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신청사 유치전에서 고배를 마신 중구와 북구가 각자의 셈법으로 자신들이 내세웠던 후보지 개발 방안 마련을 대구시에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22일 신청사 건립지로 달서구 두류정수장 터로 결정된 다음날인 23일 권영진 대구시장이 송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현 시청 본관 자리는 ‘역사·문화 허브’ 공간, 옛 경북도청 터는 ‘대구형 실리콘밸리’로 활용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은 데 따른 조치다.

특히 중구의 경우 현 시청사 활용 방안과 관련, ‘역사·문화·관광 허브’로 개발하겠다는 대구시의 구상과 다소 입장차를 보이고 있어 해법을 어떻게 하나로 모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중구는 지난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대구시가 밝힌 동인동 현 시청사 후적지 등 활용 방안은 알맹이도 없는 졸속 행정”이라며 “빠른 시일 내 명확한 개발 방안을 제시하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구시의 현 시청사 후적지 활용 계획은 중구 주민들을 위한 색깔도 없고, 궁합도 맞지 않는 졸속행정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며 “불을 보듯 뻔한 원도심 공동화 심화에 대해 급한 불 끄고 보자는 식으로 막연한 형태의 청사진 남발이 아니라 중구 주민들의 의견을 반드시 반영, 심도 있는 연구를 통해 도심재생 시대에 걸맞은 제대로 된 후적지 활용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규하 중구청장은 “현 시청사 이전으로 도심 상권 침체는 물론 원도심 전체의 공동화 현상이 심화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장기 침체 국면으로 접어드는 대구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대구시는 시민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제대로 된 후적지 개발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북구도 권영진 대구시장의 공약을 거론하며 대구시에 옛 경북도청 터의 획기적 개발 계획 마련을 촉구했다.

같은 날 배광식 북구청장은 구청 기자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신청사 후보지 평가 과정에서 옛 경북도청 터 일원에 도시철도가 다니지 않는 점이 탈락의 결정적 요인으로 생각된다”며 “대구시는 도시철도 엑스코선 건설을 반드시 실현, 지역 균형발전을 이뤄 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이어 “빠른 시일 내 옛 경북도청 후적지 개발사업 이행에 관한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공약 이행 로드맵’을 제시하라”며 “특히 도청 터 개발에 있어 경제적 기능을 강화한 ‘대구형 실리콘 밸리’를 조성, 침산동 삼성창조캠퍼스와 연계한 혁신적 청년 경제 생태계를 조속히 구축해 달라”고 강조했다.

배 구청장은 또 “아울러 공공기관 추가 이전 사업이 추진될 경우 경북도청 터를 우선 검토 대상지로 지정해 달라”며 “이는 경북도청 이전과 시청 별관 철수 확정에 따른 소외와 방치, 도시경쟁력 약화를 방지하기 위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배 구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 직후 대구시를 방문해 권 시장을 만나 이 같은 내용의 촉구문을 전달했고, 권 시장으로부터 “입장문을 100% 수용하겠다. 빠른 시일 내 유치토록 조치하겠다”는 답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