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조변석개(朝變夕改)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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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조변석개(朝變夕改)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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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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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열린 국회 교통법안 소위에서는 중고자동차 매매시 가입해야 하는 책임보험을 임의보험으로 전환하는 ‘자동차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지 못했다. 이날 교통법안 소위에 올라온 법안들의 경우 정부 측에서 별다른 반대 의견이 없었다는 점에서 다소 이례적인 사건이다. 그러나 임의보험 가입 법안 추진 과정을 들여다 보면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고차 매매시 책임보험에 가입하도록 성능점검업자에게 의무를 부여하는 법안이 6개월도 채 운영되지 않은 상황에서 임의 가입으로 법안을 바꾸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소비자 부담을 이유로 임의가입 전환을 주장하고 있다. 보험료가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매매업자나 성능점검업자가 짜고 성능불량 차량을 판매해도 소비자는 울며겨자먹기로 그냥 당하게 하자는, 즉 책임보험 이전으로 돌리자는 주장이다. 일부 중고차 매매상들이 허위 매물을 올린 뒤 찾아온 사람들을 윽박질러 문제 차량을 강매하는 사례가 언론과 인터넷 등에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임의보험으로 바꾸자는 주장은 이 같은 피해를 계속 방치하자는 것과 다름 없다. 결국 보험제도가 없어지면 소비자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보게 된다.

물론 국토교통부는 이날 법안심사 자리에서 소비자에게 보험가입 선택권을 주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논리라면 국토교통부는 소비자들의 부담을 없애기 위해 자동차보험도 가입하고 싶은 운전자만 가입하도록 임의 가입으로 바꾸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 수년 동안, 또는 그 이상 차량을 운행하면서 사고 한 번 낸 적 없는 운전자들이 왜 해마다 보험사에 수십만원씩 보험료를 강제로 납부해야 하는가. 정부가 보험사 영업사원도 아닌데, 왜 서민들 주머니를 터는 보험 영업을 해주냐고 하면 무슨 말을 할텐가.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중고차 피해구제신청현황에 따르면, 2016년~2019년 6월까지 총 793건이 접수됐고, 피해구제신청에 79.7%가 중고자동차성능점검에 기인하고 있다. 이 가운데 성능상태점검불량이 전체의 90.5%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험료 소비자 전가 주장도 어불성설이다. 신차 판매의 경우 무상 애프터서비스(AS)가 공짜 서비스일까. 당연히 차 값에 다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법안심사 소위에서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성능점검 보험료 부과 시스템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성능점검이 다 된 차를 사는 것이고, 마치 별도로 부과되는 것처럼 되니까 소비자들이 부담을 느낀다는 것이다. 매매업자는 성능점검을 마친 중고차를 판매하는 게 정상이다. 우선 차를 팔고, 성능점검 불량 유무는 소비자가 보험을 들어 확인하라는 것은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다.

그래서 시스템을 개선해 판매가격에 일괄적으로 보험료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박 의원의 주장이 옳다. 보험료는 중고차 판매의 옵션이 아닌, 당연히 차를 팔아 수익을 남기는 매매업자가 지불하는 게 당연하다. 애초 보험료를 따로 부과하도록 하면서 소비자가 지급하는 것처럼 만든 국토교통부의 업무처리 능력이 이 같은 사태의 주범이라 할 수 있다. 더구나 충분한 데이터 구축도 없이 반년도 안돼 법을 원점으로 돌리겠다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아마추어 행정이다.

이 때문에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은 법안 심의 자리에서 법의 안정성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제도시행 초기임에도 일부 반발을 이유로 법안을 재·개정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성능점검 책임보험시행과 맞물려 사업을 준비해 추진중인 다수의 중소기업 및 사업조합의 도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현대판 조변석개(朝變夕改)도 아니고, 국토교통부가 과연 장관 부처가 맞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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