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스타일대로 내 메세지 담아 하고 싶은 것 원없이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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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스타일대로 내 메세지 담아 하고 싶은 것 원없이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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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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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스릴러 `세븐데이즈’ 원신연 감독 
 
 
 자신감과 긴장이 함께 묻어 있다. 원신연(38·사진) 감독의 표정은. 거울을 보여줄 걸 그랬나. 만족스러운 작품을 만들어낸 자신감과 그래서 더 관객의 지지를 받고 싶어하는 속내가 교차하는 표정이 이렇다는 것을 그는 알까.
 14일 개봉을 앞둔 `세븐데이즈’는 기대 이상의 범죄 스릴러물이다. 국내 영화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새로운 촬영 및 편집 기법과 짜임새 있는 내용을 만나는 즐거움은 비단 스릴러를 좋아하는 관객만이 누릴 수 있는 건 아니다. 스릴러라는 장르가부담된다면 잘 빠진 수사극으로 본다 해도 무방하다.
 코믹잔혹극이라는 외피를 쓴 전작 `구타유발자들’로 주목받았던 원 감독은 본격적인 상업영화를 선보이며 합격점 이상을 받았다. 스타일이 살아 있는 영상과 함께 단순한 아이 납치극이 아닌 사회 고발정신까지 적절히 들어 있어 자신의 지향점을 분명히 드러내 보였다는 점도 의미 있다.
 “하고 싶은 것 다 해봤어요. 편집, 색감, 음악 등등. 상업적 틀은 지키되 `마음대로 해보자’고 결심했는데, 된 거죠. 장르적으로 보는 이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도록 하자고도 했는데 그건 관객의 평가를 기다려야 하고요.”
 `세븐데이즈’는 잘나가는 여자 변호사가 딸을 납치당하고, 납치범은 그에게 7일내에 유죄가 확실시되는 한 강간살인범의 석방을 받아내라고 요구하는 내용. 변호사가 그 불가능한 임무를 수행하면서 겪는 일과 만나는 사람의 내면이 표현된다.
 원 감독은 “아이 유괴극이 아니라 납치극”이라고 거듭 분명히 밝혔다. 범인이 목적을 위해 아이를 잠시 납치했을 뿐이지 아이 자체가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그는 `CSI 과학수사대’나 `24’ 같은 `미드’와 닮아 있고, 일정 부분 그 이상이라는 평이라는 말에 대해 “사실 미국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다. 김윤진 씨가 캐스팅된 후 `로스트’를 구해 봤는데 처음에 윤진 씨가 나오지 않아 곧 그만뒀고, `24’는 두 회 정도 봤을 뿐”이라고 말했다.
 영화의 긴박감은 타이틀이 올라갈 때부터 시작된다. 현장에는 늘 카메라 2~3대를 설치해 역동적인 화면을 잡았고 엄청난 커트 수가 숨쉴 틈 없이 빠른 화면 전환을 이끌어낸다. 배우 역시 한순간도 가만히 있지 않고 뛴다. 희한하게 그 숨가쁜 움직임을 따라가다보면 관객 역시 그 페이스를 타게 된다.
 “오프닝부터 어떤 방향으로 가는 영화인지 분명히 밝히고 싶었습니다. 장르 영화의 대부분이 타이틀이 올라갈 때는 뭔가 있을 듯하다가 막상 시작되면 `베스트극장’식이잖아요. 시각적으로 한 톤이 유지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고, 점프샷을 제대로 한번 써보기로 작정했죠. 촬영 시작 전 촬영감독, 편집기사를 불러놓고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점프컷으로 만들겠다’고 말했습니다. 영화 종반부를 맨 처음 촬영했는데 그때 `맛이 있다’고 느꼈고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점점 더 점프샷이 많아지기도 했구요.”
 단 7일간 벌어지는 일이지만 회상 장면이 사이사이 툭툭 들어가 있다. 자칫 느슨할 수 있는 회상 장면은 자신 있게 커트를 집어넣은 까닭에 되레 긴장감을 주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세븐데이즈’가 만족감을 주는 건 관객이 비록 범인을 어느 정도 짐작하더라도 범인임을 확정할 때까지 여러 인물에게 혐의를 둘 수 있어 추리의 기쁨을 얻는다는 것과 어느 한 캐릭터도 소홀하지 않았다는 점. 거기에 캐릭터마다 사회적 비판의 잣대로 볼 수 있다는 덤이 있다. 구구절절한 설명이라는 잔가지는 확실히 쳐내버려 불친절하다는 아쉬움이 남지만.
 “장르에 이야기가 묻히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묻어나면서 힘을 주고 싶었습니다. 납치극이지만 납치로 재미를 주는 게 아니라 납치로 인한 모정이 얼마나 쓰리고 절절한 것인지 보여주고 싶었죠. 사실 비주얼적인 측면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여기에 영화가 갖고 있는 사회적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는 게 포기할 수 없는 제 의지였습니다.”
 원 감독은 “나 자신조차 엄마의 심정으로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고 할 만큼 권력화된 부성(父性)이 아닌 아무 조건 없이 죽어도 자식을 놓지 못하는 모성의 표현에 공을 들였다.
 그러나 원 감독의 비판 의식은 주연급 배우들보다 옆에 서 있는 조역들에게서 더 잘 드러난다. 자식조차도 출세의 방해물이 된다면 치워버리려는 아버지,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한 돈에 욕심내는 여자, 부모가 만든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현실에서 도피하는 나약한 젊은이 등.
 “`구타유발자들’의 경우 사회 문제를 한 동네에 몰아놓고 관객의 반응을 살피고 싶었죠. 기회가 된다면 다양한 형태와 소재로 사회 문제에 접근하고 싶습니다. 당연히 영화는 많은 관객이 봐야 합니다. 그걸 전제로 아무리 제가 상업적인 영화를 만든다 해도 제 색깔, 제 다짐은 꼭 넣을 겁니다.”  일부러 내세워 주장하지 않은 채 자연스럽게 영화 속에 녹여내는 방식을 택한 원 감독이 영화에 대해 소망하는 것은 독립영화 감독을 하며 갖게 된 것이다.
 “수없이 많은 다큐멘터리와 독립영화를 보면서, 그것들이 담고 있는 사회적인 문제의식을 절절히 봐왔기 때문에 영화의 기능에 대한 시각이 생겼습니다. 독립영화라는 폭풍을 만났다고나 할까요.”
 `세븐데이즈’에 대한 평이 좋아서인지 벌써 그에게 연출을 의뢰하는 시나리오가꽤 들어오고 있다. 차기작으로 염두에 뒀던 `바바리맨’으로 할지, 다른 작품을 할지아직 결정하지 못한 상태.
 원 감독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세븐데이즈’에 얼마만큼의 관객이 들어올지 걱정된다”면서도 꿈을 이뤄가는 이의 당당함을 잃지 않았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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