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전쟁은 핵이 아니라 드론이다
  • 모용복기자
미래전쟁은 핵이 아니라 드론이다
  • 모용복기자
  • 승인 2020.01.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래도시 구현을 가능케할
중심축인 개인용 비행체는
전기기반의 드론영향 받아
이란 軍 실세 솔레이마니
기회표적으로 제거한 드론
현대戰 양상 근본적 변화
한반도 평화와 통일 위해
드론 전쟁 적극 대비해야
모용복 기자
지난 7일부터 나흘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세계 최대 국제가전전시회 ‘CES 2020’이 열렸다. 하늘을 나는 개인용 비행체부터 사람의 인위적 조작이 전혀 없는 완전한 형태의 무인(無人) 식당까지 공상과학에나 나올 법한 미래도시가 눈앞에 펼쳐졌다. 특히 현대차가 소개한 하늘을 나는 자동차에 세계인의 이목이 쏠렸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은 개막에 앞서 가진 프레젠테이션에서 개인 비행체(PAV)와 환승장(Hub), 편의시설을 갖춘 지상 이동체(PBV)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UAM(Urban Air Mobility) 상용화 시기를 2028년으로 내다봤다. 그동안 업계가 예상한 시기보다 2년이 앞선다. 현대차의 전망대로라면 앞으로 8년 후면 지상의 자동차가 아닌 개인용 비행체로 먼 거리에서 날아와 병원, 식당, 카페 등 맞춤형 시설이 구비된 이동수단(모빌리티)을 이용하는 미래도시 구현이 현실이 된다. 정말 꿈만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주목할 대목은 앞에 소개한 미래도시 중심축인 개인용 비행체가 프로펠러를 장착해 수직 이·착륙을 가능케 하는 전기기반의 비행체로서 드론과 유사하다는 점이다. 드론이 무인 항공기라는 것만 다를 뿐이다. 이렇게 볼 때 개인용 비행체의 발전은 곧 드론의 발전과 궤를 같이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향후 10년 내에 우리가 개인 비행체를 타고 벌이나 잠자리처럼 도심 상공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며 원하는 곳 어디에나 수직 착륙해 커피를 마시고 쇼핑을 즐기는 시대가 도래한다고 볼 때 그것은 결국 드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드론의 역사를 살펴보면 그 발전상에 입을 다물 수 없다. 드론의 사전적 의미는 ‘(벌이) 왱왱거리거나 웅웅거리는 소리’를 뜻하는데, 다른 의미로 ‘벌’을 뜻하기도 해서 소형 항공기가 소리를 내며 하늘을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고 이름을 붙인 것으로 보인다. 초기에는 공군에서 미사일 폭격 연습 표적으로 사용되다 무선기술의 발달과 함께 적진 깊숙이 침투해 정찰과 감시 용도로 운용됐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 드론을 공격기 용도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조종사가 탑승하지 않고도 적의 동향을 파악하고 폭격을 가할 수 있는 장점 덕분에 미국은 드론을 군사용 무기로 적극 활용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 중앙정보국(CIA)은 빈 라덴 암살을 위해 정찰기로 운영하던 프레데터(MQ-1)에 미사일을 탑재해 아프가니스탄 산지에 은둔해 있던 알카에다 간부들을 찾아내 저격하는데 이용했다. MQ-1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예멘, 시리아 등 중동 분쟁지역에서 20년 넘게 활약하다 지난 2018년 임무를 마치고 퇴역했다. 후속작으로 등장한 리퍼(MQ-9)는 당초 정찰용으로 만들어진 프레데터와 달리 처음부터 전투기로 설계됐다. 프레데터의 두 배가 넘는 1.7톤까지 무기 탑재가 가능하며 최대 항속거리도 1852km로 역시 프레데터의 두 배가 넘는다. 완벽한 공격용 드론이라 할 수 있다.

경자년(庚子年) 새해 벽두에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란의 차기 대통령 후보로까지 거론되던 군부 최고 실세인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이 탑승한 차량이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 도로에서 드론 공격을 받고 솔레이마니를 포함해 탑승자 30여명 전원이 즉사한 것이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이번 작전이 ‘기회표적(Taget Of Opportunity)’, 즉 정찰 수단 등을 통해 확인된 긴급표적의 동선을 추적해 타격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런데 공격작전에 동원된 드론이 다름 아닌 ‘하늘의 암살자’로 불리는 MQ-9이었다. 목표탐지에서부터 제거까지 걸린 시간이 고작 2분30초에 불과했다고 하니 드론의 위력을 새삼 실감할 수 있다.

드론은 현재전(戰)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았다. 미 공군이 본토에서 MQ-9를 조종해 솔레이마니를 공격하던 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지인들과 아이스크림 만찬을 즐기고 있었다고 한다. 바야흐로 아침에 양복을 입고 출근해서 전쟁을 치른 후 퇴근해 집에서 저녁식사를 즐기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드론의 발달이 가져온 엄청난 변화다. 드론은 영화에서만 아니라 실제 현실에서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세계 최대 석유기업 아람코 유전(油田)을 폭파한 것은 미사일도 전투기도 아닌 대당 1000만원에 불과한 드론이 범인이었다. 당시 드론 공격으로 사우디 전체 산유량의 70%에 달하는 시설 가동이 중지된 바 있다. 값싼 무인기 공격으로 한 국가 산업의 뿌리까지 뒤흔드는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란의 군부 실력자 솔레이마니가 드론 공격으로 사망한 사건에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사람 중 한 명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아닌가 싶다. 그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성탄 선물’로 핵실험 재개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시사하며 미국을 겁박했다. 하지만 미국과 세계를 상대로 거대한 도박게임을 벌이다 자칫 자그마한 드론 하나에 의해 쥐도 새도 모르게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김 위원장은 이번에 절감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로 주한미군에도 프레데터의 개량형인 ‘그레이 이글(MQ-1C)’이라는 공격용 드론이 배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반도 전역을 고화질로 감시할 뿐만 아니라 자동차 바퀴자국까지도 식별해 낼 수 있을 정도로 정밀한 탐색능력을 갖췄다고 한다. 게다가 리퍼에 맞먹는 무장능력까지 탑재돼 있다고 하니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김정은 하나 제거하는 건 일도 아닐지 모른다.

그러고 보면 한반도에서 전쟁을 끝내는 것도, 나아가 통일을 앞당기는 것도 거창한 무엇이 아닌 벌(드론) 한 마리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크다. ‘드론전쟁’은 이제 피할래야 피할 수 없는 현대전으로 다가오고 있다. 북한도 드론의 위력을 간파하고 서둘러 개발에 나섰지만 아직 미국에 견줄 바가 못 된다. 그러나 언젠가는 핵 위협을 능가하는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게 될 날이 올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한반도는 또 다른 전쟁의 공포에 휩싸이게 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우리도 마땅히 이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미국의 핀셋 드론공격에 놀란 입만 벌리고 있을 게 아니라 한시 바삐 최첨단 드론을 개발하는데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미래도시를 열어갈 중심축인 개인용 비행체와 미래전쟁의 핵심무기인 드론, 닮은 듯 다른 이 두 비행체가 미래사회에 어떠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전개될지 자못 궁금하다. 모용복 편집국 부국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