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유리창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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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유리창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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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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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면
사회적 큰 문제로 확산 이론
법과 정의·공정이 무너진
작금의 시대는 ‘깨진 유리창’
국민의 윤리의식·도덕성
교양·인성 총합의 힘으로
대한민국 질서 바로 세워야
이철우 시인.칼럼니스트
이철우 시인.칼럼니스트
1980년대 미국 뉴욕의 어느 골목길, 밤이 되면 사람의 왕래는 끊어지고 밤 고양이만 어슬렁거리는 음습한 구석에 자동차 두 대를 주차시킨 채 방치해 두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한대는 온전한 상태로, 다른 한대는 앞 유리창이 깨져 있었다. 일주일 후에 어떻게 되었을까! 유리창이 깨지지 않은 자동차는 멀쩡했지만, 앞 유리창이 깨진 자동차는 타이어와 쓸만한 부품을 모두 뜯어가 버렸을 뿐만 아니라 심하게 파손되고 훼손되어 폐차 직전이었고 내부에는 쓰레기까지 잔뜩 버려져 있었다.

미국의 범죄학자들이 사소한 무질서나 잘못을 방치하면 더 큰 문제로 확산한다는 이론을 증명하기 위해 실시한 실험으로 이를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라 명명했다. 이 법칙이 실증된 사례는 무수히 많다. 그 당시 뉴욕의 지하철은 각종 범죄가 끊이지 않아 시 당국은 골머리를 앓았다. 여러 대책에도 효과가 없자 뉴욕시는 지하철 내에 욕설과 기괴한 그림으로 도배되다시피 한 낙서를 모두 지우고 깨끗해진 벽면에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그림을 그려놓았다. 그 이후 지하철 내의 범죄 발생률이 현격하게 감소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다. 노숙인들이 붐비던 서울역 부근에는 마구 버려진 담배꽁초와 쓰레기로 매일 몸살을 앓았지만, 화분으로 꽃 거리를 조성한 후부터 깨끗한 거리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지금은 아무것도 아닌듯한 사소한 일이 작게는 한 개인의 인생 전체의 판도를 바꿀 수 있고, 크게는 국가의 운명을 바꾸는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 사람의 기본적 품성인 도덕과 윤리의 창이 깨진 채로 버려두면 삶의 전반이 황폐해지고, 국가공동체는 법과 정의와 질서의 창을 깨진 채로 방관하면 체계가 허물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걱정이다. 어느 때부턴가 우리 사회에서 법에 저촉되지만 않으면 어떤 짓을 해도 좋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게 나타난다. 법망을 빠져나가기만 하면 불법을 범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번져나가고 있다. 비리가 감추어질 수 있다면 양심도 쉽게 내팽개쳐 버린다. 이념에서 파종되어 두 동강 난 정치권과 국민은 상대를 멸해야 내가 산다는 독선에 빠져 끊임없이 충돌한다. 다가올 총선에서 이기기만 하면 완전히 밟아버리겠다는 태세다. 국가번영이라는 공동의 목표는 실종되고 아군과 적군으로 양분되어 결사적 전투태세만 다지고 있다. 그 어디에도 서로에 대한 존중은 없다. 공동체가 필멸하는 길로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서구의 번영은 여러 세대에 걸쳐 법과 제도, 체제의 모순과 비합리성을 끊임없이 개선하고 보완하여 이룩된 점철의 과정이지만, 우리나라는 한 세대가 전쟁과 파괴, 혼돈 속의 질서, 억압에서의 자유, 가난에서 풍요를 모두 겪은 세계 유일의 국가이다. 급속한 발전으로 세계가 부러워하던 이 나라가 왜 갑자기 이 지경으로 치닫고 있을까? 냄비근성이 발동하여 벌써 민주주의의 향유에 권태로워진 것일까? 이도 아니라면 체제의 부정적 요소에만 집착하여 편린이 움튼 때문일까? 설령 그럴지라도 사회정의는 왜곡이나 변형 없이 지켜져야 하는 절대기준이다. 어떤 판국이든 결말에 이르면 정의는 동정심보다 더욱 자비롭게 되며, 선량한 국민이 되는 적극적인 품성을 함양시키기 때문이다.

작금의 대한민국은 깨진 유리창이다. 법과 정의의 잣대는 권력과 부에 크기에 따라 기준이 달라지고, 기회주의와 이기주의가 판치는 이전투구에 함몰되어 공정은 설 자리를 잃었다. 문제의 근원은 정치판에 있다. 정치인이 모범이 되지 못하고 희망을 주지 못하기에 국민들이 방황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어찌 정치만 탓하랴! 이제는 사회구성원인 국민도 반성하고 달라져야 한다. 상호존중과 합리적인 사고, 불의에 대한 단호한 부정으로 국가 진전을 위한 향상적 태도를 지향하고 견지해야 한다. 한반도의 50배, 대한민국의 100배가 넘는 광활한 영토에 세계 모든 인종이 함께 모여 살면서도 초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하는 미국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클레이본 펠은 이에 대해 미국의 힘의 원천은 “풍부한 자원도, 대량살상 무기도, 연방은행에 쌓인 달러도 아니다. 바로 미국 국민의 교양과 인성의 총합에서 비롯된다”라고 했다. 그 총합의 힘에서 자연스레 훌륭한 정치인들도 배출되는가 보다.

총선이 있는 올해 또한 격동의 한 해가 될 것이다. 거짓이 없고 정의가 살아 역동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하며, 정치인과 위정자들이 꼭 이 말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국민의 일부를 잠시 속일 수도 있고, 오랫동안 속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모든 국민을 오랫동안 속일 수는 없다”라는 말을. 이철우 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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