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게 생명의 진화를 묻다
  • 이경관기자
자연에게 생명의 진화를 묻다
  • 이경관기자
  • 승인 2020.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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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산문화회관 ‘살아남기展’
강주리 작가 설치작업 선봬
내달 22일까지 작품 전시
강주리 - ‘살아남기 To Survive展‘ 전경.
강주리作
강주리作
봉산문화회관은 2020년 유리상자 전시공모 선정작 첫 번째 전시로 강주리 작가의 ‘살아남기 To Survive展’을 내달 22일까지 회관 2층 아트스페이스에서 선보인다.

작가는 자신이 설정한 ‘살아남기’라는 실체적 해석이 세계의 끊임없는 변화 상태와 어떻게 관계하는지, 또 이들 상황들이 우리의 감수성과 어떻게 만나고 어떻게 동시대 미술의 영역으로 합류하는지에 대하여 흥미로운 질문을 한다.

강주리 작가는 4면이 유리벽으로 마감된 천장 높이 5.25m의 전시 공간 내부에 우주나 동굴에 있을법한 생태계를 조성했다.

동굴의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며 자라는 종유석, 아니면 전자 현미경으로 확대한 먼지, 혹은 우주를 떠다니는 작은 유성체를 연상시키는 8개의 크고 작은 입체 덩어리로 이뤄진 이 생태계는 수많은 ‘변이와 진화’의 대상과 상황들이 서로 관계를 맺으며 새로운 변화를 위해 한껏 움츠리고 있는 형상이다.

이는 작가가 그동안 미디어를 접하며 주목해온 자연 생태의 변화와 그 흔적들의 수집과 증식, 또 증식한 개체간의 해체와 집합 등 진행 과정에서의 시간에 관한 시각적 서술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가 오랜 시간동안 펜 드로잉의 짧고 가느다란 선들을 모으고 쌓아 구축한 70여개의 자연 변이와 진화는 결국 눈이 하나뿐인 원숭이, 다리가 여섯 개인 강아지와 양, 다리가 여덟 개인 소, 다리가 다섯 개인 양과 개구리, 머리가 두 개이거나 꼬리가 붙은 거북이, 머리가 두 개인 개와 뱀, 고양이, 병아리, 도마뱀, 다리가 네 개인 오리, 콧구멍이 세 개인 젖소, 발가락이 기형인 이구아나, 해양오염으로 아가미가 변형된 물고기 등등, 이들 개체들은 우리의 삶과 현실 속에서 차이와 구별의 시선으로 발견한 자연 생태 변화의 징표들이다.

작가는 이 손바닥 만 한 종이 펜 드로잉들을 수백 수천 개씩 복사하고 오리고 붙여서 집합 형태로 공간에 펼쳐놓는다. 이는 결국, ‘살아남기’를 위한 생명체의 변이와 진화가 종유석이나 먼지나 유성체처럼 쉽게 보기 어려운 ‘살아있음’의 상태로 설계된 것이다.

이러한 작가의 설계 행위는 세상을 이해하고 소통하려는 ‘살아있음’의 자각과 시간을 들이며 수집하고 포획하는 노동 행위를 떠올리게 한다.

유리상자 안에 설치된 변화의 흔적들은 ‘살아남기’ 위해 주변의 상황에 따라서 변할 수 있는 상태의 상징이고, 우리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진행되는 ‘자연’의 ‘살아남기’를 상징하며, 미술가로서 작가가 주목하는 것이 인간을 포함한 자연의 일부로서 세계의 ‘변화’ 자체다.

강주리의 변화의 상태에 대한 관심은 우리 현실의 삶을 숙고하고 그 대응 태도를 되돌아볼 수 있게 하려는, 그 속에 예견된 자연의 ‘실체’에 대한 경외심을 공감해 드러내려는 살아남기에 대한 현대인들의 자화상이다.

강주리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나는 서로 살아남기 위해 필연적으로 만들어지는 생태 환경의 변화, 생명체의 변이, 진화에 주목한다. 인간과 자연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하고 드로잉과 혼합적 설치를 통해 우리의 가능성과 존엄성에 대한 이해와 고찰을 요구하고자 한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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