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찰 주고 어음 받은 지소미아 연기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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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찰 주고 어음 받은 지소미아 연기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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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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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가 지난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조건부로 연기하기로 했다. 지소미아 종료시한을 6시간 앞두고 전격적으로 이뤄진 결정이다. 당초 청와대와 정부는 원래 계획대로 한국을 안보상 신뢰하지 않는 일본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점을 일관되게 강조해왔지만 막판 일본과의 대화국면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판단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중재노력도 한몫을 했다.

하지만 정부의 계획대로 일이 진행될지는 불투명하다. 일본이 수출 관리와 관련한 한일 외교 채널을 가동할 것을 밝혔지만 여전히 지소미아와는 일정한 선을 긋고 있어 경제보복 조치를 풀 가능성은 지금으로서는 낮아 보인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날 한일 외교채널 가동은 지소미아 종료 연기와 무관하고, 지소미아 종료를 촉발했던 백색국가(수출절차 우대국)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한 조치도 유지할 것이며, 반도체 원료 등 3개 품목에 대한 개별적 심사 수출도 강행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일본이 대화에 응할 수도 있다는 뉘앙스만 나타냈을 뿐 이렇다 할 어떠한 구체적인 모멘텀도 보이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일본으로부터 얻어내는 것 하나 없이 되레 국민들로부터 신뢰만 잃지나 않을까 염려된다.

지소미아는 한일 군사당국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정보 등을 직접 공유할 수 있도록 지난 2016년 11월 체결한 협정으로서 그동안 1년씩 운용시한이 연장돼왔다. 그러나 올 8월 일본 정부가 ‘안보상 이유’로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시 절차상 우대 혜택을 부여하는 화이트국가 명단에서 제외하자 우리 정부도 지소미아 운용시한을 재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를 두고 국내에서도 ‘연장해야 한다’ ‘하지 않아야 한다’며 여론이 갈렸으나 우리 국민 절반 이상이 지소미아 종료를 지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 여론과는 상반된 결정을 이렇다 할 설명 한 마디 없이 전격적으로 결정한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지소미아 종료 유예는 정부가 국익 차원에서 다각도로 검토한 후 내린 전략적인 결정이겠지만 그동안 정부의 일관되고 강경한 태도를 지켜본 많은 국민들은 허탈감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일본의 경제보복조치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우리 정부도 지소미아 종료라는 초강경대응으로 맞서자 국민들도 이에 발맞춰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쳤다. 일본의 대표적인 의류 브랜드 매장은 고객의 발길이 완전히 끊겨 매출이 급전직하로 떨어졌으며, 자동차 판매와 여행객 수도 사상최악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지난달 일본제품의 한국 수출액이 지난해에 비해 20%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여 년 전 IMF 외환위기 때 금모으기 운동으로 국난을 극복하고자 했던 한민족의 대동단결 의지가 재현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실질적으로 얻은 것 하나 없이 가장 강력한 대응무기였던 지소미아 종료를 연기함으로써 대일(對日)전선에 맥이 빠진 상황이다. 청와대는 일본의 행동에 따라 언제든지 지소미아를 종료시킬 수 있다고 말하지만 미국이 중재자로 나선 지금 상황으로서 그것마저 쉽지 않은 일이다. 세간의 지적처럼 우리 정부가 일본에 현찰을 주고 어음을 받은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그 어음이 자칫 부도가 나는 날에는 국제적 망신을 면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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