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철길숲을 걸으며
  • 경북도민일보
포항 철길숲을 걸으며
  • 경북도민일보
  • 승인 2019.11.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을이 저물어 간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기온이 금방 겨울이 올 듯 차가움이 몸과 마음을 움츠러들게 한다. 울긋불긋 곱게 물들었던 단풍들도 늦가을의 힘겨움에 우수수 떨어지고 길가 노란 은행나무 잎이 바람에 이리저리 뒹구는 조금은 쓸쓸해지는 계절이다. 만추(晩秋)의 끝자락에 포항 철길숲을 걸으며 상념에 잠겨 보는 느긋한 오후, 가을볕이 따사로운 시간에 나서는 산책길은 무엇보다 여유로워 좋다. 필자의 사무실이 철길숲(2차구간) 가까이에 있어 일주일에 서너 번씩 운동 삼아 걸어 다니는 숲길이 얼마나 좋은지 자주 감탄하곤 한다.

포항 시내를 가로지르던 동해남부선이 KTX직결선 개통으로 폐선이 되면서 생긴 폐철도 부지를 도시숲으로 조성하겠다는 포항시의 야심찬 프로젝트가 4년의 공사 끝에 성공적으로 준공되어 도심을 관통하는 산소탱크로 자리매김 하면서 도시재생의 새로운 페러다임을 만들어 놓았다. 녹색 생태도시를 지향하는 이강덕 시장의 ‘Green Way 프로젝트’가 빛을 보기 시작하여 회색도시 곳곳에 녹색 환경이 조성되고 도시숲의 본 모습이 도심을 더욱 활기차게 변화시켜 살기 좋은 고장으로 발전하는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철도숲 관리를 위해 상주하는 인력이 있어 늘 깨끗한 분위기를 만들고 각종 스틸아트(Steel Art) 작품들이 군데군데 놓여 져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는가 하면 옛 철도의 정취를 되살려 기관차형상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듯 한껏 뽐을 내며, 철길숲 조성공사로 생긴 지하가스층 분출로 영원히 꺼지지 않을 듯 활활 타오르는 불길 또한 ‘불의 정원’이란 이름으로 시민들 사랑을 받고 있다. 짙은 다크브라운(Dark Brown) 수양단풍과 어울려 가을의 정취를 더하고 불기둥 둘레에 놓아둔 포인세티아 붉은 꽃잎이 벌써 크리스마스를 맞은 듯하다. 4.3㎞의 2차구간은 최근 완공되어 각종 테마가 가미되고 너른 분수대와 공연공간이 조성되어 콘서트와 공연, 인문학강의 등 각종 문화행사에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 품격 높은 도시로 변모해 가고 있어 선진시민으로서 자긍심이 높아진다. 또한 시민 건강생활을 위한 각종 걷기행사와 캠페인 등이 이어져 숲을 찾는 시민들로 넘쳐나는 명품 도시숲으로 거듭나고 있다. 명품 철길숲을 가꾸는 손길과 시민들의 높은 선진의식이 합쳐져 최근 포항 철길숲이 ‘2019 대한민국 녹색도시 평가 도시숲 분야 전국1위’라는 영예를 얻었다는 기쁜 소식이 일상에 찌든 시민들에게 감동으로 전해졌다.

이렇듯 자랑스러운 시민 힐링공간이 가까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포항시의 도시재생 프로그램의 큰 몫을 차지하는 ‘Green Way’프로젝트사업이 침체된 지역경제와 피폐해진 시민들의 정서를 한 층 밝고 행복하게 하는 청량제 역할을 하도록 노심초사하는 포항시 공직자들에게 이 기회를 통해 고마운 박수를 보내고 싶다. ‘전국1등’에 머물지 않고 세계에서 으뜸가는 도시숲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아직도 할일이 많이 남아있음을 밝히고 싶다.

1차 구간인 구 포항역에서 유성여고간 2.3㎞ 철길 숲이 조성된 지 오래되어 이제는 손길이 더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구 포항역 부근의 숲 조성과 기존 철길숲에 좀 더 신경을 써주었으면 한다. 필자가 사는 동네가 우현동이라 저녁이면 철길숲 공원을 자주 걷는 편으로 2차구간의 그것과는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어 조금은 속이 상할 때도 있다.

1차구간이 처음 조성이 되었을 때는 굽이쳐 흐르는 물길에 물소리도 나고 길게 뻗은 메타세콰이어 길에는 낭만이 노래하는 등 우리 동네에도 이런 숲공원이 생겨나 얼마나 기뻤는지 몰랐다. 요즈음은 낡은 데크 길이 삐걱거리기 일쑤고 아름답게 만들어졌다는 화장실도 보수가 제대로 되지 않고 물길에 물이 마른지 오래며 그 흔한 어린이 놀이기구 하나 없어 2차구간의 깨끗한 환경관리에 비하면 초라한 것 같아 안타깝다.

포항 철길숲이 ‘대한민국 도시숲 전국1위’의 명성을 그대로 살리고 품격 높은 녹색생태도시로 각광 받으려면 선진시민의식과 함께 1, 2차구간의 균형적 관리가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우리고장 포항이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1등 도심숲’을 가지고 있다는 자부심과 함께 숲을 사랑하고 가꾸는 일에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높은 질서의식이 절실하다.

‘포항 철길숲 전국 1등’을 축하하며 그 속에 살고 있는 우리들 또한 ‘1등 시민’ 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김유복 포항뿌리회 前 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