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잡은 벤투, 짜릿한 벼랑 끝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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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잡은 벤투, 짜릿한 벼랑 끝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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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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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안컵 최종 3차전
日 상대로 1-0 승리 거둬
3전 전승으로 챔피언 등극
벤투호 실력 향한 의심 해소
동아시안컵 흥행 모두 잡아
지난 18일 오후 부산시 연제구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풋볼 챔피언십(동아시안컵) 남자부 3차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 전반전, 한국 황인범(오른쪽)이 선제골을 넣은 후 기뻐하고 있다.

한국축구 관련 기사를 한국매체에 기고할 정도로 한국축구에 대한 관심이 큰 일본의 축구전문 기자 요시자키 에이지씨는 18일 열린 동아시안컵 최종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가 끝난 뒤 “이런 라이벌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두 나라 모두에게 축복인 것 같다. 이 치열한 한일전이 두 나라의 축구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평했다. 십분 공감되는 견해였다.

혼자 달리는 것과 경쟁자가 함께 뛰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적절한 자극이 없다면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과 일본이 동아시아의 맹주, 나아가 아시아의 축구 강국 지위를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는 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충분한 자극을 주고 있는 영향이 적잖다. 부산에서 펼쳐진 8번째 동아시안컵에서도 한일전의 긍정적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 10일 여자부 경기로 개막한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이 18일 저녁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펼쳐진 한국과 일본의 남자부 최종전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부산의 마지막 밤을 수놓은 주인공은 한국이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남자 축구대표팀이 일본과의 최종 3차전에서 1-0으로 승리, 3전 전승으로 챔피언에 등극했다. 이로써 한국은 대회 3연패, 동아시안컵 사상 첫 개최국 우승이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이번 대회는 79번째 한일전이었는데 한국은 42승23무14패로 우위를 계속 이어가게 됐다.

사실 출발은 좋지 않았다. 대표팀은 최약체로 꼽히는 홍콩과의 1차전에서 2-0으로 승리했으나 전체적으로 상대의 밀집수비를 효과적으로 뚫지 못해 애를 먹었다. 참고로 일본은 홍콩을 5-0으로 대파했다. 이어진 중국전은 1-0 신승으로 끝났다. 그 1골도 수비수 김민재가 코너킥 상황에서 헤딩으로 뽑아낸 득점이었다.

지난 10월과 11월 월드컵 2차예선에서 약체들과 연이어 졸전(북한 0-0, 레바논 0-0)을 펼쳐 팬들의 차가운 시선이 쏟아지던 상황에서 또 개운한 승리가 나오지 못하자 차가운 말들이 쏟아졌다. 벤투가 추구하는 점유율 축구, 빌드업 축구는 허울만 좋지 효율성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고 그럼에도 변화를 도모하지 않는 벤투에게는 고집불통이라는 비난이 향했다.

그래서 일본전은 더 중요했다. 언제 어느 때고 중요한 한일전이 토너먼트 대회의 결승전처럼 판 깔렸으니 만약 우승을 놓쳤다면 난감한 상황에 봉착할 공산이 컸다. 대회 2연패 중이었던 것과 함께 “슈틸리케도, 신태용도 성공한 것을 벤투는 실패했다” 식의 비난은 불 보듯 뻔했다. 그런데 최상의 결과를 냈다.

이날 벤투호는 경기 초반부터 높은 위치에서 강한 압박을 펼쳐 일본이 잘하는 아기자기하고 정확한 패스를 사전에 봉쇄했다. 체력 소모가 많을 수밖에 없는 전술이지만 선수들 모두 한발씩 더 뛰려 했고 팀을 위해 희생하면서 승리를 합작했다. 추가골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 정도를 빼면, 오랜만에 본 흡족한 경기력이었다.

덕분에 비난 일색이던 최근 여론과 달리 호평이 잇따르고 있다. 상대가 일본이라는 특수한 상황과 함께 선수들은 이전과 남다른 집중력과 투쟁심을 선보였고, 그 모습에 팬들은 환호했다. 만약 한일전을 놓쳤다면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 있었던 상황에서 짜릿하게 탈출했다. 벤투호만 산 것이 아니다. 동아시안컵도 반전에 성공했다.

사실 2차전이 끝날 때까지 이번 대회의 흥행은 참패에 가까웠다. 손흥민이나 이강인 등 팬들이 좋아하는 유럽파들이 모두 빠진 상황이고 경기를 관전하기 불편한 겨울에 열리는 등 조건이 좋지 않아 이미 고전은 예상됐으나 예상보다 더 썰렁했다. 대회 준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고, 심지어 동아시안컵 무용론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한일전은 한일전이었다. 이날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을 찾은 축구팬은 총 2만9252명이었다. 홍콩과의 1차전은 참담한 수준인 1070명이었고 중국과의 2차전은 다소 늘었다고는 하지만 7916명으로 1만명을 채우지도 못했다. 그런데 앞선 2경기 관중을 합친 숫자의 3배가량의 팬들이 한일전에 들어왔다. 한일전이 동아시안컵도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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