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왜 불행할까?
  • 모용복기자
한국인은 왜 불행할까?
  • 모용복기자
  • 승인 2020.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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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총생산 전 세계서 12위
7년연속 무역 1조달러 돌파
강한 국가 세계 9위인 한국
행복지수는 OECD중 최하위
물질적으로 풍요를 누리지만
심리적으론 여전히 결핍상태
발전에 심리시스템 못따라가
성숙한 사회로 가기 위해선
잘 먹고 잘 놀 줄도 알아야
삶에 만족하고 즐기는 것이
행복에 도달하는 최선의 길
모용복 기자
5년 전 출간돼 장안에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인문학 서적으로는 드물게 베스트셀러에까지 오른 ‘어쩌다 한국인’은 우리 한국인의 특성을 심리학적 관점에서 명쾌하게 파헤친 명저(名著)로 꼽힌다. 저자 하태균은 이 책에서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한국인만의 독특한 심리를 가감 없이 드러냄으로써 ‘불행한 한국인’, 즉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병처럼 퍼져 있는 ‘헬조선’이 생겨나게 된 심리적 원인을 밝히고 있다. 결론적으로 한국인들이 불행감을 느끼는 원인은 ‘결핍’에서 비롯됐다. 모든 것이 결핍상태였던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겪으면서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조차 가질 수 없었던 결핍의 경험이 우리 심리체계에 스며들어 물질적으로 엄청나게 풍요로움을 누리는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더 이상 결핍의 시대를 살고 있지 않다. 한국이 가난한 나라도 약소국도 아니라는 것은 지표가 말해주고 있다. 세계은행(WB)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으로 한국의 경제규모를 나타내는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12위를 기록했으며,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만 달러를 넘어섰다. 무역규모도 3년 연속 1조 달러를 돌파해 7년 연속 9위를 유지하고 있다. 역대 무역 1조 달러 달성국은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10개국 뿐이다.

가장 최근에 나온 지표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더욱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국 잡지 ‘U.S. 뉴스&월드 리포트’는 지난달 21일 ‘세계에서 가장 강한 국가 순위’를 선정해 발표했다. 이 매체가 매년 발표하는 ‘최고 국가 랭킹(The Best Countries Ranking)’의 일부로, 전 세계 2만1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와 정치력, 경제력, 군사력, 영향력 등을 종합해 결정하는 사실상 국가 힘의 서열 순위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국이 세계 9위에 올랐다. 지난해보다 1계단 상승한 수치다. 인구 5000만 명의 작은 나라가 전 세계 톱 10위 안에 드는 막강한 힘을 가진 나라가 된 것이다. 산유국인 부자나라 사우디도, 한국보다 35배나 큰 면적을 가진 호주도 우리의 뒤에 위치했다. 세계 3위 경제대국 일본도 우리보다 고작 두 계단 앞섰을 뿐이다.

그 뿐만 아니다. 한국은 첨단정보화시대를 가장 앞에서 이끌어가는 나라다. 전 세계 스마트폰 보급률 1위, 인터넷 보급률 1위, 성형수술 비율 1위, 명품 소유율 2위, 한 해 해외 여행객수가 2000만 명이 넘는(‘어쩌다 한국인’ 본문의 지표 인용) 선진국가다. 그런데 이처럼 풍요로운 사회의 대부분 국민들은 여전히 자신들이 가난하다고 느끼며 불행하다고 아우성이다. 자살률, 이혼율은 세계 최고이며 반대로 행복지수는 OECD 최하위 수준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우리는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한국의 발전상에 대해 전 세계가 경이로운 시선을 보내고 있으며, 개발 도상에 있는 수많은 국가들이 한국을 롤모델로 삼아 우리가 걸어온 길을 답습하고자 애쓰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이처럼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엄청나게 풍요로운 시대를 살고 있지만 풍요가 너무 갑작스럽게 찾아온 나머지 우리의 심리 시스템이 이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물질적으로는 풍요를 누리지만 심리적으로 여전히 결핍상태인 ‘결핍의 원리’가 지배하고 있다는 작가의 설명이다.

우리와 달리 선진국들은 풍요가 오랜 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발전하면서 심리 시스템도 그에 맞춰 안정적으로 변해왔다. 이들 사회에서는 결핍이 아닌 ‘성숙의 원리’가 작용함으로써 구성원들은 결핍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가 아닌 자신의 존재와 가치를 확인하고 발현하는데 대부분의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 즉 부(富)와 명예에는 별 관심이 없으며 자아실현을 위해 개개인 스스로 의미 있다고 여기는 것을 추구하며, 사회도 이를 적극 응원하고 지지한다. 모든 사람들이 결핍을 채우기 위해 한 가지 목표를 향해 전력 질주하는 우리와 달리 다양성과 창의성이 지배하는 성숙한 사회라는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성숙한 사회로 가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작가는 그 지름길이 ‘각자 알아서 노는 것’이라고 말한다. 달리 말하면 ‘잘 먹고 잘 노는 것’이다. 이는 고금(古今)을 관통해 인류가 공통적으로 추구해온 이상(理想)이요 노력이다. 성숙한 사회는 물질적 풍요에 발맞춰 노는 것(여가·餘暇)도 함께 발전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제대로 놀지 못하고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매일 바쁜 일상을 거듭하고 있다. 아무리 일해도 부족한 것 같고 아무리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풍요 속의 빈곤’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결핍은 더 일하고 더 가진다고 채워질 성질이 아니다. 적게 일하고 적게 가져도 만족할 줄 알고, 잘 놀고 즐거움을 찾는 것만이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그런데 최근 우리 사회에도 이러한 변화의 징후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변화의 문을 연 것은 젊은층이 아닌 중·장년층과 노년층이다. 미스트롯 출신의 트로트 가수를 좋아하는 이들은 단순히 가수에 대한 팬심에 그치지 않고 자발적으로 모임을 결성해 놀이와 여가를 즐긴다. 대부분 제2의 인생을 산다고들 즐거워한다.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진풍경이다. 어찌 보면 이것이 신명을 즐겼던 한민족의 본모습이 아닌가 싶다. 이러한 신명과 놀이문화가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되면 우리 국민들의 행복지수도 높아지지 않을까?

경제가 행복을 담보하는 시대는 지났다. 우리 실생활과 따로 노는 경제지표에 더 이상 일희일비 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이미 먹고 살만큼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시대에 살고 있다. 현재 삶에 만족하고 여유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이 행복에 이르는 최선의 길이 될 것이다. 모용복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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