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병사’
  • 모용복기자
‘트랜스젠더 병사’
  • 모용복기자
  • 승인 2020.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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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부대 성 전환 부사관
군의 조기전역 권고 거부
여군에서 계속 복무 요구
군복무 기피 풍조에 경종
22일 전역심사위 심사서
조기 전역 판정 내려져도
명예로운 제대 훈장 줘야
모용복 기자
대한민국 육군에서 탱크를 몰던 부사관이 성전환 수술을 받아 화제가 되고 있다. 군(軍)에서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을 한 이 병사에 대해 조기 전역을 종용하고 있지만 그는 오히려 여군으로 옮겨 만기제대를 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시민단체인 군 인권센터에까지 도움을 요청했다고 하니 세속의 때에 찌든 범인(凡人)의 입장에선 참으로 이해 못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군 인권센터는 “한국군 최초 트랜스젠더 군인의 탄생을 환영한다”며 그의 희망대로 여군에서 복무를 이어가게 할 것을 국방부에 요구했다. 남들은 없는 꼬투리라도 만들어 군 복무를 피하려고 애쓰는 세상에 오히려 계속 군 복무를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조르니 이를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경기 북부의 한 부대에서 탱크 조종수로 복무 중인 이 하사는 지난해 6월 국군수도병원에서 ‘성별 불쾌감(gender dysporia)’ 진단을 받고 장기간 심리상담과 호르몬 치료를 받았다. 그러다 그해 12월 돌연 휴가를 내고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소속 부대는 그가 성전환 수술을 위해 태국으로 출국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고 국방부에까지 보고했으나 출국을 막을 방법은 없었다. 성전환 수술을 받아 사실상 군 복무가 어려워지자 육군은 원칙에 따라 조기전역을 권고했다. 고의로 신체를 훼손할 경우 조기 전역 사유가 된다는 군 인사법에 따른 조치다. 현재 군병원에 입원 중인 하사에게 병원 측은 의무조사를 실시해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렸다. 의무조사에서 장애등급 판정을 받으면 전공상 심의 및 전역심사를 받게 되는데, 육군은 전공상 심의에서 성전환 하사가 스스로 장애를 유발한 점을 인정해 비전공상 판정을 내렸다. 비전공상에 의해 생긴 심신장애의 경우 전역심사위원회에서 심사를 해 전역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성전환 수술까지 받아 군의 조기전역 권고에 순순히 따를 줄 알았던 이 하사가 계속해서 군 복무를 하겠다며 버티고 나선 것이다. 그것도 여군으로서 남은 복무기간을 채우겠다는 의지를 꺾지 않는 바람에 군이 곤혹해 하고 있다. 군 복무를 하겠다는 의지는 갸륵하나 그로 인해 발생할지도 모를 불미스런 일을 생각하면 쉬 요구를 들어줄 수도 없는 입장을 이해할 만도 하다. 비록 신체상으로는 여성이라고는 하나 법적인 측면과 사회통념·정서적인 면을 감안하면 아직도 완전한 여성은 아니기 때문에 여군 복무를 허용하기가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함께 근무할 여군들의 입장도 고려해야 함은 물론이다.

만약 그가 입대하기 전 성 전환 수술을 받고 법적으로까지 성별을 옮겼더라면 군 복무 면제를 받았을 것이다. 또한 군은 성 정체성 혼란을 겪는 남성을 ‘성 주체성 장애’로 분류해 입영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성 정체성을 숨기고 입대한 사람은 ‘관심 사병’으로서 관리 대상에 포함시켜 관리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에 성전환을 한 하사는 이 중 어느 곳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그가 입대 전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겪고 있었는지, 만약 그렇다면 입대과정에서 이러한 사실을 숨겼는지 여부는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아니면 입대 후 복무 과정에서 많은 남군들과 집단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성 정체성이 드러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쨌든 그가 자신의 성 정체성을 확인하고 성전환 수술을 한 것은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만약 성 주체성 장애를 겪으며 군 생활을 계속 이어나갔더라면 필시 관심 사병 목록에 이름이 올랐을 것이며, 이는 당사자에게도 군에도 모두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동료 병사들과 제대로 된 관계설정이 어렵게 되면 집단생활을 하는 군부대의 특성상 복무기간 내내 힘이 들고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며, 이는 자칫 큰 사고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그가 복무 중 쉽지 않은 결단을 통해 실행으로까지 옮긴 것은 결코 비난 받을 일이 아니다.

그 뿐만 아니다. 어떤 유명가수는 군 복무를 회피하기 위해 해외로 도피했다 20년 가까이 망명 아닌 망명생활을 하는가 하면, 또 어떤 연예인은 자신의 신체를 훼손해가면서까지 병역기피 의혹을 받는 등 이 땅의 많은 남성들이 가지 않으려 하는 곳이 군대인데, 이 하사는 성전환 수술까지 받고도 군 복무를 고집하고 있으니 어찌 보면 군에서 박수라도 쳐줘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현재로선 모레(22일) 있을 군 전역심사위원회 심사에서 이 하사가 조기 전역 판정을 받고 자신의 희망을 이어가지 못할 공산이 크다. 비록 그렇더라도 군에서는 이 병사에게 마땅히 후한 상을 내려야 한다. 무엇보다 불명예 제대가 아닌 명예로운 제대라는 훈장을 가슴에 새겨줘야 한다. 지금까지 이처럼 군 복무에 대한 의지가 강한 사람을 본 적이 있었던가. 그런 의미에서 이 하사는 ‘트랜스젠더 병사’가 아닌 대한민국 군의 표상으로 남을 ‘트랜스포머 병사’로 불러야 하지 않을까. 모용복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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