한다. 즉, 지역의 대표라는 생각이 강하다. 그런데 선거를 수개월 앞두고 나타나 지역의 대표가 되겠다고 떠드는 것은 유권자를 ‘졸’(卒)로 보는 처사다.

영남권 3, 4선이 수도권 초·재선만 못하다는 주장도 ‘어폐’(語弊)가 있다. 비유하자면 양궁 종목과 같다. 여자 양궁은 출전만하면 금메달을 따오는 금메달 밭이기 때문에 양궁 금메달 3, 4개 이상 따봐야 육상 메달 1개만 못하다는 것과 같은 주장이다.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은 올림픽 본선보다 어렵다고 한다.

한국당의 TK지역 공천도 본 선거보다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정치능력 부족 주장은 양궁 국가대표는 육상 국가대표에 비해 능력이 떨어지는 선수라고 하는 것과 다를바 없다.

능력이 부족하다면 장·차관들이 즐비한 지역에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3선, 4선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수많은 쟁쟁한 인사들이 공천도 못 받고 사라지고, 초·재선만 하고 낙천하는 정치인들이 즐비한 상황은 못 보고 있는 것이다. 흡사 물 위에 떠있는 백조의 끊임없는 발길질을 보지 못하고, 우아한 겉모습만 보고 편안하다고 하는 것과 같다.

영남권 중진 중에 밥 값 못하는 정치인도 물론 있을 것이다. 그런 인사는 공천에서 배제하면 된다. 자신들의 이익을 보자고 TK정치권을 제물로 삼지는 말라.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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