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을 생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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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을 생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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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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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이 반이라는 말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무언가 시도한다는 그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더욱 중요한건 끝마무리가 아닐까. 육상에 재능을 보이던 어느 학생이 수년간 피나는 훈련 끝에 경기에 출전하여 줄곧 선두를 유지하다가 결승선을 불과 15m를 남겨두고 환호하는 관중석을 바라보며 두 팔을 높이 쳐들고 손을 흔들다 그만 넘어져 우승을 놓쳐버리고 말았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결과였다. 또 어느 직장인은 10여 년간을 열심히 일해 직장상사와 동료들로부터 회사에 없어서는 안 될 인재이자 성실한 사람으로 인정받았지만, 개인 사업을 하고자 사표를 제출한 뒤부터 그의 태도는 돌변했다. 업무는 건성이었고, 상사에게는 불손했으며, 동료들에게는 교만했다. 이제 곧 그만 둘 직장인데 잘해서 무엇하랴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가 퇴사 한 후 10년간의 공로는 간곳없이 사라지고 직장동료들은 하나같이 그를 오만불손하고 책임감 없는 사람이라 손가락질 했다. 좋지 못한 끝마무리가 좋았던 모든 것을 모조리 소멸시켜 버린 것이다.

유능하지만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의 특징이 있다. 마무리를 잘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시작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어떻게 시작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끝을 맺는가이다. 우리의 삶은 항상 시작과 끝의 반복이다. 아침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여 저녁 잠자리에 들며 하루의 끝을 맺고, 새해 일출을 보며 한해를 시작하여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한해의 끝을 맺는다. 그 끝의 결과들이 누적되어 마침내 인생전체의 성취가 된다. 유종의 미라는 말은 시작한 일을 끝까지 잘하여 좋은 결과를 맺어 아름답게 마무리하라는 의미이다. 시작이 아무리 창대하고 화려해도 끝이 좋지 못하면 결국 그 전체가 다 실패한 것이 되고 만다. 반대로 시작이 미미하고 초라해도 끝이 좋으면 그 전체가 모두 좋은 것이 된다.

그런데 끝 모습을 놓고 볼 때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만큼 비참한 말로를 맞는 나라가 또 있을까! 만인의 갈채를 받으며 등장하는 것보다 행복하게 퇴장하는 대통령의 뒷모습을 우리는 언제쯤 보게 될까! 환호의 현관을 지나 영광의 처소로 들어섰지만 모두 경멸과 비탄의 문지방을 넘어 나가지 않았던가. 그래서 하는 말이다. 일이 막히어 답답하거든 처음 시작했을 때의 초심을 돌이켜 보시라. 지지자들의 칭송에만 만족하지 마시고 비판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시라. 세계 최빈국을 경제대국으로 만든 구세대들을 청산의 대상으로만 여기지 말고 감사도 좀 표하시라. 무지하고 어려웠던 그 시절 그 상황에서 그리할 수밖에 없었기에 최적의 방안으로 여기며 선택했던 일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용인하시라. 지금 많은 국민들은 현 정권이 판타지의 장막 안에 갇힌 채 경제에는 무능하고, 이념적 측면에서는 자유민주주의와 정의를 수호할 의지가 있는지, 정치에서는 비현실적인 정책을 왜 고집하는지, 안보와 외교에서는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는 이런 정권을 심히 우려하고 있다는 걸 진지하게 유념하시라. 그리하여서 찬사를 받으며 당당하게 퇴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시라.

오늘에 이르기까지 정치가 국민들에 얼마나 많은 상실감을 안겨줬던가! 이로 인해 얼마나 또 많은 것을 잃어버렸는가! 국민들은 또 다시 분노에 의해 정권을 쫒아내고, 분노에 휘둘려 정권을 선택하고, 경멸과 조소의 파도에 떠밀려 사라지는 그런 모습을 다시는 보고 싶어 하지 않으니까. 이철우 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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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욱 2020-02-21 16:50:45
배지숙, 그리고 권영진은 빨리 대책을 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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