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못다핀 민주주의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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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못다핀 민주주의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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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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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 시인.칼럼니스트
이철우 시인.칼럼니스트
고대 그리스 시대에서 처음 시작된 선거제도는 오랜 세월에 걸쳐 발전과 보완을 거듭하여 오늘날 현대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근간이 되었다. 선거는 국가 구성원인 국민 개개인의 의사를 물어 공직자나 대표자를 선출하는 가장 합리적인 제도로 직접 민주주의의 꽃이다. 겉모양이 화려할지라도 악취 나는 꽃은 열매를 맺지 못한다. 벌이나 나비가 날아들지 않아 가루받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부정적 요인이 개입된 선거는 국민들의 질타와 외면으로 결코 정치적 결실을 맺을 수 없다.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가장 큰 해악은 정치공작에 의한 선거개입이다. 공권력이 끼어들어 민의를 굴절시키고 왜곡했다면 이는 명백한 관권 부정선거에 해당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사태가 잠잠해지는 듯하자 이번엔 작년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당시 경찰 수사가 김기현 시장을 낙선시키기 위해 청와대가 하명한 기획 수사라는 의혹이 제기되어 정치권이 또다시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각종 언론사에서 쏟아져 나오는 보도를 살펴보면 당시 경찰 수사가 김기현 전 울산시장을 낙선시키기 위한 표적 수사라는 합리적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현 울산시장과 문재인 대통령은 서로 호형호제하는 끈끈한 사이지만 이를 차치하고서라도 민선시장은 선출직으로 사찰대상이 아니었음에도 주변 인물까지 샅샅이 뒤를 캤고, 자유한국당에서 공천확정 명단을 발표한 당일 날, 후보를 교체할 수 없는 시점이 되기를 기다렸다는 듯 시장실을 압수수색 하였다. 수사시기와 발맞추어 승진한 경찰청장은 초기수사에서 김기현 전 시장에 대한 혐의가 없다고 보고한 수사관을 교체하면서까지 재수사하였으며, 업무영역이 아닌 청와대 민정비서관 직원이 울산까지 내려가 수사상황을 점검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상대편을 죽여 내 편을 당선시키려 했다는 여러 가지 정황적 의혹들이 연일 꼬리를 물고 터져 나오고 있다. 나중에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범죄혐의는 모두 무혐의처리 되었지만, 투표일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이런 사실들이 언론에 집중보도되어 여론조사에서 15%나 앞섰지만 결국 낙선하고 말았다. 과연 이 모든 것이 우연이었을까?

지난 대선에서 드루킹과 그 회원들이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위해 댓글을 조작한 사건으로 김경수 경남지사가 유죄판결을 받아 상고심 진행 중이고, 조국 법무부 전 장관사태로 인해 정의와 공정을 외치는 문재인 정권은 도덕성에 커다란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이번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선거개입 논란은 차원이 다르다. 최고권력 기관이 선거에 개입한 것이 사실이라면 정권의 뿌리까지 흔드는 메가톤급 폭풍이 불어닥칠 것이기 때문이다.

근래 가장 자주 듣는 말이 “농단”이라는 단어이다. “국정농단, 사법 농단”이란 말을 지난 2년간 귀가 닳도록 들었지 않았는가! 벌써부터 야당에서는 이번 김기현 전 시장의 권력기관 선거개입 논란에 대해 “선거 농단”이다. 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농단은 이익이나 권리를 독점하는 것을 뜻하지만 원래 의미는 깎아지른듯한 언덕이라는 뜻이다. 어떤 상인이 높은 언덕에 올라 시장을 내려다보며 어떤 물건이 잘 팔리고 또 어떤 물건이 안 팔리는지 파악한 후, 잘 팔려서 공급이 부족한 물품을 모두 사모아 두었다가 나중에 비싸게 되팔아 폭리를 취하며 이익과 권리를 좌지우지했다는 데서 유래한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진실이 밝혀지겠지만 이번 사태가 행여 청와대라는 높은 봉우리에서 이 나라를 발아래로 내려다보며 집권당 후보를 당선시키려 했던 정치공작이 아니었기를 바란다. 이철우 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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