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량 많은 기업
포스코·현대제철 등 골머리
이달 중 3차 배출권 거래제
기본 계획 시행땐 부담 가중
지난 2015년 도입된 ‘탄소배출권’ 거래가격이 폭등해 포스코·현대제철 등 철강사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17일 포스코·현대제철 등 철강업체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탄소배출권’의 거래가격이 지난 12일 기준으로 1t당 4만450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4만원대를 돌파했다는 것. 지난해 12월(2만3200원)에 비해 무려 74%나 올랐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란, 기업이 과거에 배출한 온실가스양을 기준으로 배출 허용량을 배정받고 이 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려면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다른 기업에서 배출권을 사 그 차이를 메우는 제도다. 그런데 기업의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 배출권을 많이 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특히 탄소배출권 가격이 올라갈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철강·시멘트 등 1차 금속업체들에겐 치명적이다.
포스코나 현대제철의 경우 내년도 사업 계획에 탄소배출권 예산을 미리 책정해 놓고 있다. 1t당 가격을 3만원~3만5000원 기준으로 해 놓았지만 탄소배출권 가격이 4만원대로 오르면 추가 비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현재의 생산량을 유지하려면 배출권을 필히 사야 하는데 가격이 오르면 추가 비용이 문제다. 하지만 배출권을 팔려는 기업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기업들이 탄소배출권을 팔지 않으려는 이유는 환경부의 올해 온실가스 배출량 추산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 배출권이 남아있는 기업들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배출권을 팔지않고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는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는 기업은 남는 배출권을 팔고 있는 반면, 경기가 좋은 국내 업체들은 배출권을 사야하는 기형적 산업구조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발전사는 배출권 거래제의 영향을 덜 받고, 감축 부담이 산업계에만 쏠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전력이 발전 자회사들에 배출권 구매 비용을 약 80% 수준 보전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의 2018년 배출권 시장 운영 리포트에 따르면 발전·에너지 부문은 전체 거래 배출권 가운데 65%를 사들였다. 발전사들은 배출권을 사는 부담이 크지 않으니,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보다 배출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대응한 것이다.
정부는 이달 중 2021~2025년 적용되는 제3차 배출권 거래제 기본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기업들이 의무적으로 감축하거나 돈을 주고 사들여야 하는 탄소 배출권의 규모가 전체의 3% 수준이었는데, 3차 계획기간에는 10%로 늘어날 전망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어느정도 경영부담을 덜 느끼고 있지만 3차 계획이 시행되고 탄소배출권 가격이 오르면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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