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는 바이러스로 퇴치하라
  • 모용복기자
바이러스는 바이러스로 퇴치하라
  • 모용복기자
  • 승인 2020.0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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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미생물과 전쟁의 역사
수천년간 엄청난 희생 치러와
불과 2C전만 해도 주범 몰라
의료 기술이 발달한 오늘날도
바이러스 공포 벗어나지 못해
바이러스 敵은 행복 바이러스
적당한 일조량과 운동을 통해
행복호르몬 세로토닌 만들어야
모용복 기자
바이러스(virus)는 라틴어로 독(poison)을 의미하는데, 19세기 후반에 와서야 그 존재가 처음 확인됐다. 담배모자이크병 발병 원인을 연구하던 러시아의 생물학자 디미트리 이바노브스키(Dimitri Ivanovski)가 담배 잎사귀의 즙을 세균여과기에 통과시켜 얻은 무균여과액이 담배모자이크병을 전파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발표하면서 그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당시까지는 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은 세균뿐이라고 생각했으므로 세균보다 작은 이것은 무생물인 독(毒)일 것이라 여겨 이처럼 명명한 것이다.

인류 역사는 미생물과 전쟁의 역사라 할 수 있다. 문명의 발전과 함께 수시로 전염병도 창궐해 수많은 인명이 희생됐지만 불과 2세기 전만 해도 재앙을 일으킨 주범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그런 까닭에 대부분 민간요법에 의지하거나 심지어 주술(呪術)이 치료에 동원되기도 했다. 그러다 19세기에 들어와서야 비로소 미생물이 감염병의 원인이라는 것을 알게 됐으며, 이어서 병원체를 퇴치할 수 있는 항균제(抗菌劑)와 백신의 개발로 수 천 년 간 인류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던 감염병과 ‘맞짱’을 뜰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과학과 의료기술이 발달할수록 미생물도 계속해서 진화를 거듭했다. 특히 생물도 아닌, 그렇다고 무생물도 아닌 바이러스는 변이를 거듭하며 여전히 인간사회를 위협하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이러스는 2600여종에 이른다. 사스-코로나 바이러스, 에볼라 바이러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조류인플루엔자(AI),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각종 신종·변종 감염병들이 끊임없이 등장해 지구의 주도권을 놓고 인간과 싸움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武漢)시에서 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국문명 코로나19)로 중국 내 사망자가 2000여명에 달하고 확진자 수도 8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감염병과 관련해 5명이 숨지고 확진자 수가 600명을 넘어서는 등 지구촌이 바이러스 공포로 신음하고 있다.

바이러스는 모든 종류의 생명체에 감염해 기생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로서, 심지어 거대 바이러스에 기생하는 바이러스도 있다. 숙주가 없는 상태에서는 스스로 복제하지 못하고 단순히 단백질과 핵산의 덩어리인 무생물 상태로 존재하지만 숙주를 만나면 숙주의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감염하고 복제하도록 진화해 왔다. 그런 까닭에 이 얄미운 무전취식(無錢取食)자를 쫓아내는 특효약이 아직까지 없다. 어쩌면 생명이 존재하는 한, 아니 인류문명이 끝난 뒤에도 바이러스는 건재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바이러스와의 싸움은 애당초 승산이 없는 게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은 이 싸움에서 한 가닥 희망의 빛이 보인다.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바이러스를 인간 스스로 만들어 전파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얼마 전 유행했던 ‘행복 바이러스’가 그러한 경우다. 이 행복 바이러스는 일단 감염이 되면 특별한 치료약이 없다는 점에서 자연계 바이러스와 닮아 있다. 하지만 전자(前者)가 사람의 마음에 침투해 행복감을 느끼게 하고 면역력을 증강시켜 병에 안 걸리게 하는 반면, 후자(後者)는 인간을 병들게 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다는 점에서 극과 극의 차이가 있다.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사람이 죽어나가는 마당에 무슨 뜬금 없는 소리냐고 힐난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이는 단지 필자의 주관적인 생각이 아니라 여러 과학자들에 에 의해 증명된 사실이다. 美 카네기 멜론대학 쉘던 코헨(Shelden Cohen) 교수팀 연구결과에 따르면 행복감 등 긍정적인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감기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때 병에 걸릴 확률이 낮았다. 반대로 만성 스트레스를 가진 사람들은 감기에 걸릴 위험이 높을 뿐만 아니라 재발률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염증을 조절하는 호르몬을 무력화시켜 감기증상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렇게 볼 때 바이러스의 적(敵)은 곧 바이러스임을 알 수 있다. 행복 바이러스가 인간사회에 만연하게 되면 자연계의 바이러스는 힘을 못 쓰게 된다. 그러면 행복 바이러스가 확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가 행복감을 느끼려면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이 잘 분비돼야 한다. 세로토닌의 분비를 늘리기 위해선 고기, 유제품, 견과류를 섭취하고, 적당한 양의 햇볕을 쬐고 산책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일조량이 크게 줄어드는 가을, 겨울철에 우울증이 많이 생기는 것은 세로토닌의 부족과 연관이 있다. 그러고 보니 이번 코로나19를 비롯해 대부분 바이러스가 겨울철에 창궐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바이러스는 긍정적이고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에겐 약하다. 그러니 인간의 나약함을 파고들어 결국엔 망가뜨리고 마는 이 불청객을 퇴치하려면 꽁꽁 숨기보다 오히려 햇볕을 많이 쬐고 산책을 하고 운동을 해서 행복 호르몬을 만들어 내야 한다. 코로나19의 특효약은 바로 ‘행복’이라 불리는 바이러스니까. 모용복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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