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자살예방사업 더 적극적으로 나서자
  • 손경호기자
지자체 자살예방사업 더 적극적으로 나서자
  • 손경호기자
  • 승인 2019.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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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테르 효과’가 있다. 유명인의 자살 발생 뒤 유사한 방식으로 잇따라 자살이 일어나는 현상이다.

‘베르테르’라는 용어는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주인공 이름에서 따왔다. 괴테가 1774년 발표한 이 소설은 주인공 베르테르가 자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괴테의 이 소설은 18세기 당시에 5개 국어로 번역될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유럽 곳곳에서 베르테르를 모방한 자살이 유행처럼 번졌는데, 베르테르의 자살을 모방해 자살한 사람이 전 세계에 2000여 명 정도로 추산된다고 한다.

1974년 사회학자 데이비드 필립스(David Philips)가 이 개념을 창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명 아이돌 연예인인 설리에 이어 구하라까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세계 최고다. 지난 2003년부터 OECD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얻고 있다. 1990년대 말까지 우리보다 자살률이 높았던 일본 등은 자살률을 낮추는 데 성공한 반면, 우리나라 자살률은 여전히 떨어지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22년까지 자살 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국민생명지키기 3대 프로젝트’까지 발표했지만, 지난해 자살률은 26.6명으로 2017년 24.3명보다 오히려 늘어났다. 자살률 감소는 공염불에 그친 것이다.

한국의 높은 자살률은 경제적 상황이나 우울증에 대한 예방과 치료가 부족하기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민의 항우울제 소비량은 22DID(인구 1000명당 하루 복용량)에 그쳐 OECD 평균63DID의 35%에 불과했는데, 한마디로 우울증 치료에 소극적인 것이 통계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자살과 관련한 또다른 통계가 나왔다. ‘2018 지방자치단체 자살예방 현황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자체 예산 중 자살예방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단 0.016%(평균 9419만7119원)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구 10만명당 자살예방 담당 공무원도 기초단체 평균이 0.71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경북 군위군·울릉군, 경기 광주시, 전남 영암군, 인천 옹진군 등 5개 지자체는 내·외부 모두 자살예방 관련 조직이 없는 곳으로 밝혀졌다.

특히 보건소나 부서 등 지자체 내부에 자살예방 조직을 둔 지자체는 전체 지자체 가운데 절반 가량인 125개에 그쳤고, 외부에 자살예방센터를 둔 지자체는 전체 229개 중 30개에 불과했다.

이로 인해 2018년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직전 3개년 평균 대비, 140개 지자체에서 자살률이 증가했다. 감소한 지자체는 겨우 89개에 그쳤다.

이렇듯 전체적으로 자살률이 증가하고 있지만 ‘자살예방’조례를 갖추고 있는 지자체는 총 165개 밖에 안됐다. 자살예방 협의체가 구성된 지자체는 130개였고 해당 지자체장이 협의체의 장을 겸임하는 경우는 전체 229개 지자체 가운데 35개였다.

자살예방 생명지킴이 교육 등 예방교육 사업실적도 저조한 편이다. 자살률이 높은 고령자 대상 자살예방 사업은 인구 10만명당 759명에 그쳤고 자살 유가족 대상 자살예방사업은 인구 10만명당 11명에 그치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제 재난 수준의 국내 자살률 감소를 위해 정부 뿐만 아니라 지자체도 적극 나서야 한다. 자살예방 관련 조직이 없는 군위군과 울릉군 등은 조속히 조직 만들기에 나서고 자살예방 관련 조직을 갖추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은 자살예방사업을 보다 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법령을 정비하고 예산 지원을 하는 등의 정책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이제 더 이상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이들의 불행은 막아야 한다.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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