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표 목(컷 오프)부터 쳐라
  • 손경호기자
황교안 대표 목(컷 오프)부터 쳐라
  • 손경호기자
  • 승인 2020.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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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 정치권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다. 공천 물갈이 타깃이 이번에도 TK 정치인의 목줄을 조이자 폭발 일보직전이다. 특히 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가 현역 의원 50% 물갈이를 넘어 ‘판갈이’ 단어까지 등장하자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한국당 컷오프 기준 가운데 하나로 제시되고 있는 당 지지율 대비 현역 의원의 지지율 단순 비교는 사실상 TK 의원을 무조건 물갈이하겠다는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여론조사로 컷오프를 할 경우 현역 의원 측을 제외하고는 한국당 도전자나 타당 출마자 측 모두 반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쟁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당 지지율 대비 현역 의원 지지율이 낮아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당 지지율과 개인 지지율을 단순비교해 공천하겠다는 발상은 그래서 어처구니가 없다.

당 지지율 대비 개인 지지율 비교가 공천 기준이 된다면 컷오프 1순위는 당연히 황교안 대표가 돼야 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황교안 대표 지지율이 한국당 지지율보다 높게 나온 것을 본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기준을 적용하겠다면 황 대표는 비례대표는 물론 지역구 출마 자격도 없는 컷오프 대상이 돼야 한다.

장수는 크게 용장(勇將), 지장(智將), 덕장(德將), 운장(運將) 4가지로 분류한다. 그럼 황교안 대표는 어떤 장수에 가까울까.

우선 용장(勇將)은 아닌 것 같다. 황 대표의 종로 출마 요구는 진작 거론됐지만,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종로 출마를 이미 선점해 버렸다. 국민들은 이제 황 대표가 종로가 아닌 다른 지역을 선택할 경우 종로에서 패할까봐 도망쳤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황 대표가 종로 출마를 선택하더라도 이미 국민들에게는 ‘쫄보’ 이미지만 남게 됐다. 또한 황 대표가 종로를 피하는 모습이 연출되면서 한국당 후보들은 상대적으로 기가 꺾일 수 밖에 없다. 오죽하면 민주당 출마자들이 자신하고 붙자고 덤벼드는 ‘놀림감’이 됐을까.

그렇다면 지장(智將)이라고 할 수 있을까. 자유한국당은 당명과 당 색깔을 바꾸겠다고 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통합신당’으로 당명을 바꾸는 문제는 제외하더라도 그동안 왜 ‘비례자유한국당’, ‘미래한국당’ 등 비례정당에 ‘한국당’을 못 넣어 안달이었는지 이해 불가다. 어차피 지역구 정당에 ‘한국당’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면 말이다. 비례정당 명칭에 한국당을 사용하는 이유는 자유한국당의 자매정당이라는 연계성 때문이 아니었던가.

당명 개정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장삼이사’도 잘 아는 자유한국당을 비례정당으로 사용해 정당 지지율을 극대화하고, 지역구 정당은 새로운 당명으로 변경하는 게 옳은 방향 아닐까. 자유한국당을 비례정당으로 사용하면 불출마인사나 당에서 버린 컷오프 인사, 공천 탈락자에게 미래한국당으로 제발 좀 옮겨가 달라고 요청할 필요도 없다. 자유한국당에서 영입하고 미래한국당으로 비례 출마하라고 하는 코미디를 안해도 된다.

황 대표의 종로 출마를 주장한 김세연 국회의원을 감싸지 못한 것을 보면 덕장(德將)과도 거리가 있는 것 같다. 김 의원이 여의도연구원장에서 물러나면서 황 대표는 대인배 이미지 구축에 실패했다.

용장, 지장, 덕장보다 제일 중요한 게 바로 운장(運將)이다. 정치는 운칠복삼(運七福三)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잘 해도 남이 더 잘 하면 낙선하는 것이고, 자신이 잘 못해도 남이 더 잘 못하면 승리한다. 오죽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 복이 많다고 할까. 황 대표보다 문 대통령의 운이 더 좋은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영남권 대폭 물갈이가 총선 승리를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도 어폐(語弊)가 있다. 한국당은 TK를 물갈이 하면 수도권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있다. 21대 총선에서 승리 하기 위해서는 20대 총선에서 패한 지역, 즉 수도권 등 잃어버린 지역에서 승리해야 한다. 수도권에서 승리하기 위해 대구·경북을 물갈이 해야 한다는 주장은 올림픽 육상 종목에서 메달을 따기 위해 양궁 선수를 교체하자는 처방과 같다. 수도권에서 승리하려면 수도권에서 승리할 수 있는 인물을 키우거나 영입하는 게 정답이다.

물론 TK 정치인에 대한 인물 교체는 반드시 필요하다. 존재감 없이 선수(選數)만 쌓아 당에 불필요한 정치인, 지역에서 외면받는 정치인, 특히 지방선거 당시 기초단체장을 빼앗긴 의원들에 대한 선별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이 같은 기준 없이 어설픈 이유로 TK지역이니까 무조건 물갈이부터 하겠다는 발상은 전제부터가 잘못됐다.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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