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스틸러스의 ‘두 마리 토끼 사냥‘
  • 모용복기자
포항스틸러스의 ‘두 마리 토끼 사냥‘
  • 모용복기자
  • 승인 2019.1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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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울산과 K리그1 최종전
예상과 다르게 3골차로 大勝
축구名家 명성에 걸맞지 않은
시즌 4위의 성적에 그쳤지만
마지막까지 강철전사 투지로
자신감과 희망 ‘두토끼’ 잡아
내년 좋은 성적 기대하게 해
흔히 스포츠가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하지만 지난 1일 펼쳐진 K리그1 시즌 최종전은 그야말로 역대급 경기로 회자된다. 장대비가 쏟아지는 12월의 첫날, 포항스틸러스와 울산 현대가 ‘동해안 더비’ 라이벌의 자존심을 걸고 38라운드 시즌 마지막 대결에 나섰다. 선두와 4위 간의 싸움. 얼핏 보면 별 의미 없는 싱거운 대결 같지만 이 경기 전까지 2위 전북에 승점 3점차 선두를 달리고 있던 울산은 14년 만에 정상 탈환이라는 목표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어 결코 지면 안 되는 경기였다. 비기기만 해도 자력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어 사실상 홈 팬들 앞에서 축포를 터트릴 기대에 부풀어 있던 터였다. 반면 포항은 딱히 경기 결과가 영향을 미칠 만한 것이 없었다. 지든 이기든 순위는 이미 결정되었으며, 울산을 이기기 위해 특별히 있는 힘, 없는 힘 다 짜낼 이유는 보이지 않았다. 봐 주는 팬들도 별로 없는 원정경기에 더군다나 겨울비가 쏟아지는 날에 혓바닥 깨물고 악착 같이 뛰다 자칫 몸이라도 상하는 날엔 괜히 손해가 아닌가.

그러나 막상 뚜껑이 열리자 상황은 예상과는 완전히 다르게 흘러갔다. 누가 우승하려는 팀인지 모르게 경기는 치열했다. 포항은 4위 팀이라는 꼬리표가 무색할 만큼 선두 울산을 강하게 몰아쳤다. 결과는 포항의 4-1 대승이었다. 이 경기에서 포항이 얼마나 승리를 갈구했는지는 이미 승패가 기울어진 후반 추가시간에 네 번째 골이 터진 것에서도 잘 알 수 있다. 14년 만에 왕좌 탈환을 눈앞에 두고 분루(憤淚)를 삼킬 수밖에 없었던 울산에게는 이날이 영원히 지우고 싶은 날로 기억될 터이지만 포항과 포항 팬들에게는 승리보다 더 값진 희망이라는 선물을 안긴 잊지 못할 경기였다.

사실 ‘전통의 축구명가’ 포항으로선 이번 시즌이 썩 만족스러울 수 없다. 4위라는 성적표가 명성에 걸맞은 자랑스러운 결과라고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포항은 올해 새 사령탑 김기동 감독이 부임하면서 침체된 팀 분위기를 일신하고 새롭게 도약하는 듯했지만 김승대 등 주전 선수들이 잇달아 새둥지를 찾아 떠나가면서 성적이 내리막길로 향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6월 강원FC와의 원정경기에서 후반 막판 4-5로 역전패 당한 것이 뼈아팠다. 이 경기 직후 양흥렬 사장은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강철전사’ 포항의 저력을 되찾자는데 의견을 모으고, 팀 분위기 쇄신을 위해 전 임직원들이 헌신적으로 동참했다. 애주가로 소문난 양 사장은 시즌 종료까지 금주(禁酒)를 선언했으며, 김기동 감독 등 코칭스태프는 휴가를 반납하면서까지 성적 향상을 위해 연구와 훈련에 매진했다.

이처럼 사장 이하 선수까지 전 직원이 노력한 결과 하위권을 허덕이던 팀 성적이 서서히 오르면서 6위까지 주어지는 파이널A그룹에 포함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마침내 시즌 최종전에서 축구명가다운 빛나는 결과를 수확할 수 있었던 것이다. 포항이 이날 잡은 것은 울산만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 회복과 내년 시즌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는 희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것이 크나큰 수확이다. 포항이 비록 올해는 만족스런 성적을 내진 못했지만 마지막까지 강철전사다운 면모를 보여준 것은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다. 바로 이것이 팬들이 강철전사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는 이유다.

스포츠 종목에서 중요하지 않은 경기가 없지만 마지막 경기는 아무리 중요성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 경기 결과로 인해 한 해 농사가 판가름 날 수도 있고 여파와 잔상(殘像)이 다음 시즌까지 영향을 미쳐 성적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전자의 경우가 울산이라면, 후자의 경우는 포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포항이 비록 올해 봄, 여름 농사는 신통찮았지만 가을걷이만큼은 알차게 수확한 덕에 다행히 이번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이날 경기에서 흘린 땀방울이 밑거름이 돼 내년 가을엔 더욱 풍성한 수확을 거둘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남은 달력 한 장에 위태롭게 걸린 12월. 엊그제 대설(大雪)이 지나고 올해의 끝자락을 향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후회와 아쉬움으로 점철되는 시기다. 하지만 다시 되돌아갈 수 없기에 한 해를 정리하는 이 마지막 달에 더 이상 뒤만 돌아보고 있을 순 없다. 송년회다, 망년회다 하며 모두들 한시 바삐 이 해를 망각 속으로 떠나보내려 애쓰지만 이 달은 다가올 새로운 한 해를 위한 밑거름이 되는 중요한 시기이기에 허투로 그냥 흘려보내선 안 될 일이다. 비록 강철전사들처럼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는 없을지언정 최소한 한 마리 토끼쯤은 품어보는 희망을 꿈꾸어 본다. 새로운 한 해가 다가오는 시점에서.

모용복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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