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국회싸움금지 특별법’
  • 모용복기자
‘미세먼지 국회싸움금지 특별법’
  • 모용복기자
  • 승인 2019.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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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겨울철에도 미세먼지 기승
삼한사온 대신 삼한사미로
일상 풍속도도 크게 변화
미세먼지로 고통을 받는데
허구헌날 싸움질만 일삼는
정치판 보면 머리가 돌 지경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국민들의 정신 건강을 위해
국회싸움금지 특별법이라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모용복 기자
남편 “좀 전에까지 화창하더니 갑자기 날씨가 왜 이렇게 흐리지?”

아내 “당신, 선글라스 썼잖아!”

남편 “아 그렇군!”

언젠가 지인이 들려준 일화로, 차를 타고 가던 부부 사이에서 오간 우스개 같은 대화다.

이처럼 선글라스 낀 사실을 잊은 채 날씨를 탓하는 뚱딴지같은 일이 아니어도 근래 들어 흐린 하늘을 보는 날이 부쩍 많아졌다. 나는 아직도 뿌연 하늘을 보면 구름이 끼여 날씨가 흐린 건지, 아니면 미세먼지 때문인지 영 구분이 안 간다. 그럴 때마다 아내는 한사코 미세먼지가 심하니 차량 창문을 꼭꼭 닫고 환기버튼을 내기(內氣)로 할 것을 강권한다.

우리나라의 겨울날씨를 가장 잘 나타내는 대표적인 말이 삼한사온(三寒四溫)이다. 겨울철 한반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시베리아 기단의 세력이 강해지고 약해지는 주기가 대략 7일 단위로 반복된다는 경험칙(則)에서 생겨난 말일진대 요즘은 이 주기가 거의 들어맞지 않고 변화가 매우 불규칙하다. 어떤 해는 낮은 기온이 지속되는가 하면, 어떤 해는 따뜻한 겨울이 장시간 이어지는 이상난동(異常暖冬)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최근 들어서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온 영향으로 겨울철 이상고온의 출현빈도가 갈수록 잦아지고 있다. 그런 까닭에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겨울철 뉴스 앵커 멘트에 단골메뉴로 오르던 삼한사온이라는 말이 언젠가부터 들리지 않는다. 대신에 몇 년 전부터 삼한사미(三寒四微, 사흘은 춥고 나흘은 미세먼지가 심하다)란 말이 방송·신문 등 언론매체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삼한사온에서 ‘온(溫)’자 대신 미세먼지를 뜻하는 ‘미(微)’자를 삽입한 신조어다.

미세먼지는 통상적으로 봄과 겨울에 나타나는데, 한파가 물러가고 날씨가 풀리면 더욱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지난 주 한동안 기승을 부리던 추위가 한풀 꺾이고 기온이 오르자 어김없이 미세먼지가 찾아왔다. 그러자 환경부는 수도권과 충북지역에 대해 9개월 만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했다. 비상저감조치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당일 0~16시 평균 50㎍/㎥을 초과하거나 다음날 같은 기준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면 발령하는데, 5등급 차량의 운행이 제한되고 공공기관 차량 2부제가 시행된다. 또 각 시도 사업장, 공사장에서도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하는데 위반 시 과태료가 부과된다.

미세먼지가 바꿔놓은 풍속도는 이 뿐만 아니다.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행인(行人) 둘 중 한 사람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비교적 따뜻한 날씨에 왜 이렇게 감기에 많이 걸렸을까 하겠지만 실은 감기 때문이 아니라 미세먼지가 원인이다. 그래서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마스크 착용이 필수가 됐다. 1급 발암물질이라는 (초)미세먼지를 방어하기 위해 이정도의 불편은 감내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가정에서는 하늘이 뿌연 날은 아예 창문을 열 엄두를 못 낸다. 음식 조리 후에 나는 역한 냄새쯤은 참고 견뎌야 한다. 평소 눈치 없는 남편이 환기를 위해 창문을 잘못 열었다간 어김없이 아내의 잔소리가 돌아온다. 밤새도록 돌아가는 공기청정기의 불빛이 빨간불이 되면 아내는 보란 듯이 자신에 찬 표정이 된다. 그리고 녹색불, 청색불로 차례로 바뀌면 “내 말이 맞지?”하는 미세먼지 같은 희뿌연 미소를 짓는다. 주인 없는 집안에서 하루 종일 미세먼지를 먹어치우는 기계 덕에 우리가 숨을 쉬고 살아가는 걸까?

미세먼지는 이제 우리 일상 속 깊숙이 스며들어 모든 생활상을 바꿔놓았다. 등굣길, 출근길, 그리고 운동과 나들이길에도 미세먼지 상태부터 살피는 게 일상화 된 지 오래다. 추운 겨울에는 한파 영향으로 그래도 미세먼지 공포가 좀 덜하는가 했더니 그도 아니다. 사흘 춥고 나흘 따뜻한 날씨가 반복될 때는 그래도 겨울나기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삼한사미로 사흘은 추위에 떨고 나흘은 미세먼지 공포로 떨어야 하니 겨울 내내 온통 떨다가 나야 할지도 모르겠다. 러시아 시베리아 한파에 빰 맞고 중국 미세먼지에 목 졸리는 한반도는 강대국의 영원한 동네북 신세란 말인가.

비구름 탓인지 미세먼지 때문인지 오늘도 어김없이 하늘은 흐릿하다. 우중충한 하늘을 올려다보며 언젠가 본 영화의 한 장면이 오버랩 된다. 사이렌이 울리면 모든 마을 주민이 하던 일을 내던지고 일제히 집으로 달려가 창문을 닫고 불을 끄고 숨죽인다. 공포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면서. 혹시 미래 우리의 모습은 아닐런지 엉뚱한 상상을 해 본다. 미세먼지로 답답해 죽을 지경인데 정치는 허구헌날 싸움질 하느라 난리법석을 떠니 국민들은 머리가 돌 지경이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날에는 국민의 정신건강을 위해 국회에서 싸움을 중단하게 하는 ‘미세먼지 국회싸움금지 특별법’이라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모용복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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