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가격, 어디까지 올라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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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가격, 어디까지 올라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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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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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대 공간환경
시스템공학부 교수

주요 지역 아파트 가격이 최근 들어 거의 폭등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어 연말 주택시장이 뒤숭숭하다. 서울 아파트 중간 가격이 올해 들어 급상승하며 무려 8억을 넘었다고 한다. 이러다 보니 지역 간 평균 가격이 10배 이상 차이가 나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

그야말로 주택가격의 양극화가 극단적으로 진행 중이다. 문제는, 이런 가격 상승이 경제여건과도 무관하다는 것이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기억에도 없던 1% 대에 그친다고 하고, 내년에는 마이너스 성장의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경기 위축의 신호라는 디플레이션 우려도 나오는 시점이다. 그런 와중에 상한가가 없이 달려가는 일부 지역 아파트 가격은 정말 지켜보는 사람을 아찔하게 만들고 있다. 주택공급률, 경제성장률과 같은 지표를 보아서는 아파트 가격이 안정될 법도 한데, 어찌하여 일부 아파트만 폭주하고 있는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대한민국의 아파트는 경제논리, 시장논리로 설명되지 않는 특수한 사회문화적 요인 가운데 놓여 있기 때문이다.

우선, 공급으로 가격을 낮출 수 없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아파트 시장은 마치 자동차 산업과 같다. 한번 생산되면 2-30년은 쓸 수 있는 자동차가 하루에도 수천, 수만 대씩 생산되고 있다. 하지만 대량공급이 가격을 낮추었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 신 모델이 출시되면서 평균 가격은 오히려 오르기만 한다. 가격은 철저히 신 모델 중심으로 형성되고, 유행에 처진 구형은 시장 밖으로 내몰려 폐기 처분될 뿐이다. 우리나라 아파트 시장이 바로 이렇다. 사람들의 눈은 언제나 좋은 지역의 고급 신상 아파트로 향해있다. 그리고 새로 지어지는 아파트는 이미 오른 분양가를 전제로 공급되기 마련이다. 오래되고 입지도 불량한 아파트는 마치 중고차처럼 시장 가격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한다. 이러다 보니 아파트가 넘쳐나도 가격은 여전히 올라가기만 한다.

두 번째로, 소수의 명품이 주도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아파트는 마치 명품 가방 시장과 같다. 수많은 가방들이 구찌, 에르메스 등 이른바 명품 가방의 디자인을 본 따서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짝퉁’이 많다고 한들 명품 브랜드의 가치가 떨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짝퉁의 존재가 진정한 명품 브랜드의 가치를 확인해줄 뿐이다. 우리나라 아파트 시장이 바로 이렇다. ‘강남’이라는 누구나 소망하는 명품이 존재한다. 정부는 이 명품의 가격을 잡겠다며 여러 번 대체품을 만드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결말은 이미 아는 바와 같다. 여러 모로 부족한 모조품만을 만드는 바람에, 강남은 오히려 전국적인 명품 브랜드가 되어 버렸던 것이다. 심하게 말하자면, 우리나라 아파트 시장은 소수의 ‘명품’과 이를 추종하는 다수의 ‘짝퉁’과 같은 구조가 되어갔다.

세 번째로, ‘작전’이 횡횡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아파트는 주식시장과도 같다. 주식시장에서 작전주라 하면 일련의 무리들이 기업의 가치와 무관하게 꼼수를 통해 주식가격을 올리는 행태를 말한다. 우리나라 아파트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작전 세력의 수중에 들어가 있는 듯하다. 한 단지의 주민들이 연합해 아파트 가격을 통제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낮은 가격에 아파트를 내어놓았다가 단지 주민들로부터 봉변을 당했다는 뉴스도 있었다. 이는 어쩌면 애교 수준인지 모른다. 전국구 차원의 더 거대한 작전세력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의 현금부자들이 최근 들어 강남과 해운대 등의 주요 지역 아파트들을 마치 사냥하듯 사들이고 있다는 소문이다. 정부의 대출 억제 정책이 현금 능력이 있는 이들에게는 오히려 더욱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체 불가능한 고급 제품을 싹쓸이하고 나면 그 다음의 가격이야 그들이 만들어가기 나름인 것이다.

우리나라 주택시장은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시장논리로 설명되지 않는 다양하고도 기묘한 요인들마저 얽혀 있어 예측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아직도 공급을 늘려 가격을 잡겠다는 정책과 강남의 모조품을 만들어 기세를 꺾어보겠다는 정책이 반복되고 있는 양상이다. 양극화라는 초유의 현상 앞에 이런 판에 박힌 정책들은 정말이지 무력하기 그지없다. 우리나라에서 아파트 가격이란 주택 공급논리나 금융억제로만 다룰 수 있는 단순한 대상이 아니다. 훨씬 복잡다단한 사회문화적이고 행태적인 요인이 그 뒤에 도사리고 있음을 먼저 파악해야 보다 입체적이고 효과적인 처방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김주일 한동대 공간환경 시스템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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