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바이올린소나타 9번 ‘크로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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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바이올린소나타 9번 ‘크로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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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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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영의 클래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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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속담에 말에 관한 속담이 많다. 예를 들어 ‘말 한마디로 사람이 죽고 산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 ‘말로는 못할 말이 없다’, ‘말이 말을 만든다’,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바로 해라’, ‘입이 원수다’,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 등의 속담들은 주위에서 흔하게 듣는 속담일 것이다. 이렇듯 말을 잘못하여 화를 당하게 된 경우의 속담은 지금도 사용된다. 오늘의 주제는 말실수로 큰 봉변을 당한 연주자와 이로 인해 지금까지 크게 사랑받게 된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제9번 ‘크로이처’를 소개한다.

‘바이올린 소나타 9번 ’크로이처‘는 독일 출신의 작곡가 악성 베토벤(1770~1827)이 1802년 작곡한 작품이다. 원래 고전작품은 거의 제목이 없다. 오늘 소개할 바이올린 소나타도 작품번호만 있을 뿐 이름이 없었는데 훗날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크로이처 소나타’라고 부를 정도로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당시 영국에서 유명세를 갖고 있던 젊은 바이올린연주자 ‘브리지타워’와 베토벤의 실제 있었던 이야기이다. 1803년 ‘브리지타워’는 자신의 바이올린 연주 기량을 마음껏 뽐내고 세계최고의 연주자가 되기 위해 유럽 음악의 중심인 오스트리아 빈으로 향한다. 그는 기골이 장대해서 많은 여성들에게 인기를 쉽게 얻을 수 있었다. 폴란드계 어머니와 서아프리카 출신의 잘생긴 아버지의 유전적 영향으로 외모는 완벽한 혼혈 훈남이며 더불어 그의 환상적인 바이올린 연주는 흥행몰이를 위한 보증수표와 다름없었다. 그의 바이올린 공연역시 악마의 바이올린연주자‘파가니니’의 공연처럼 연주장은 항상 여성들로 가득차고 인산인해였다. 그의 인기는 빈에서도 역시 대성공이었다. 베토벤은 이런 유명세가 있는 ‘브리지타워’를 만나고 싶어 했고 더욱이 그의 화려한 기교와 연주스타일에 큰 감동을 받아 ‘바이올린 소나타’를 작곡을 하여 그에게 걸맞은 작품을 헌정하고 싶어 했다. 그리고 그를 위해 맞춤 작품, 바이올린 소나타 9번을 작곡하여 헌정하게 이르렀다.

