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최선을 경주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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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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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이 2020년의 진짜 시작이라고 믿고 싶다. 2020년 1월이 거의 지나가 버렸는데, 새해 결심이 생각하지 않을 정도로 마음이 흩어졌다. 시간은 언제나 나에게 패배를 안겨다주는 괴물이다. 새해 다짐을 다시 상기해본다.

언제나 그렇듯이, 벌써 보람보다는 아쉬움이 가득하다. 설을 지나면서 다시 한번 마음을 동여매 본다. 이런 날 나를 정신을 차리게 만드는 철학자와 글이 있다. 로마 스토아 철학자 세네카의 ‘인생의 짧음에 관하여’라는 글이다.

세네카(기원전 4년~기원후 65년)는 악명 높은 로마황제 네로의 어린 시절, 그의 과외 선생이었고, 후에는 고문으로 로마제국의 가장 강력한 관료였다.

네로 황제는 세네카가 자신을 암살할 음모에 가담했다고 의심해, 그에게 자살을 명령했다. 그는 자신이 흠모하는 소크라테스처럼, 가족을 불러놓고 의연하게 자살했다. 그만큼 파란만장한 삶을 산 사람도 없을 것이다.

세네카는 로마세계에서 소위 ‘호모 노우스’(homo novus)였다. ‘호모 노우스’는 전통적인 로마의 귀족가문출신이 아니면서 정치적 야망을 지닌 ‘정치 신인’을 이르는 용어다.

그는 로마 식민지인 스페인 코르도바에서 태어났다. 다섯 살 때, 고모의 손에 이끌려 로마로 이주했다. 당시 로마 귀족들이 통치자가 되기 위한 과목인 문학, 문법, 그리고 수사학을 배워 두각을 내기 시작했다.

또한 그는 한때 금욕주의와 채식주의를 수행하는 ‘섹스티 학교’(School of Sextii)에 입문해 인생을 배웠다.

세네카는 어려서부터 약골이었다. 일생 내내 천식으로 고생했고 특히 20살에 걸린 결핵은 그의 건강에 치명적이었다. 그는 다시 고모를 따라 이집트로 이주해 서른 살이 될 때까지 요양했다.

그의 고모부 가이우스 갈레리우스는 당시 이집트를 통치하는 로마 장관이었다. 세네카는 기원후 31년 로마로 돌아와 로마 황제의 꿈을 꾸며 출세가도의 길을 차근히 밟기 시작했다.

그는 로마의 상원으로 당대 가장 훌륭한 법률가이자 연설가가 됐다. 변방 출신으로 두각을 나타내자, 사람들은 그를 시기했다.

특히 로마 황제들이 그를 시기해 공공의 적이 됐다. 로마 황제 칼리굴라(재위 37~41년)는 그의 인기를 시기해 그에게 자살을 명령했다.

칼리굴라 측근들은 세네카가 결핵과 천식으로 얼마 살지 못할 것이라고 보고해, 겨우 생명을 부지했다.

그 후에 등극한 클라우디우스(재위 41~54년)도 세네카를 정적으로 여겼다. 클리우디우스의 아내 메살리나(Messalina)는 세네카를 선왕 카리굴라의 여동상 율리아 리빌라(Julia Livilla)와 간통했다고 거짓 기소했다.

클라디우스 황제는 세네카에게 사형선고를 내렸지만, 원로원으로 구성된 법정은 그를 코르시카섬에 8년 유배형을 내렸다.

세네카는 코르시카섬 최북단 캡 코르세(Cap Corse)라는 곳에 있는 ‘루비’에 정착한다. 최고의 권력자 자리에서 내려온 그는 무명인이 돼 섬에서 유배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가파른 해안 위의 한 망루에 감금됐다. 이곳은 1200m가 넘는 고산지대로 주변은 바위뿐이었다.

사람들은 로마에서 유배 온 세네카를 푸대접했다. 부와 명성을 누리다가 지옥과 같은 섬에 감금된 세네카의 마음은 분노로 가득 찰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는 이 분노를 이기지 못하면 자신이 그곳에서 사라지는 비운의 주인공이 될 것임을 깨달았다.

그는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책을 쓰기 시작했다. 41년에 쓰기 시작한 ‘분노에 관하여’(De Ira)라는 책이다.

