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바위 정치는 이제 그만하자
  • 손경호기자
야바위 정치는 이제 그만하자
  • 손경호기자
  • 승인 2019.12.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야바위’의 사전적 의미는 협잡의 수단으로 그럴듯하게 꾸미는 일을 일컫는다. 요즘 대한민국 정치를 보면 ‘야바위’라는 단어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최근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대표적인 ‘야바위’라 할 수 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핵심내용으로하는 선거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고, 국회에 자동부의된 것이다.

여야 4당이 합의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안에 따르면, 지역구가 현행 253석에서 225석으로 줄어들게 된다. 연동비율도 민주당의 반대로 100%가 아닌 50%로 해 준연동형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패스트트랙에 올려진 공직선거법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의 준연동형에서 연동률을 낮추고, 지역구 : 비례 비율도 250:50으로 지역구 의석을 대폭 늘리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현재 3%로 정해져있는 진입장벽을 올리는 것 등이다.

선거제도를 현재의 병립형이 아닌 연동형으로 바꾸려는 것은 국민의 투표 의사를 더 정확하게 반영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의 이 같은 움직임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추진에 역행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투표로 선출되는 정치적 대표는 반대세력보다 지지세력이 더 많아야 대표로서 정치적 정통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지지표가 나머지 탈락자들을 지지한 표보다 부족할 경우 당선자는 대표로서의 정당성이 상대적으로 약해 반대세력으로부터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헌법 이론에서는 이를 자유민주주의 통치구조의 ‘민주적 정당성’으로 설명하고 있다. 헌법상 통치구조는 국민의 의사에 따라야 한다는 논리이다. 따라서 민주주의 체제는 낮은 투표율과 득표율로 당선될 경우 정당성에 심각한 도전을 받게 된다. 대리 위임(委任)이라는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 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당성을 상실한 정치체제는 당연히 정치적 안정을 도모하기 어렵다. 특히 의회와 행정부 구성에서 발생하는 ‘배제의 정치’는 사회적 갈등을 양산하게 된다. 선거를 통해 합법적으로 권력을 쟁취한 세력은 비록 소수대표일지라도 승자독식 제도로 인해 독선적인 방식으로 국가를 운영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배제의 정치는 시민들이 거리로 나서는 광장정치를 부추기고, 결국 사회적 갈등이 확산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게 된다. 특히 광화문광장은 성난 민심이 모여드는 ‘광장정치’의 상징이 됐다. 2017년에는 대규모 촛불시위로 박근혜대통령 퇴진을 이끈 진보의 성지였고, 2019년에는 일명 ‘태극기부대’와 함께 보수정당들을 중심으로 조국 법무부장관 일가 의혹에 대한 구속 수사 요구와 문재인 정부 탄핵을 외치는 보수의 성지로 변모했다. 광화문광장의 대규모 촛불시위는 미군 장갑차에 깔려 사망한 여중생 사건(2002년)을 비롯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반대 촛불 시위(2004년), 미국산 수입 쇠고기 광우병 파동(2008년) 등 크고 작은 이슈에 반응해 대규모 집회 형식을 띄고 있다.

대의민주주의제도와 상호 대립 및 갈등관계에 있는 광장정치의 과열현상은 이념 갈등과 분열을 유발시키고, 민주주의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대의제 민주주의를 위축시키게 된다.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직접 거리로 나선 것 자체가 투표로 선출한 대표자에 대한 불신에 대한 표현으로 ‘대표성의 위기’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현재 정치권에서 변경하려는 선거법은 말뿐인 연동형으로 현행 선거법과 별 차이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겨우 이렇게 하자고 정치권이 국회의원 109명이나 고소고발되는 초유의 사태를 만들었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정당의 유불리를 떠나 연동형을 하려면 100%하라. 50% 연동형도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사생아’라고 할 수 있는데, 더 낮은 30%연동형은 그냥 시늉만 하자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야바위’ 정치는 이제 그만 하자.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