1803년 5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바이올린소나타 9번을 처음으로 초연했었다. 빈의 명소인 ‘정원의 정자’(Augarten pavilion)에서 초연되었으며 영국의 대사를 비롯하여 오늘날 VIP와 같은 중요 인물들이 많이 찾아왔다. 그중에는 ‘아르두케 루돌프’, ‘리흐노프스키’ 왕자, ‘롭코위츠’ 왕자 등 베토벤의 후원자들이 대거 참석하였기에 그에게는 이 공연이 꼭 성공해야 하는 연주회였다. 바이올린에는 ‘타워브리지’, 피아노에는 ‘베토벤’이 직접 연주하는 공연이라 빈의 시민들과 많은 관객들이 새로운 작품의 감상을 위해 공연장으로 몰려들었다. 숨 죽일듯한 긴장감에 공연이 시작되었고 공연 초반에 있는 1악장 35마디 부근에 어려운 피아노 옥타브연주가 반복되게 되어있는데 이때 이 어려운 부분을 ‘타워브리지’가 즉흥적으로 바이올린연주를 멋지게 흉내 내었다. 그의 돌발적인 즉흥연주는 관객들과 베토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타워브리지’의 즉흥연주에 베토벤은 깜짝 놀람과 동시에 큰 감명을 받아 연주 도중 그 역시 돌발행동으로 피아노에서 벌떡 일어나 무대를 가로질러 달려가 ‘브리지타워’를 포옹을 하고 다시 피아노로 달려가 연주를 계속했다. 작곡자인 베토벤도 많이 감동을 받은 공연이라 이날의 공연은 대성공이자 그에게는 잊지 못할 큰 기쁨의 날이었다. 공연이 끝난 후 기념식에서 베토벤은 공연이 크게 성공함으로 흥분한 나머지 그의 9번 바이올린 소나타를 ‘브리지타워’에게 헌정할 것이라 만인에게 공표하고 친필로 악보에 “괴짜혼혈을 위한 소나타”(Sonata per uno mulaticco lunattico) 라고 적어 넣어 악보를 직접 건네주었다. 그런데 공연 성공 축하자리에 술이 문제가 되었다. 과음은 하지 말아야 하는데 드디어 일은 터지고야 말았다. 베토벤과 브리지타워는 기쁘게 술을 취할 정도로 마시며 그들의 음악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였다. 어느 정도 술이 찬 ‘브리지타워’는 가십거리로 빈에 사는 어느 아름다운 숙녀의 사생활을 정제 없이 과감히 사람들 앞에서 노골적으로 쏟아내었다. 그 이야기를 모두 다 들은 베토벤은 격분한 나머지 참지 못하고 ‘타워브리지’에게 화를 내며 금방 헌정한 바이올린 소나타의 원고를 다시 돌려줄 것을 요구했고, 헌정을 철회할 것이라고 번복하였다. 그 이유는 그 소문의 숙녀가 베토벤과 아주 친밀한 사람이었고 베토벤이 몰래 흠모하고 있던 여인이었기 때문이었다. 본인과 전혀 상관없고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소문이랍시고 술자리에서 그저 재미삼아 이야기한 ‘타워브리지’의 말에 베토벤은 크게 실망하였고 분개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제야 눈치를 알아차린 ‘타워브리지’는 즉시 그의 잘못된 말들을 수습하려고 사과하며 헌정의 취소를 거두어달라고 부탁했지만 분개한 ‘베토벤’은 단호히 거절하였다. 당시 ‘베토벤’은 ‘브리지타워’에게 “이 바이올린 소나타는 당신이 아니라 파리에 살고 있는 유럽의 가장 위대한 바이올린 거장인 ‘크로이처(Rodolphe Kreutzer’)에게 다시 헌정하겠소!”라고 말하고 그와의 모든 관계를 거절하고 단절해 버리고 말았다. ‘브리지타워’는 ‘베토벤’에게 마음을 바꿔 달라고 진심으로 간청했지만 ‘베토벤’의 결정은 단호했다. 이 일로 ‘브리지타워’는 일주일 후 빈을 떠나 폴란드로 가야했고 이후로 이 두 사람의 만남은 없었고 그들의 잘못된 매듭은 죽기 전까지도 끝내 풀지 못했다.

‘베토벤’이 죽고 사십 년이 흘러 ‘베토벤’의 연구회가 만들어지고 악성 베토벤의 일대기를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연구원 중 한명이 ‘크로이처’ 소나타를 연구하던 도중 우연히 영국 런던 남부의 ‘팩햄’이라는 가난한 동네에 ‘브리지타워’가 초라하고 볼품없이 늙어간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리고 직접 찾아가 ‘크로이처’ 소나타에 대해 인터뷰를 하기 시작했다. 그가 한 때 ‘베토벤’을 어떻게 만나 정말로 함께 연주를 한 적이 있었는지? 베토벤이 소나타를 어떻게 그에게 헌정하려했고 철회를 해야만 했는지? 왜 ‘크로이처’는 소나타의 이름이 되었는지? 그는 이 모든 이야기의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브리지타워’는 이렇게 말했다. “그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생각 없이 내뱉은 어느 숙녀에 대한 무책임한 말이 소나타의 헌정을 철회하게 만들었고 내 인생은 이것으로 완전히 달라졌다” 그는 멍청한 말을 한 것에 후회를 했다. 하지만 그는 분명하게 소리치며 말했다. “‘크로이처’ 바이올린 소나타는 브리지타워 소나타여야만 한다!” 가난하게 살다가 가난으로 죽을 때까지 ‘크로이처’라는 이름을 지우려고 애를 썼지만 결국 ‘크로이처’라는 이름은 영원히 음악사에 남게 되었다.

정작 이 작품을 헌정 받은 당대 최고의 바이올린 연주자인 ‘크로이처(Rodolphe Kreutzer)’는 이 작품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이미 다른 사람에 의해 초연되었기에 헌정에 의미가 없다고 ㅊ생각했고 더욱이 바이올린 연주기교가 난해해서 연주가 불가능한 작품이라 평가 절하해버린 터라 ‘크로이처’는 평생토록 ‘베토벤’의 헌정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죽을 때까지 단 한번도 ‘크로이처’ 소나타를 연주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작품의 이름은 지금까지도 ‘크로이처’ 소나타라고 불려지고 있고,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타타 10곡 중 최고로 평가받는 명작이 되었다. 김일영 포항유스필하모닉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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