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과 보람과 영광의 새해
  • 경북도민일보
희망과 보람과 영광의 새해
  • 경북도민일보
  • 승인 2020.01.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새해가 되니 여기저기 신년 다짐을 겸한 하례식이 야단이다. 마음을 새롭게 하자는 것이다. 어제와 오늘의 태양이 같고 만날 보던 같은 산이요 들인데도 사람들은 달력을 만들어 한 달의 의미를 부여하고, 새해를 즐거움과 희망 가득한 새날로 만들어 축복하고 있다. 이렇게 새날에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덕분에 인간의 삶이 계속 발전해왔다. 하느님이 인간 세상을 창조했지만 찬란한 문명 세계를 만든 것은 인간의 새로운 다짐과 마음가짐의 덕분일 것이다. 만나서 부딪치고 섞여서 살아가다 보니 어느새 묵은해가 가고 새해의 희망찬 새날이 밝았다.

지난 한 해는 보람 있던 일, 좋은 날들도 많았지만 안타까운 일이 더 많았다. 나라가 태평하고 백성이 편안한 삶을 누린다는 국태민안(國泰民安)이라는 말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한 해였다. 2019년이란 험난하고 거친 길을 힘겹게 굴러온 역사의 수레바퀴가 돌고 돌아서 2020년이란 새로운 길을 떠나는 출발점에 섰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나은 삶을 바라면서 지난 1년을 어떻게 살아왔는가 되돌아보자.

정치는 혼란을 부추겼다.

2002 월드컵, 우리도 놀라고 세계도 놀란 붉은 악마들의 응원전,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치던 그 열기와 함성은 어디 가고 주말의 광화문광장은 시위로 난장판이 되었다. 무엇이 오늘의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는가? 정치가 만든 갈등으로 국민은 둘로 쪼개지고, 인터넷은 누리꾼들의 싸움터가 되었다. 국민의 불만을 정치가 달래주고 무마해야 하는데 오히려 정치 때문에 갈등의 골이 더 깊어졌다. 갈등은 사회 전체로 번져 나가고 있으며 아직도 매듭을 짓지 못하고 혼란스럽다. 갈등 치료비용이 국가 예산의 절반에 가까운 246조 원이라는 연구 결과를 본 일이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엄청난 사회적 에너지가 소비되고 있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올해는 총선이 있으니 또 무슨 혼란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경제는 실망스러웠다.

최저 임금 문제로 사업주의 어려움이 가중되었으며, 주 52시간 근무제로 더 일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나라가 되었다. 경제적 약자를 위한다는 정책은 빗나갔고, 세계 경제 정책의 불확실성 속에 수출 감소, 내수 경제의 위축, 성장률 둔화, 청년 취업 문제 등으로 우리의 경제 체질이 허약해졌다. 일본과는 과거사 문제로 지난해 7월 일본의 수출 규제와 8월의 백색 국가 제외라는 수모를 당했으며, 이로 인해 일본 상품 불매 운동이 온 나라에 번져 양국의 감정이 더할 수 없이 나빠졌다. 일본의 옹졸한 처사에 대한 우리 국민의 자발적인 경제 활동이지만, 양국의 외교가 이 숙제를 풀고 모든 것을 정상화해야 한다. 한 마디로 경제는 죽을 쑤고 있다.

외교는 사면초가였다.

우리가 그토록 가까워지려던 북한과는 어떠한가. 미사일과 방사포를 계속 쏘아대며 우리 대통령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험담을 마구 쏟아내니 기가 찰 노릇이다. 지소미아로 인해 미국과는 더 멀어졌으며 일본과도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미국은 우리가 중국과 가까워지고 있다고 의심하며 이런저런 사유로 인해 방위비를 다섯 배나 올리라고 우리를 억누르고 있다. 동맹의 가치는 어디 갔는지 한국이 미우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 두고 볼 일이다.

사회는 혼란스러웠다.

어디를 봐도 편안할 날이 없고 불안의 연속이었다. 역사의 강물은 소리 없이 조용히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하는데 너무 요란하게 소용돌이치고 있다. 시끄러운 가운데 민주주의는 발전한다고 하지만 갈등의 골이 너무 깊어서 국민 모두에게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아픈 역사의 한 부분이 되었다. 어제와 같은 혼란의 역사를 그냥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 세상 모든 이치는 오목이 있으면 볼록이 있는 법. 소나무의 나이테는 눈 오고 추운 겨울에 힘겹게 자란 흔적이다. 이를 통해 나무의 아름다움과 향기 그리고 재목으로 단단함을 더하고 있다.

2020년! 이렇게 맞이하자.

올 한 해도 우리들의 작은 소망이 이루어지고 기쁨과 행복이 가득 찬 희망의 한 해가 되기를 우리 모두 기도하자. 아픈 곳을 들추지 말고 서로가 따뜻하게 덮어주고 위해주는 인정이 넘치고 갈등이 없는 사회를 만들도록 함께 노력하자. 어린 애기의 하얗게 돋아나는 새로운 이빨을 보듯 순수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새해를 그렇게 맞이하자. 비록 지금은 어렵고 힘들더라도 꽁꽁 얼어붙은 냇물 밑에서도 파란 미나리 순이 자라고 있다는 그런 희망과 기대로 한 해를 맞이하자. 새해에 떠오르는 붉은 태양이 우리에게 힘과 용기와 즐거움을 가득 안고 솟아오른다는 그런 생각으로 한 해를 살아갈 각오를 다지자. 겨울은 밤이 길어서 좋고 여름은 낮이 길어서 좋다고 긍정적으로 마음먹는 습관과 태도를 가지며 새해에는 그렇게 살자.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느님이 주신 365일의 값지고 새로운 선물을 경건한 자세로 다듬고 가꾸자. 상호 비난과 갈등 속에 혼란만이 되풀이된 우울한 날들이 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 지혜와 뜻을 모으자. 경쟁하고 집착하고 미워하는 일그러진 우리가 되지 말고, 배려하고, 여유롭고, 웃음 가득한 밝은 사회가 되도록 새해를 그렇게 맞을 일이다. 즐거움과 풍요로움이 넘치는 한 해가 되고 어느 노래의 가사처럼 강물 같은 평화가 온 누리에 흐르고 또 흐르도록 축복의 기도도 올리자.

신라 시대 어느 임금이 고승에게 나라가 태평하고 백성이 편안하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스님의 대답은 이러했다.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다우며, 백성은 백성다울 때, 나라가 태평하게 된다.”라고 했다. 우리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서로 돕고 사랑하고 베풀 수 있는 웃음 가득한 2020년을 만들어가자. 비가 내려도 그치지 않는 비가 없고, 바람이 불어도 멈추지 않는 바람이 없다. 때로는 비바람 불고 천둥이 쳐도 잠시만 기다리자. 시간이 지나면 2020년의 찬란한 햇살이 비칠 것이다.

시대와 역사는 흐르는 물과 같아서 그 흐름에 잘 부응해야 살아남을 수도 있고, 남보다 앞설 수도 있고, 역사에 빛을 던질 수도 있다. 새해의 밝은 태양을 보면서 올 한 해도 우리에게 희망과 보람과 영광을 안겨주는 약속의 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우리 모두 힘차게 새 출발하자.

이영우 전 경상북도교육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