세상에 일어나는 일은 가치중립적이다. 온전히 선한 것도 없고 온전히 악한 것도 없다. 행과 불행은 언제나 뫼비우스 띠처럼 얽혀있다.

코르시카섬 유배는 역설적으로 세네카에서 스토아 철학자로, 작가로 불멸의 명성을 부여했다. 그는 유배 온 다음 해인 42년에 어머니 헬비아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냈다.

“나는 최상의 환경에 있는 것처럼 즐겁습니다. 실제로 내 주위환경은 최고입니다. 왜냐하면 나에게 맡겨진 과중한 일들이 없어, 내 영혼을 증진하기 위한 여유가 많습니다. 저는 공부가 즐겁고 진리를 탐구하기 위해 일찍 일어나며 자연과 우주의 본질을 묵상합니다.”

세네카의 유배형이 종료되기 몇 달 전, 외아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실의에 찬 세네카는 로마로 다시 돌아와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그는 폼페이아 파울리나(Pompeia Paulina)와 여성과 결혼하며 본격적으로 철학적인 글을 쓰기 시작했다.

세네카는 산전수전 다 겪은 후,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49년, 그가 53세 되던 해에 그의 장인이자 로마제국에 필요한 모든 식량을 관리하는 ‘프라이펙투스 안노나이’(praefectus annonae), 즉 ‘곡물장관’인 파울리누스에게 편지를 보낸다.

이것이 ‘인생의 짧음에 관하여’(De Brevitate Vitae)라는 편지다. 다음은 ‘인생의 짧음에 관하여’의 제1장 내용이다. 이 책 전체에서 인생의 의미를 간명하게 설명해 주는 명문이다. 2020년 설을 맞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1. 오 파울리누스여! 대부분의 인간들은 자연(인생)의 짓궂음과 덧없음을 통렬히 불평합니다. 왜냐하면 자신들이 짧은 순간을 위해 부질없이 태어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 주어진 시간의 기한이 얼마나 전속력으로, 얼마나 빠르게 우리에게 주어졌다 도망가 버리는지!

극소수를 제외한 우리 모두는 이제 인생을 잘 살 준비를 마치는 순간, 만료된 인생(죽음)을 만납니다.

이렇게 불평하고 신음하는 자는 단순히 보통 사람들이나 생각이 없는 대중뿐만이 아닙니다. 이것은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치명적인) 병입니다.

명성을 지닌 사람들도 동일한 감정으로 불만을 늘어놓습니다.

그래서 가장 위대한 의사(히포크라테스)는 외칩니다. “인생은 짧고 최선은 길다”



2. 그래서 인생은 지혜로운 사람에게 불만이고 가장 부적절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연을 예를 들어 설명합니다.

인간의 수명보다 다섯 배 혹은 열 배 장수하는 게걸스런 동물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위대하고 장엄한 운명을 위해 태어났지만 너무나 짧은 수명이 주어졌습니다.

3. 우리가 인생이란 짧은 기한을 가진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인생을 허비한 것입니다.

인생은 충분히 깁니다. 만일 우리가 인생의 시간을 잘 안배한다면, 인생은 위대한 일을 완수하기에 충분히 후한 기간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인생을 사치나 부주의로 낭비할 때, 우리가 인생을 선한 목적을 위해 집중하지 않을 때, 특히 우리가 판단하기에 궁극적인 필요에 의해 최종적으로 요구되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인생이란 시간은 우리가 그것이 지나가는 것을 알아차리기도 전에 사라져 버립니다.



4. 그럼으로 다음을 기억하십시오.

우리가 받은 인생은 짧지 않습니다. 우리가 짧게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받은 인생은 부족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낭비했습니다.

그것은 엄청나고 장엄한 부가 나쁜 주인의 손에 들려지면 순간에 사라지는 것과 같습니다. 부가 얼마 되지 않아도 만일 훌륭한 관리인의 손에 맡겨지면 부를 사용하면 할수록 오히려 늘어납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인생은 인생을 최적의 상태로 정리하는 자에겐 충분하게 깁니다.

2020년 경자년(庚子年) 새해에는 여러분과 제가, 각자의 삶에서 최선(最善)을 경주해 후회가 없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 배철현 고전문헌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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